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 이세돌 9단 은퇴에 부쳐어째서큰 자들은, 정말 큰 그릇들은저래 작고 비리비리하고 오종종하고꾀죄죄할까, 그게 더 멋지다 거기에 엄청 긴 손톱한 돌 두 돌 세 돌부드럽게 비틀어 가는 데야마치 노래처럼실바람처럼 꺾더라, 밟아 버리더라왜, 또 중국 구리를 깨러 갈 때는어린 딸내미까지 등에 업고시장 보러 가듯동네 목욕탕 가듯 건너가지 않았냐'나는 그 누구한테도 자신이 없습니다질 자신이, 아,'그 목소리까지도영락없는 아줌마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데야우리 같은 똥파리들께는세계 최강 그대가 언제나 기쁘다더구나 갑자기 다 때려치고 은퇴를
토우(土偶) 윤한로푹푹,손가락으로눈 뚫고코 뚫고입 뚫고귀 뚫고아니야아 하며그래애이 하며개떡 먹던 입으로무녀리 님 부르는 듯노래하는흙 악사들어도 들어도질리지 않네 시작 메모벌건 진흙 짓이겨 눈구멍, 콧구녁, 입과 귀 거칠고 투박스럽게 그저 푹푹 뚫었을 뿐, 그래놓곤 그게 노래하는 악사라는데, 마치 못생긴 님 부르는 듯, 아니 새 부르는 듯, 꽃 부르는 듯, 돌이나 바람 따위 부르는 듯, 뻔드레하지 않아 그 노래에 푹푹 빠지네.
촛불 4 윤한로그때춘원의 을 읽고 울었다춘원 이광수가 일제 앞잡이 매국노인지도 모르고아아, 무정이일제 앞잡이 매국노가 쓴삼류 연애 짜가 소설인지도 모르고그건애국자 심훈 선생한테애국자 심훈 선생 진짜 시, 한테오오, 그날이 오면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한테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한테큰 빚을, 도저히 갚지 못할크나큰 빚을 진 게다이제 그 아픈 시 읊조리매촛불, 더 밝히고더 흔들어야 하리더 외쳐야 하리더 부르짖어야 하리둥둥 둥둥 둥둥저 심훈 선생 살갗 가죽 북 치는 심정십분에 일, 백
말 윤한로암탉이 달걀을 품듯마음 그윽 말품을 게지걍,말을 뒤틀고말을 조르고말을 때리고말을 후려패고말을 채찍질하고말을 부수고말을 짓밟고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서싸가지 없는 후배들이여!불쌍한 말이여!말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시작 메모왜 그렇게 썼냐고 하니, 남들하고 달리 보고, 달리 듣고, 달리 생각하고, 달리 느껴 그렇게 됐다아? 차라리 걍, 그게 그냥 그래서요 하고 말지. 요즘 시집들이 배달 오면, 새로운 시들이, 말들이, 시어들이 밀려오면 힘겹다. 읽을 생각을 하면 덜컥 소화가 안된다. 그네들 사상과 감성과 상상력 떼거리들과 또 한
종이컵 동시 윤한로찌질하다고존만 하다고개무시당하는 날내 마음되려 맑데요왜냐하면실제, 난 존만 하고 찌질하고또 우울하니까요확 찌그러져선피슬피슬 쪼개는데내 맘 그거이갈 은행구린내 같다고나 할까엄청 맑더라구요 시작 메모이즈음 옛날 내 동시 ‘분교 마을의 봄’ 같은 또는 는 먹히지 않는다. 까지는 몰라도 니 까지 세게 가야 한다. 젠장할, 그거이 난 끽, 종이컵 동시다.
발 윤한로산티아고개똥 길십팔일 차입을 봉하고학식도 언변도 지식도 지혜도히쭈그레한 마음도 봉한다비옷 뒤집어쓴그림자 따위싹 봉한다풀에 걸려 넘어질 듯무투름, 이지러진 발진종일고된 발 묵상발 기도발 피정이하염없이 기쁘다애법 성인이라도 된 양 시작 메모알베르게에 도착하면 발부터 씻어 주고 닦아 주고 주물러 주고, 가슴팍까지 끌어올려 껴안아 준다. 발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마음이다. 무투름, 이지러진 발아, 너만은 실컷 잘난 체해도, 교만해도, 오만방자해도 된다. 가장 높은 곳이 아닌, 가장 먼 곳을 향한(교부들은 그곳이 또 가장 가까
촛불 3 윤한로 풀잎 속에촛불이 타오르고 있었구나촛불 속에서풀잎이 일렁이고 있었구나그래서그래서촛불은 꺼지지 않는구나그래서그래서풀잎은 또 죽지 않는구나정의는, 진실은썩어문드러지지 않는구나 시작 메모쓰러지면서 쓰러지면서 일어서던 풀잎의 시간을 넘어, 타오르고 또 타오르며, 밝히고 또 밝히는 촛불의 시대로 왔다. 그 시절 나는 억눌리고 짓밟히던 풀잎은 아니었다. 사람들한테 그게 늘 미안했는데, 이제 촛불의 시대가 속죄처럼 왔다. 다시는 내 정신 그대로 썩어 문드러지게 두지 않으리.
풀 윤한로 칼이여, 그대무지막지를 아는 순간그댄 이미한없이 무디다그러니놓아라 시작 메모때리면 맞고, 밟으면 밟히고, 또 때리면 또 맞고, 또 밟으면 또 밟히고, 나 또한 일어나고 일어나리, 늬들 다 자는 밤 나 늬들, 밟고 또 되밟으리.’ 2013년 겨울에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쓴 풀이다. 풀 1, 풀 2, 풀 3, 풀잎, 잡풀 여러 차례 풀을 썼는데, 가장 맘에 든다. 나아가 김수영 시인의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빨리 일어나는’ 풀보다,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라는 박성용 시인의 풀잎보다, 이 시가 훨씬
촛불 2 윤한로나개와 돼지처럼살고 싶지는 않아나간다나 이제야 알았다순수와 참여 중, 순수보다 참여가백배는 더옳다는 걸백배는 더아름답다는 걸백배는 더덜 불순하다는 걸나개돼지처럼쓰고 싶지는 않아나간다 시작 메모촛불에 대부님이 같이 나가기로 했는데, 며칠 전에 시술을 한 눈이 한 쪽 갑자기 보이지 않아 함께하지 못했다.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연락이 왔다. 그러며 한 시인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내왔다. 칼이 풀잎의 목을 꺾었지만 칼이 풀잎을 이긴 것이 아니라고, 칼은 풀잎의 뿌리를 보지 못했다고, 칼이 풀잎을 이긴 것 아니라 풀잎이 칼을
굵고 뜨거운, 그대 촛불의 꿈―김문영 글지의 시집 『촛불의 꿈』 발간에 즈음하여 윤 한 로 1그대온갖 부정부패와 거짓, 모함, 불공정, 억압들이 설치는 사회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마저 무너뜨리는 현실에시대는 분연히 촛불을 들었다했다주름지고 거친 손으로 움켜잡은 촛불과 어리고 여린 손으로 꼬옥 쥔 촛불이 만나 세상을 밝혔다했다, 그리고정의와 진실, 양심의 거대한 외침은마침내 정권을 바꿨다했다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역사의 대변혁을 일으켰다노래했다아, 그러던 촛불은한때 한갓 꿈허무한 바램에 지나지 않았을까적폐와 모순, 허위, 부패는다
촛불 - 매형에게 윤 한 로그곳에가고 싶다들고 싶다외치고 싶다진실과 정의 막,북받친다나아무것도 아니지만네까짓게 뭐냐 하겠지만나아무것도 아니기에아, 하늘엔 예쁜 별그 아래 애들키만큼귀밑머리 눈썹 달 하나 시작 메모내 비록 머리 허연 노땅이지만 촛불 드는 토요일이면 그곳에 가고 싶습니다. 들고 싶었습니다. 밝히고 싶고 너무 외치고 싶습니다. 보자보자 하니까, 오냐오냐하니까, 저들, 이대로 있으면 도무지 안 될 것 같습니다. 시대가 아무리 타락해도, 막 가도, 기름져도 진실과 정의, 무엇보다 양심을 지니고 사는 언년이 언놈이들, 끓는 피
병신춤 윤 한 로나뒹굴 듯 추랴고꾸라질 듯 추랴궁구를 듯 추랴팽개칠 듯 추랴피 토하듯 추랴배 가를 듯 추랴기막힌 듯 추랴막돼먹은 듯 추랴새 쫓듯 추랴밭 매듯 추랴절구질하듯 추랴나무하듯 추랴똥장군 지듯 추랴용두질하듯 추랴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듯 추랴멍석말이 둘둘 말리듯 추랴접시물에 코나 박고칵, 죽어 버릴라 추랴먹고 자고 싸고울고 웃고 굶고절룩이고 기고 잘리고 떨어지고뜯기고 채이고 뽑히고꺾이고 터지고 깔리고맞고 잃고 뺏기고 깨지고들이 몽땅 춤이랑게아, 깨춤 절로 나듯 추랴바가지 얼굴, 밴댕이 배창새부지깽이 고무래 팔다리 훠이 훠이이
시 도깨비 윤 한 로홍두깨니 신발짝이니 빗자루니 고무래니몇십 년 묵으면사람 마음 배기고욕심 배기고 때도 묻어도깨비가 된다던데밤중만치 괜 사람 홀리고방구들장 뽑아 던지고밥숟가락이며 솥뚜껑이며 요강단지며동당이 치며 심술부린다던데글이니 시니 이런 것들도몇십 년 깔짝거리다 보면웬, 기쁨에 슬픔에 아픔에절망까지 쪽쪽 다 빨아먹어 마침내즤 시가 저한테 씨름하자 들고홀리려 들고 밤새 쿵쾅거리며깨부수고 흐트러뜨리고산내끼로 칭칭 묶듯 묶어 놓곤노래시키고 얘기시키고난장판을 치는 데야도깨비보다 더하면 더했지빗자루니 똥막대기보담 별 것도 아닌 주제가 시
홍어 윤 한 로코를 비틀어 쥐곤눈살을 찌푸린다입천장 홀락 까지는빌어먹을 맛폭삭 썩은 지스락 뒷간두 가랑이 벌리고 쭈그려 앉았습네나여,여,염병할 맛우라질 맛진종일 뺑이친 날이면왜 이다지 땡기누 시작 메모아들내미한테 홍어 좀 가르치려 했는데 코를 비틀어 쥐고 근처도 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만은 아직 안 된다. 달콤한 맛, 고소한 맛, 기름진 맛, 향기로운 맛만 알았지, 가식과 허영과 기교, 그런 졸렬한 맛만 알았지, 그 몹쓸 맛, 그 빌어먹을 맛, 그 깊은 맛, 그 옘병할 맛, 아리고 쓰린 그 참된 맛 모른다. 아즉 눈 뜨지 않았다.
세미나 윤 한 로왜, 사람들 방구석 같은 데 뫄 놓고 잘난 체 이빨 까는 게 싫여또 그 앞에 빙 둘러앉아 홀짝홀짝 차를 마시며마냥 헬렐레하는 것조차도 너무 싫여마침내 안 되겠다, 이쯤 찌그러져얐다오줌 누러 가는 척 자리를 뜬다별이 반짝이는 하늘, 그러나 밖은 너무 춥다무얼 빨러 나 여기 쫓아왔나늦은 밤 집에 돌아갈 수도 없는 깊은 산사진실은 히쭈그레 추운 데서 벌벌 떨며 뼈저리게 후회한다 쌍욕도 할 수 없고어쩔 수 없어라, 그리하여 진실은바람과 구름 별과 나중에는 오동나무나 담벼락이런 것들과 얘기를 할 수밖에비록 아무도 알아 주진
아점* 윤 한 로오늘도 들꽃5단 눔꽁수에 속아반 집 깨졌다반 집 깨지는 날은내 영혼진종일맛이 간다해는 똥구멍에 떴건만아점부터빌어먹을, 이야말로 큰 가난 별 고통 겪지 않은나라는 놈에 말로려니그림쟁이 최북이는, 그깟 눈 한 짝 필요 없소 푹 찔러 멀게 하곤 미천하기 이를 데 없어라 깨끗하기 이를 데 없어라, 개눈알 박았다똥구멍이 찢어져라 궁핍했건만 그나마도 자기 배에 얼마나 기름이 끼었다고 생각했으면 * 아침 겸 점심으로 먹는 밥을 일컫는 신조어. 시작 메모영조 때 기인 화가 최칠칠 최북, 그 최북으로 시를 쓴 적 있다. 잘 쓴 시는
별, 벨라뎃다 윤 한 로저년은나쁜 년저년은못된 년저년은교만한 년그러나 그래서 제 삶은 오히려늘 기쁘고 고맙고 아름답기그지없었습니다그 누구보다도 시작 메모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하기 전에, 프랑스 남쪽 시골 루르드에서 사흘 머물렀다. 거기는 160년 전에 가난하고 미천한 물방앗간 소녀 벨라뎃다한테 성모님이 발현한 곳이다. 아아, 하필이면 너 같은 거한테. 벨라뎃다는 사람들로부터 갖은 시기와 질투, 모함과 모략을 받는다. 그 후 수녀원에 들어가 자신의 삶을 수도자로서 봉헌하는데 거기서도 숱한 핍박과 멸시, 미움, 비난을 받는다. 뿐만 아
갸 - 사다모토에게 갸는 그대처럼아름답게 쓰질 못한다갸는 그대처럼깜짝 놀래킬 줄도 모른다갸는 그대처럼째지게 즐겁거나, 째지게 재미있게사람들을 홀릴 줄도 모른다갸는 그대처럼 지적 자극인지나발인지 도통 불러일으킬 줄도 모른다갸는 애오라지굵고 뜨겁게 살아갸는 애오라지굵고 뜨겁게 아파하고갸는 애오라지굵고 뜨겁게 울고갸는 애오라지굵고 뜨겁게 외치고갸는 애오라지굵고 뜨겁게 쓸 뿐, 싸울 뿐 갸는 아직썩어 문드러지지 않았을 뿐이다 시작 메모저번 날이다. 사다모토라는 일본 애니메이터 하나가, 평화의 소녀상과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를 놓고, 더러
임방울 윤 한 로 다른 거 볼 필요 없고임방울 님 토끼타령 보면어디선가 토끼란 놈 술에 다뽁 취해 앗뿔싸, 용왕더러 그만 ‘여 여, 용겜이’라 해 버리는데또 어디선가 자라란 놈은 호랭이 앞에 기가 막혀죽기 살기로 호랭이 알불을 칵, 깨물어 부리는데아무튼 먹고 자고 싸고 뒹굴던저 아름다운 쌍놈 말 쌍놈 얘기하늘 같은 쌍놈 마음잘도 냈네 잘도 썼네 땅바닥에 지게작대기로 쓰드키염병할 거이 좋구나우리 방울이 성님 도대체똥이란 똥 훌, 몇 바가지나 자셨길래씨부랄 거이 좋구나그러니 이제 어디 어디 어디서 나온누구 누구 누구들 뭣 뭣 뭣만 읽지
타인 윤 한 로 나는 나 자신그러나 지금 그대 또한그대 자신아니 나 자신보다더욱더, 뱃속 깊이나 자신이어야만내 눈에 비친 그대 웬지너무나도 싫기 때문역겨웁기 때문한 떨기이슬방울같기 때문 시작 메모에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신다’는 건, ‘님이 날 역겨워한’ 게 아니라, ‘내가 님을 역겨워한’ 거구나. 또한 ‘즈려 밟는다는’ 건, ‘님이 나를’도 아니고, 순전히 ‘내가 님을’이었구나. 소월은 그걸 거꾸로 썼을 뿐이구나. 안 그러면 그렇게 ‘진달래꽃처럼’ ‘사뿐히’ ‘즈려 밟을’ 수야 있겠는가. 우리 마음에는 역겹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