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누구는 자박자박 이랍디다.누구는 빈대떡 지지는 소리랍디다.빗소리는 저주파라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말도 합디다. 비가 내리는 어둠 속에 있습니다.사위가 어두운 곳에서는 누구나 겸손해질 것 같습니다. 골짜기 물소리가 조금씩 크게 들립니다.스스로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봅니다. 어둠 안에 갇히는 행운은 그리 흔한 경험이 아닙니다.혹여 날이 맑았으면 별을 보았을 수 있을 거라는쓸데없는 바램도 해봅니다. 비가 내리면 마음이 내려앉아 차분해지는 건빗소리가 내 마음에 내려앉기 때문일 것입니다.나팔꽃, 유홍초가 꽃눈을 닫았지만당신을 향한
허무 빌 허, 없을 무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빈 공간빈 곳이라면 공간이 존재하지만죽음은 공간조차 존재하지 않는 곳이지요. 오늘 오랜 친구 상을 당해 문상을 했습니다.여럿 친구들이 왔다지만 그 무슨 소용이랍니까?소용없는 일이지요.그래도 먼 길 떠나는 녀석친구들 배웅이 외로움을 덜 수 있을런지요. 언젠가는 떠나는 것이세상 이치라지만그놈의 언제가 언제인지 모를 아쉬움이 남습니다.그 언제를 위해 짧은 순간도 나 아닌 이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죽음은 허무입니다.움도 싹도 나지 않는 곳이지요.시공을 초월한 허무의 세상이랍니다.
향연 가을의 문턱이 멀지 않았나 봅니다.아직 낮에는 햇살이 뜨겁습니다만해만 너머가면 찬바람이 솔솔 붑니다. 아직은 뜨거운 한낮에 숲에는 잔치가 벌어집니다.어떤 놈은 맴맴맴또 다른 놈은 찌르르르 찌찌르그 옆 녀석은 오앵오앵 왱왱왱소리진치가 벌어집니다.멀어지는 여름을 붙잡으려 힘차게 웁니다. 찬바람이 시작되는 저녁입니다.그녀석들이 절기 오가는 것도 아는가 봅니다.말복을 기다렸다는 듯이 밤의 잔치를 엽니다.어떤 놈은 귀뚜루루 뚜루루또 다른 놈은 뚤뚤뚤 뚜루루축대 밑에 다른 녀석은 갸갸갸 을을을? 가을?가을이 어서 오라 자기들 만의 잔치가
노을 무슨 사연이 그리 많은가?온통 한스런 삶을 살아서일까?마지막 불꽃을 천지사방에 토해내고그렇게 잠들어가는가? 너의 하루는 나의 일생가슴 속에 남긴 말 못할 곡절일랑바닷바람에 훌훌 털어 봄이 어떠한가?붉은 노을에 실어 보냄이 어떠한가? 생과 사는 종이 한 장보다 얇은 간극살았다 산 게 아니요죽었다 죽은 게 아님을이 한밤 지나면 태양은 다시 떠오르지 않던가?
그 애 열 한살에 알던 그 애열 일곱에 만난 그녀예순 넘은 나이에 소식 들었네무슨 이유인지 밤새 뒤척이다가그 이유를 알았네그 밤은 잠깐 열 일곱살 이었네.
연꽃 이만한 순결이 다시 있을까?진흙뻘에 온몸을 담그고여름을 밀어 올려 정성을 다하였구나. 연분홍, 순백의 빛으로 환하게 웃어주는부처님의 마음을 전하는 꽃꽃 한가운데는 황금으로 수 놓은 듯겸손에 화려함을 더하는구나. 지은 죄일랑 속세에서 빌고 빌어다음 생에는 연꽃을 밟고 태어나는부처님의 자비를 빌어 본다. 일간 세미원에 다녀와야겠다.
나잇값 나이에 값을 먹이자는 게 아니다.나이를 먹으며 스스로의 행동에 값을 먹이라는 말이다. 건강이야말로 부귀영화에 비할 바 안되는 나잇값이다.추하게 오래 사는 것은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일이다.늙음은 걸음에서 부터 온다.걸음걸이 마다 똥꼬에 힘 팍 주며 걷자. 친구한테 잘하자.화성의 공전주기는 686일이다.지구의 1.87배이다.화성에 인간이 산다면 화성에서 10년 살고 왔을 때지구는 약 20년이 흐른다.거의 모든 친구들이 화성의 근처 별이 되었을 것이다.얼마나 외롭겠는가?나잇값에는 외로움을 견디는 것도 포함이다. 꿈과 사랑을 갖자
추녀밑 원숭이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있나요?대목장의 사랑을 달콤하게 먹다가더이상 나올 꿀물이 없으니까그동안 모아둔 사랑의 꿀단지를 들고 야반도주한 여인에게이승의 업과 내생의 업 모두를머리에 이고 살라고대웅전 추녀를 바치게 했다는 전등사 전설 사랑의 색깔은 변하나 보다.핑크 로맨스 카펫 위에서 노닐다가잿빛 하늘에서 쏟아지는 소나기로 변하고너 없으면 죽을 것 같은 홍역을 앓다가너 때문에 죽을 것 같은 숨막힘이라니. 사랑하지 말자.있는 그대로 놓아두자.시간이 가면 꽃은 지고, 해는 기우는 법상처받지 말자.마음의 상처는 약이 없으니 사랑하
흔적 사람이 산다는 것은 흔적을 남기는 일입니다.남겨진 흔적은 추억이 됩니다.때로는 아픔이 되기도 합니다.시간이 흐르면 지나온 자취는 흐려집니다.어떤 일은 더욱 또렷해지기도 하지만요. 시간에만 흔적이 남는 것은 아닙니다.내가 지나온 공간에도 수많은 흔적이 남습니다.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에서 가슴에 남은 흔적은 치유하기 어렵습니다. 작은 새 한 마리가 물을 쪼다 물가에 남긴 발자국처럼나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도 너에게 오랜동안 남을 상처일 수 있습니다.나의 흔적이 너에게 상처로 남지 않으려면 발걸음 걸음마다 살피고 조심할 일입니다.
사랑의 무게 누가 더 사랑하는가? 라는 질문이 문제가 될까?사랑의 무게를 저울로 잴 수는 있을까?사랑의 온도는 뜨거운 것일까? 나를 사랑하느냐?얼마 만큼 사랑하느냐?사랑이 식었느냐?진심으로 사랑하기는 했느냐? 사랑을 측정하려는 순간 사랑이 아니다.사랑을 무게로 알아보려는 순간 사랑이 아니다.사랑은 본질 자체다. 사랑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내가 더 사랑해야만 너도 나를 사랑하려는 노력을 더하는...사랑은 수학적 공식에 대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왜 사느냐고 묻는것 같이왜 사랑하느냐고 묻는 것이 어리석음이다. 사는 데는 조건이 없다.그
길 2 제발왜 사냐고 묻지 마세요.당신은 왜 사는데요? 차선이 꽉 막힌 길을 운전해 보셨지요?옆 차선 차 몇 대가 나보다 잘 빠지면조금만 틈이 생기면 잽싸게 차선을 바꾸신적 있으시죠?길을 바꾸자마자 조금 전의 길이 술술 잘 나갈 때요. 미래의 인생길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아무도 한치앞의 길을 알 수 없잖아요.가던 길 그냥 가다 보면 앞이 보이지 않던 인생도 조금은 술술 풀릴 때가 있겠지요.탄탄대로 인생길을 쭉쭉 잘 달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내가 가야할 길을 모르는 것도 매력적이지 않나요?가다 보면 굽은 길도 지나가고꽃이 만
길 1 나이를 먹으며 늙음으로 가는 길은누구나 처음 걷는 길이다.너와 함께 그 길을 가고 있는 나는 참 행복하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나도 너도 등에는 외로운 짐을 짊어지고 간다.내 짐을 네가 덜고 네 짐을 내가 덜어 가는 그 길은 짐이 훨씬 가벼워진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땐너에게 말하며 그 문제의 답을 스스로 찾는다.너도 힘든 일이 있을 때 나에게 말해줘라. 처음 가는 길너랑 박자를 맞추며발자국을 내딛는 걸음은더욱 가벼워질 것이다.언제까지 얼마나 걸을런지 모르지만나는 너랑 같이 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