가을밤에 가을은 귀뚜라미 소리에 깊어지나 봅니다. 귀 기울여 듣다 보면 소리가 서로 다릅니다.귀귀귀 뚜뚜뚤귀귀 귀귀귀 뚜뚤 뚜루루 암수가 서로 다른 소리를 내나 봅니다.조상들이 그래서 그리 불렀나 봅니다. 맹꽁이도 서로 소리가 다릅니다.암놈이 맹 맹 하면수놈이 꽁 꽁 울며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집니다.서로 만나서 짝짓기에 열중입니다. 우주 만물 음양의 조화인 듯합니다. 저 멀리서 난데없는 소쩍새도 웁니다.철이 달라져 이미 떠났어야 하는데훨씬 더 처량하게 들립니다.귀뚜라미 울음이 참 좋은 계절을 물고 옵니다.
하늘 여름 하늘이 이렇게 맑은 적이 있을까?하늘색 하늘을 치어다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참 예쁘다, 참 좋다, 가슴까지 시원하다...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에게맑고 깨끗한 하늘이모두 힘들 내시라고보내는 선물이 아닐까? 하늘이 참 예쁘다.잘 드는 가위로 흰 구름 섞인 부분을조심조심 오려 내어수취인은 사랑하는 이우체통은 그이 마음엽서라도 띄우고 싶다.'내 마음 한구석 오려 보냅니다'몇 자 적어서...
매미 매미는 말썽쟁이 엄마 말씀 안들어 맴매 맴매아빠 말씀 안들어 맴맴맴 맴매 엄마 매미 아기한테말 좀 들으라고 맴매 맴맴맴
꽃 나는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데꽃은 나를 기다리지 않고 핀다. 그대가 나를 사랑해 주기를 끝없이 기다리지만꽃처럼 그대는 나를 위해 피지 않는다. 꽃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은그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과 상관없다. 그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나는 꽃처럼 홀로 피면 될 일이다. 나 홀로 그윽한 향기로 피어난다면그대 아닌 다른 이가 나에게 다가오리라. 욕을 버리면 참이 보이는 법참되고 참되게 살아갈 일이다. 가신 임이 그리운 것은인생사 서로 오가는 정이라지만그리움이 지면 또 다른 달은 환하게 떠오르리라.
거울 인간에게는 두 가지 거울이 있다.하나는 행동의 거울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의 거울이다.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의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지는 못하지만어렵고 힘들 때마다 거울 표면에 입김을 불어가며 깨끗이 닦는다.그리곤 투영되는 자신의 영혼을 비추어 본다.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라 말한다.내가 당당히 21세기를 살아가는 힘은 내 부모님의 가르치심에 있다. 아울러 내가 내 영혼을 자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나를 바라보는 내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두 거울에 때가 찌들었다면 새벽에 길어 올린 맑은 물에모시 수건 빨아서 정성껏 닦
초여름에 철 이른 코스모스바람에 한들한들 철부지 나비는날갯짓 나풀나풀 아기 볼 뽀얀 살구햇살에 발그레 ※ 초여름에 써놓았던 동시를 올립니다.
마음에 있는 것들 마음은 산 자만이 가질 수 있습니다.그것에는 향기가 있고따뜻함이 있고포근함이 있습니다. 그대 머문 자리에서 그대 향기를 느낍니다.그대가 건넨 말에는 따뜻함이 있습니다. 그대가 안아준 품에는 포근함이 있습니다. 산 자가 가진 마음 뒤꼍에는 싸늘함이 있고분노와 증오와 섬뜩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마음 뒤꼍에 있는 것들일랑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은 마음의 나눔입니다.
오목렌즈잠이 안와 한참을 뒤척이다설핏 잠이 들었다.되지도 않는 꿈을 꾸었다.요끼에 오줌을 누고 담배를 물었다.신 새벽에 앉아 있는 내가 나인가?어쩌면 오목렌즈 촛점 앞에 조그맣게 맺힌 허상으로하루의 삶을 지고 가는 것은 아닐까?방 밖의 어둠은 열대야 그대로인데방 안에는 섭씨 22도의 냉기로 시원하다. 그것봐라.나는 내가 아닌 세상에서 사는게 맞지.더우면 더운대로, 있는대로, 보여지는대로 사는게 맞는데...본래의 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어야 한다.헌데 온갖 가식과 허울 속에서 꼭둑각시 인형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이제라도 렌즈
산을 짊어지고 살아온 삶 지리산 자락 남원이라는 곳에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신다.열여덟에 시집와 스물두 살에 청상과부가 되었다.가을이면 억새풀을 낫으로 베어 이엉을 엮어 지붕을 삶고잔가지 주워 모아 지게로 날라 겨울을 뎁히곤 했다.자식 둘 낳고 하늘로 간 영감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새끼덜 거두느라 평생을 산자락 머리에 이고 살았다. 자식들은 산자락을 떠나고 식구는 달구새끼 여나무 마리 검둥이 한 마리개울물에 빨래하다 잠자리 물에 빠지면 건져 주고 새끼노루 길 잃으면 업어다가 젖 먹이고 어언 칠십여 살 허리는 꼬부랑이 되었다.사람들
살다 보면 살다 보면 살아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고통이나 고난이 꼭 나만 선택해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아픔은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성장시키기도 한다. 운명의 파도를 헤엄칠 때 두려움을 떨친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혹여 고통의 시간을 지나며 죽음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수 많은 일들과 마주하며 흘린 땀과 눈물은 얼마나 될까?살다 보면 모든 것이 잊혀지고 사라지지 않았는가?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는지금, 여기,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이를온 마음으로 대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거다. 살다 보면 살아지고 사라지
정한수 북두칠성이 뒤꼍 샘물에 담기면어머니는 하얀 대접에 물을 담았다.대접은 부엌 북쪽 정갈하게 소지된 자리에 앉히고어머니의 기도는 시작된다. 그 시각북두칠성은 동서로 길게 흐르는 은하수 강물을 국자에 담는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칠성님께 비나이다 천지신명 하눌님께두 손모아 비나이다 더도 말고 둘도 말고그저 우리 자손들이마음먹은 일들일랑칠성님의 뜻과 같이잘 되게만 해줍소서 손바닥은 일에 찌들어소나무 껍질만큼 거칠어 지셨지만자식들 위하는 마음만은세상 어떤 것보다 부드러운 손길로칠성님께 치성을 드리셨다. 부엌문에 북두칠성이 걸치면쌀밥을
카오스 내 냉장고가 눈물을 흘려도나는 눈물이 나지 않는다. 내가 눈물을 흘려도 냉장고는당연히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냉장고를 믿었는데과연 냉장고가 나를 믿었을까?삼성이면 어떻고 엘지면 어떻겠냐차가운 장롱이면 그만이지. 세상 모든 것들은 독립 채산제이고그 안에서 자신의 냉장고를 관리하는 것이다. 할 수 없이 하는 쓸데없는 수많은 짓으로인간들은 잘도 살아간다.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혼돈이다.커다란 혼돈 이후 빅뱅이 생겨나듯카오스 이후의 세상에는 코로나 19의 창궐을 막을 수 있을까?어둠
내가 너를 너를 얼만큼 사랑하냐며는호수에 떨어지는 빗방울만큼 예쁘게 피어나는 연꽃에빗방울이 떨어져새하얀 꽃잎에 닿을 때네 이마에 입 맞추고 아침을 맞이했으면 좋겠어. 우산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처럼네 마음을 두드리고 싶어 내가 너를 두드릴 때마다네 마음이 열려비 갠 하늘에 해맑은 햇살이 비추듯환한 웃음으로나를 맞이하면 좋겠어. 너를 얼만큼 사랑하냐며는그 하늘을 수놓는 하얀 구름만큼 바람이 구름을 흩어 놓아도구름은 하늘에서 뛰어놀듯내 마음도 네 안에서마음껏 뛰어놀고 싶어
미련 생명을 가진 모든 것 가운데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것들이 존재할까?아프지 않고 열리는 열매가 있을까? 나무에 상처를 주면 껍질이 뭉치고 줄기를 보듬어거죽의 상처를 스스로 치료한다.씨앗이 맺혀 영글어 가려면생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견디며 꽃이 피고수많은 바람과 비와 천둥과 번개를 견디고 난 후비로소 자손을 번식할 열매를 맺는다. 내가 살아온 자취를 되돌아보아도여기저기 수없이 많은 통증을 달고 살았고기막히게도 수많은 통증을 스스로 견디고 치료하며 살았다.인간에게 오는 모든 병은인간 스스로 자기 몸뎅이를 학대함에 비롯된다.암이라는 녀석
하트 만들기 사랑의 모양을 만들 때엄지와 검지를 살짝 비틀기도 하고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합하기도 합니다.혹은 손 날을 뭉쳐서 만들고머리 위로 두 손을 올리기도 합니다.혼자 그리는 하트는 마음이 시켜야 하고둘이 그리는 하트는 두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두 사람이 왼손과 오른손을 올려 만들면두 사람 얼굴에 미소도 따라옵니다. 라일락 이파리가 하트 모양이고초롱꽃 이파리도 하트 모양입니다.금낭화 예쁜 꽃은 하트 주머니풍선초 씨앗에는 하얀 하트를 넣었습니다.들판에 흔하디 흔한 냉이 씨앗이 하트 모양입니다. 자연은 인간에게 서로 사랑하라고수많은
마이애미, 그리고 세월호 그날도 평소와 다름 없었다.플로리다 다운타운을 벗어난 지하철은내 마음처럼 무심히 앞으로 갔고나는 지하철 객차처럼 아무 생각 없이 마이애미로 향했다. 그 날은 기분이 매우 업되어 있었다.내년에 고3이 되고 아마 이 여행을 끝으로 입시전쟁의 전사가 될 것이다.300여명의 설레는 마음이 모여서인지연안부두 잔잔한 물결에도 배는 더 출렁거렸다. 죽음은 그렇게 다가오고 있었다.아무도 모르는 죽음의 시각은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지만마이애미의 죽음과 세월호의 죽음은 인생이라는 x축에억울함이라는 y축이 만나는
홀로 쏠로 홀로라고 모두 외로운 것은 아니다.쏠로라고 늘 고독을 베개 삼아 잠드는 것이 아니듯 밀림보다 울창한 인생길은누구나 혼자 걸어가는 여정이다.가끔은 날 위해 피어난 듯한들꽃을 만나고청아하게 지저귀는 새들의뮤지컬 잔치에 초대받기도 한다. 홀로는 폭풍이 몰아치는 날도아픈 날도 견뎌야 하는 자유이자 설움이기도 하지만자유의 사고가내 영혼을 정화 시키고내 마음을 살 지운다. 나의 홀로가 너를 만나는 행운이내게 찾아온다면내가 간직한 자유를네 가슴 한 아름 안겨 주고 싶다.
인생 산다는 것은 너와 내가 부대끼며 길을 걷는 것인가 합니다.부대끼며 함께 하는 시간의 밭을 일구는 것인가 합니다.홍시를 좋아하시던 어머니께 두서너 번 드린 적이 있지만‘찾아가 반길 이 없으니 그를 섪다’고 노래한 박인로님의 글귀도 떠오릅니다. 걸어온 길은 참으로 험난했습니다.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갯길도 있었고칠흑같이 어두운 밤길도 있었지만가끔은 동이 터 오르는 길도 만났고달콤한 바람도 맞았습니다. 오늘도 그리 넉넉한 삶은 아니지만이만큼 이나마 사는 것은그동안 걸어온 길에 흘린 땀의 결실이겠지요.땀에는 조밥과 술찌기미를 함께한
지나가다 멈춤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이게 한다.또 다른 멈춤은 죽음을 의미한다.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는교통 캠페인도 생각난다.지구에 있는 삼라만상을 포함한우주의 질서는 지나감에 있다. 하늘에는 날짐승이 지나가고비행기도 지나가고구름도, 바람도, 해도, 달도 지나간다. 땅에는 물도 흐르고수많은 차들도 흐르고사람도, 시간도, 생각도, 인생도 흘러간다.촘촘히 가는 게 아니라 헐렁하게 흘러간다. 지나가지 않으면 흐르지 않고흐르지 않으면 썩어 간다.지나가는 것은 성장을 주고 죽음을 주고 망각을 선물한다. 지나가는 모든 것을 위하여
유월 여름아 여름아기다리던 여름 문이 열렸다.신록은 짙푸름으로 피어나고금잔화 노란 융단은 길어깨 너머 가득하다. 익어가는 살구처럼 풋풋했던그 애는 영영 나를 잊었나보다.나 역시 유월이 와야만간간이 떠올리곤 하지만... 돌돌돌 흐르던 실개천빠가나 꺽지도통통하게 살이 오르고여인의 부끄러움을 보이는 청보리밭은 어린 왕자의 여우가 생각나겠다. 터질 듯한 청춘이 무르익듯복상이며 자두도 속살을 찌우고풍요가 알알이 백이는 계절 서툰 기타 선율일지라도그리움 가득 담은 노래라도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