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 윤한로들창 두 개 난 오막살이에늙은 어머니와 단 둘맨발에 너덜너덜한 옷백치 청년 므이쉬낀이 사랑한백치보다 훨씬 더 어리석고더 가난하고 더 못난훨씬 더 백치인 마리남에 집 빨래하고 소 치고겨우겨우 밥 빌어먹지만어느 날 사기꾼 놈팡이한테 엮여 따라갔다간바로 채였지만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보잘 것 없다라고 생각하는그것으로도 큰 은혜라 생각하는백치보다 훨씬 더 고결한 아가씨 마리니까짓 것들이 뭐냐, 니까짓 것들이 뭐냐애시당초 이런 마음은 손톱만큼도 먹질 않아마침내 애들이 좋아하고우리 주인공 백치 청년이 사랑했네새들이 좋아하고풀 나무
시창작 교실 6 윤한로마음이 개 같으니차라리 시가 깊고 어둡고짧다그런데 마음이 깊고어둡고 절실하니오히려 시 개 같구나역겹다 길다 진즉 알았어야 했건만알면서도 그건 내가 나한테자꾸 속는 거다 속이는 거다만지면 만질수록 덧나는 게다 시작 메모앞으로 고요니 고민이니 진실이니 진지함이니 그리움이니 외로움이니 따위 없이 이것저것 개 같은 마음먹어야겠다. 우리는 왜 쉽게 보지 못할까. 쉽게 듣지 못할까. 쉽게 느끼고 생각하지 못할까. 지금 우리가 뭔지 자기 자신한테 크게 잘못하고 있지나 않을까.
미디어피아 '코로나 이겨내기' 에세이 공모전1등 수상작, 이주형님, '소통의 부재' 누구나 초등학교 시절 내가 상상하는 100년 후 미래의 모습 포스터를 그려봤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당시 과학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미래는 모두가 행복한 유토피아가 도래할 거란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본인은 절대적인 디스토피아 옹호자였기 때문에 대기 오염과 질병 등으로 마스크와 방독면을 착용하고 다니는 미래인의 모습을 그려내곤 했다. 그런데 100년, 50년 이후도 아닌 지금, 벌써 디스토피아가 올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거리에 나올 때마다
미디어피아에서 개최한 ‘코로나 이겨내기’ 에세이 공모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코로나, 우린 함께 이겨낼 수 있습니다’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에세이 공모전으로 작품을 제출한 참가자들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큰 힘과 용기를 얻었다. 공모 마감일은 7월 31일로 만 19세 이상의 성인들이 참여하였고 한 달여간의 모집 기간 동안 300여명의 시민들이 공모전에 참여하였다.미디어피아에서 제공하는 양식으로 공모 신청을 받았으며 다시문학 편집 위원의 공정한 심사를 거쳐 1등 1명, 2등 1명, 3등 2명과 그 외 10명을 선정하였다.상금은 1
가난을 위하여 윤한로골방 들창에 비 구죽죽 내리고이런 날은 죽치며사타구니 쓸며 쓸며 또다시도스토옙스키 그 가난 음울 음미한다어떤 선도어떤 진실도어떤 아름다움도가난을 이기지 못한다당할 수 없다무슨 무슨 대사상도무슨 무슨 대지혜도무슨 무슨 대문학도가난을 이기지 못한다누르지 못한다 감히이겨서는 안 된다썩어 문드러진 세상에유일하게 깨끗한, 거룩한 가난거기에 폐를 쥐어짜는 병까지 곁들이다니도스토옙스키, 비참 그 앞에 서면장황한 사변 그만 다 내팽개치곤감상 감정 격정에 빠져 버리고 만다찌질해지고 만다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옳구나구죽죽, 영원히
녀석 윤한로구죽죽 비는 오고마루 밑창 속죽치는 날이로구나컹컹 짖을 염도 없이저 고뇌에 빠진고민에 가득 찬그리움에 사무친진지한 절실한 열렬한 치열한실의에 빠진허랑방탕한 모조리 탕진한 듯한수염 난 녀석이여시인 박사 교수 기사님 같고농부 어부 술꾼 투사 배달부 같고사무원 약초꾼 양봉업자 같고중학생 대학원생 문학지망생도 같고연인 노숙자 큰처남 작은처남도 같고진종일 뺑이 친 듯한실연당한 듯한빵에 갔다 온 듯한좀 불완전한 듯이좀 부도덕한 듯이다 털어먹은 듯이 말아먹은 듯이보면 볼수록 나 같다가 나 같잖고너 같고 그눔 같다가너 같잖고 그눔 같잖
산티아고 윤한로우리보다 게으르고우리보다 탐욕스럽고우리보다 무지하고 무식하고우리보다 겁 많고 연약하고우리보다 졸렬하고 말도 많고우리보다 뻔뻔하고더 가난하지도 않고더 진실하지도 않고더 깊지도 그윽하지도 않고더 굵지도 거칠지도 않고더 뜨겁지도 차지도 않고더 크게 잘 나지도더 크게 못나지도 않고따지고 보면거개가 그렇고 그런온통 거기서 거기인저 말대가리 성인이여끊임없이 교만하고끊임없이 비열하고 비굴하고끊임없이 누군가를 미워하고끊임없이 돌아가려 하고 때려치려 하고그러나 그대 그래서세상을 이겼구나 밟았구나터덜터덜, 어느 날 문득, 저도 모르는
시창작 교실 5 윤한로점점기술만 부리고아, 시랄 것도 없는 시그저 끙끙굵고뜨겁게쓰고 싶다누고 싶다길동이나처럼시작 메모워즈워드가 말하길 시골 사람들 말은 힘이 있다. 시골 사람들 말은 시적이고 철학적이다. 시골 사람들 말은 꾸밈없고 소박하고 사치와 허영에 물들지 않아서 그렇다. 가녀리게 자꾸 졸렬하게 가다듬을 필요 없다. 나도 시골에 산다. 그러니 굵고 거칠게 가자.
종부 성사 윤한로곧 팔도 다리도 머리도마음까지 못 쓰는 시간이 오겠지옷도 못 입고 내 맘대로 밥도 못 먹고똥오줌 못 가리고시도 못 쓰고 못 읽고웬 안경을 밥 숟가락이라그걸로다 밥을 떠먹으려댁들은 뉘신가요사랑하는 아내도 아들도 친구도다 잃은 시간다 떨어져 나간 시간마지막 기도, 믿음도 다 떨어져 나갔구나죄도 고하지 못하는구나무엇이 어떤 죄인지조차 홀라당 알 배 없는데그래, 이제부터다 우리 영혼 그 누구보다 밑바닥맑고 착하고 자유롭다집도 절도 없지만 모든 곳이 다 집이어라버스도 타다가 전철도 타다가나도 타다가 바람도 타다가걸레 스님보다
습작 노트 4 윤한로얼마나 잘버려야 하는지얼마나 잘죽여야 하는지알고 나니내 바둑은 한층 세졌다 깊어졌다실패한시처럼망가진인생처럼 시작 메모요즘 내 발은 춤추는 것보다 걷는 게 좋더라. 맹숭맹숭하니 목적 없는 것들보다 조금이라도 목적 있는 것들이 좋더라. 순수보다 참여가, 실천이 훨씬 좋더라. 늬들! 이젠 속지 않는다.
귤 윤한로웃기는 짜장면들, 자꾸 씨팔이니조팔이니 찾지만검정 비닐봉다리 하나구슬프구나 그 속엔 막상작고 시금털털한 것들울퉁불퉁한 것들, 연약한 것들볼품없는 것들방구 냄새나는 몇 푼 안 되는 것들애오라지 허접스레한 것들뭐 굶어 죽거나 큰 아픔큰 불행 따위 있는 건 아니나어디 가서 쪽도 못 쓰는 것들오오냐, 얘들아, 이제 곧 가마끽해야 똥골목 한가운데 갈짓자휘젓고저 누비고저도대체 오늘 하루이보다 누가 더 진실하냐더 깨졌냐 지쳤냐누가 더 잘 쓰냐또 씨팔이니 조팔이니 찾을지언정저들 위하고픈 마음나 불쑥 성호를 긋네 시작 메모오늘도 내 화살기
가재골 편 윤한로낯도 뉘렇고입성도 헐렁하고시골 내려가서 산다니까 어쭈,시 많이 썼겠네요이런 말이 되게 듣기 싫었는데농사도 좀 짓겠고이런 말은 더욱 듣기 싫구나희희낙락, 시는 개도 소도 다 쓴다손농사는 워낙이개나 소나 다 짓는 게 아니잖냐쓰는 듯 쓰지 않는 듯있는 듯 없는 듯이들 속에 확, 썩을라 내려왔단 말이다그런데 아무래도 잘 먹고 잘 입고빌빌 그게, 언제나부끄럽단 말이다 시작 메모우아하게 보이려고 지혜를 감추지 마라. 얼마 전 성경 집회서에서 찾아낸 구절이다. 지혜는 단순하고 우직하고 거칠고 무뚝뚝하기까지 한 거로구나. 또한 눈
습작 노트 3 윤한로거울을 보면불현듯, 나두 그 누군가처럼귀를 자르고 싶다그리하여 불완전하게 아니 부조리하게나두 나를그리고 싶다 쓰고 싶다나를 살고 싶다이 귀 잘라도아,아프지만 않다면 말이다 시작 메모불완전, 읽을 수 있다. 완전, 읽을 수 없다. 불완전 시인, 그립고 그립다. 완전 시인, 하나도 그립지 않다. 불완전, 부조리, 불행, 불우 시인이여.
대한민국은 1월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코로나19 위기는 100일(4월28일)을 넘겨 120일(5월20일)을 향해 달려간다. 우리의 건국신화에서 웅녀는 동굴에서 100일 동안 쑥과 마늘로 연명하며 온갖 어려움을 견뎠다. 사람도 태어나면 100일 잔치를 한다. 숫자 100이 갖는 의미는 깊고 넓다. 인내심의 한계적인 숫자로 비유된다.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100일을 훌쩍 넘겼으니 그동안 정부의 방역대책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우리 국민이야말로 정말로 위대하다. 그러나
돌아온다 윤한로아, 그렇구나우리들이 사랑했던아니 우리를 사랑했던, 먹여살렸던일도, 일터도 돌아오고이 아픔 지나가면이 시간 이겨내면, 겪어내면하늘도 돌아오고새도 나무도 바람도 구름도덩달아 돌아오고낮과 밤, 아침과 노을, 어둠그러고 보니 우리를 덮었던 어둠은괴로움은 얼마나 깊고 그윽했던가그대도, 멀리서 그대들도 돌아오고이제 다시는 미워하지 않으리나 또한 어디선가 돌아오고맑아져선진실해져선겸손해져선한껏 낮아져선 시작 메모보라, 사람이 아프니 다 아프다. 식당도 아프고 철물점도 아프고, 이발소도 미용실도 통닭집도 농약집도 튀김집도 구멍가게도
습작 노트 2 윤한로이슬 시보다 더 이슬 같은개떡 시여꽃잎 시보다 더 꽃잎 같은똥차 시여, ㅠㅠ 시여우린앳된 시고운 시이슬 시꽃잎 시별 구름 시이런 것보다개떡 시똥차 시구린 시괴론 시파리 모기 거미 시ㅠㅠ 시쓴다배부르고등 따습고 한 것들쓰잖는다외려깨지거나금 가거나새가 파 먹거나그지 같거나 한 것들쓴다, 역부러 시작 메모벚꽃 활짝 피니 마치 눈이 온 듯하댄다. 그런데 이제 눈이 오면 또 벚꽃 같다고 할 게다. 그네들 쓰는 거 안 봐도 뻔하다. 말해 무삼하리요다. 1920년대, 간도로 쫓겨가 거지로 떠돌기까지 하며 살았던 최서해는 스스
습작 노트 윤한로못 쓴 시는감동적이다너무나 아프고 괴롭고적어도 나한테는그거야말로 진짜다짜가가 아닌그러나 그거야말로절망적이라서 감동적일 뿐절망적이라서 진실일 뿐못 쓴 시는못 쓴 시라기보다못난 시다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못난 시여 그러니 그대라리 한껏, 호박 들어밤하늘 별이나 우러르라 시작 메모절대로 잘 쓰려고 마라. 시를 가르칠 때 못 쓴 시를 쓰라고 한다. 기교가 꽝인 시를 쓰라고 한다. 잘 쓰려고 한 시들은 아픈 곳들이, 괴로운 곳들이 전혀 없다, 어디서 벌써부터 이 따위를 배웠느냐, 버리라고 한다. 태우라고 한다. 그러나 내 시
방 윤한로그밖에 것이라곤뒤틀어진나무 의자 두 개하나는 크고하나는 조금 작을 뿐가진 것 전혀 없는 영혼쓸쓸한 고동색 방이여코 끝이 찡하다그러구러제 귀를자른정말 착한 사람고흐 시작 메모제 귀를 자른 도 외롭지만, 또한 외롭다. 아무도 없는 방에 뒤틀린 침대 하나, 뒤틀린 식탁 하나, 뒤틀린 거울 하나, 뒤틀린 수건 하나, 뒤틀린 창문 하나, 그리고 뒤틀린 크고 작은 고동색 의자 두 개가, 그건 또 왜 둘일까, 너무 외롭다. 마치 서로를 서로에 견주는 듯. 그러나 은 더욱 외롭다. 얼마나 늦은 시간일까
다시 사순이 오고 윤한로우리는덜 먹고덜 자고덜 입고덜 웃고덜 떠들고덜 배부르게덜 재미있게덜 달게덜 꿀같이이제더 아파하고더 슬퍼하고더 낮게더 약하게더 춥게더 작게더 쓰게우리는 이제덜떨어진 꽃처럼덜떨어진 새처럼덜떨어진 마음처럼 시작 메모 이규보의 저 시 ‘칠호명’은 내가 참 좋아하는 시다. 마지막 구절은 엄청난 평범이다. 이규보는 스스로 성품이 본디 소박해서 괴상, 기이한 것들 그닥
여느 날 풀잎 윤한로저를 더 밟아 주세요저를 더 때려 주세요저를 더 깔아뭉개 주세요우리 같은 나부랭이들가난하게 무지하게 비굴하게 비겁하게철사처럼, 철사처럼휘어지며, 옆구리 미어지며이제 갑니다홀라당 암것두 없이슬픈 이들이여그대들에겐 우는 듯 웃으며기쁜 이들이여그대들에겐 웃는 듯 울며적은 이들이여그대들이겐 없는 듯 많이많은 이들이여그대들에겐 터질 듯, 그러나 더 많이저에게 칵, 침 뱉어 주세요저에게 더 비웃어 주세요저에게 더 지랄떨어 주세요 시작 메모오늘 아침 성무일도 청원 기도는 풀잎 기도. 정의와 평화가 땅에 가득 차도록, 온갖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