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어린이, 어버이, 부부, 성인 등 유독 가족과 밀접한 날이 많습니다. 한 존재가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달이라고 할까요. 그 가운데 ‘남’이지만, 가족보다 더 가까울 수 있는 스승을 기리는 날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지난주 썼던 글인데, 늦었습니다. 오늘만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넋두리를 할까 합니다.사람답게 살라고, 그리스도를 따르라고, 기자 정신 잊지 말라고, 세상은 이런 것이라고 가르치셨던 스승님들이 떠올라 스승의 날 새벽녘부터 잠 못 이뤘습니다. 아마도 그분들 가르침대로 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분들에게는 스
문단 권력의 지배에 맞설 새로운 대안이자 문학 전문 언론인 연재란,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가운데 윤한로 시인(다시문학 출판사 주간)의 ‘분교 마을의 봄’이 선정됐다(해당 기사 바로 가기).이승하 시인(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은 연재 35번째 주제로 ‘산업화의 그늘’을 정하고 윤한로 시인의 신춘문예 등단작, ‘분교 마을의 봄’을 선정했다. 해설에서 이승하 시인은 산업화의 암울한 현재, 지켜지지 않는 근로기준법의 상징처럼 “이 동시는 사실 동심의 아픔과 가족의 해체를 노래한, 지극히 현실 참여적인
“생명에 대한 최소한 예의는 지켜 달라”“도덕성은 동물 다루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살아 있을 때만은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데”“인간이란 게 제일 이기적인 동물인 거 같다.”한창 필드를 뛰어다닐 때 누군가가 믿을만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최우선 척도로 말을 대하는 행동으로 삼았다. 기자라고 앞에서는 ‘굽신’ 하지만, 뒤돌아서 딴 얘기 하는 ‘개xx만도 못한’ 것들을 수차례 겪었기 때문이다(관용적 표현이다, 개님에게는 죄송하다). 무뚝뚝하고 말수 없어도 말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면 그것으로 다였다. 번지르르한 말 앞세우고, 이리저리
[미디어피아] 이용준 기자= 글쓰기 정보를 제공하는 글쓰기 전문신문, <글쓰기>(발행인 신향식)가 5월 6일 창간됐다.인터넷신문으로 발행하는 <글쓰기>(바로 가기)는 글쓰기와 교육, 학술. 문화, 시사 분야의 보도 외에도 △글쓰기 학술자료 제공 △글쓰기 마라톤, 글쓰기 고민상담 등 행사를 열 예정이다. 또한 △취재 및 인터뷰 대행과 집필 대행 △글쓰기 특강도 계획하고 있다. 글쓰기 정보를 제공하는 글쓰기 전문 신문 '글쓰기'(발행인 신향식)가 5월 6일 창간했다(자료 제공= 글쓰기).<글쓰기>는 일간지 기자 출신인 신향식 발행인 등 전현직 기자 출신들이 힘을 합해 창간했으며, 대학생들과 중고교생들로 구성한 학생 기자단과 직장인 기자단, 주부 기자단도 운영할 예정이다.신향식 발행인은 “독서신문, 자동차신문, 가스신문, 환경신문 등 모든 분야마다 전문신문이 있지만 글쓰기를 주제로 한 인터넷 매체가 없어 안타까웠다”며, “글쓰기의 중요성을 알리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데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글쓰기 정보를 제공하는 글쓰기 전문 신문 '글쓰기'(발행인 신향식)가 5월 6일 창간했다(자료 제공= 글쓰기).한편, 창간을 기념해 <글쓰기>는 매주 토요일 오후 6~9시에 글쓰기 강의와 1대1 대면 첨삭 및 고민 상담을 하는 일명 '글쓰기 마라톤'을 개최한다. 5월에는 11일, 18일, 25일에 열며 중고생 및 대학생, 일반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예약은 이메일(gjgjgj7777@hanmail.net)로 접수하며 문의는 02-3452-2210으로 하면 된다.
△상임감사위원 정기환(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마사회 적폐청산위원회장, 국민농업포럼 전 상임대표) 2015년 당시 국민농업포럼이 말산업국민포럼 제3차 준비위원회의를 개최한 장면. ⓒ미디어피아 이용준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치 등 SNS는 소외된 인간 존재의 소통 창구다. 그 수단은 물론 사진과 영상.현대사회 어느 곳, 누구에게도 ‘사진’은 빠질 수 없는 친구다. 사진은 순간의 추억을 영원으로 남기는 기록 방식, 매개체이자 매개물이기도. 미국의 소설가이자 예술철학자인 수잔 손택(Susan Sontag)은 1978년에 낸 『사진론에 관하여(On Photography)』라는 저서에서 예술의 장식적 효과가 강해지며 사진이 발달한 점에 주목했다. 손택에 따르면, 사진을 찍는 일은 세계와의 일정한 관계에 자신을 참여시키는 행위이며, 사
[미디어피아] 이용준 기자=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철호, 이하 ‘출협’)는 한국인터넷신문협회(회장 이근영 프레시안 대표, 이하 ‘인신협’)와 4월 22일 오전 11시 출협 대강당에서 ‘상호 교류 협력을 위한 협약식’을 개최했다.협약식은 출판과 언론이 서로 손잡고 콘텐츠 저작권 보호 및 활성화 방안 마련, 관련 제도 및 상호 분야 발전을 위한 연구, 양 단체 간 간행물, 홍보물 등 연구 성과 자료의 교환 등 출판과 인터넷의 전반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행사에는 윤철호 출협 회장, 이근영 인신협 회장을 비롯해 출협 박노일 저작권 담당 상무이사, 김동현 사무국장과 인신협 이의춘 부회장(미디어펜 대표이사), 김기현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이 자리에서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 탈퇴 배경 △수업목적보상금(저작권법 제62조2항) 개정 필요성 △한국저작권집중관리센터 언론계 참여 △책 홍보에 대한 출판사와 언론사 매칭 사업 △서울국제도서전 참여 및 홍보 방안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윤철호 출협 회장은 “출판과 신문은 원래 같은 태생으로 닮은 점이 많다”고 하며, “출판계와 언론계가 함께 힘을 합쳐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특히 콘텐츠 저작권 보호와 활성화를 위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이근영 인신협 회장은 “업무협약을 통해 양 단체 간 디지털 콘텐츠 교류 협력, 공동 사업 및 제도 개선 공동 대응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디지털로 수렴되는 미디어 환경에서 인신협은 여러 콘텐츠 생산자 단체 간 교류 및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22일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이근영 회장(좌)과 대한출판문화협회 윤철호 회장(우)이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제공= 대한출판문화협회).
정책포럼 백가공명이 제6회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사진은 지난 2월 열린 300회 초청 기념 강연회(사진= 박지원 의원실 홈페이지 갈무리).[미디어피아] 이용준 기자= 정책포럼 백가공명(공동대표 주복원·김홍국)이 한국사회를 진단하고 전망하는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올해로 벌써 6회째다.24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리는 이번 토론회는 한국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현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다. 주복원·김홍국 공동대표의 환영사에 이어 문희상 국회의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정세균·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사한다.기조강연은 ‘위기의 한국 경제, 해법은 있나?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 해법과 처방’을 주제로 최운열 국회의원(국회 정무위,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하며 주요 발제로는 △한국 공정거래정책의 시대적 과제 - 허선(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전 공정거래위 사무처장) △제21대 총선과 호남정치 - 조한규(중소기업신문 회장, 전 세계일보 사장, 정치학 박사) △검찰 개혁의 현재와 전망 -정한중(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 법학박사) △한국정치의 개혁과 문재인 정부의 국정 어젠다 - 김홍국(경기대학교 겸임교수, 전 tbs 교통방송 보도국장, 백가공명 공동대표, 국제정치학 박사)이 마련됐다.토론자로는 주복원(백가공명 공동대표, 전 한전산업개발 대표), 범경철(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부원장), 손정주(중국 희객지도 한국대표), 노미경(대한적십자사 홍보대사, 기네스 공인 세계여행작가), 정철승(법무법인 THE FIRM 대표변호사, <인간의 정의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역자) 씨가 나선다.
“마사회장 면담을 강력히 요구한다!”, “노동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는 현장 절규는 이제 과거의 일.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의 현장 행보가 점차 ‘낮은 곳’으로 향하면서 호평을 얻고 있다.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18일, 기수협회와 조교사협회, 특히 관리사노조 사무실도 직접 찾아 경마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역대 회장단은 ‘필요에 따라’ 경마 유관단체 관계자들과 형식적인 간담회를 가진 적 있지만, 상생과 협력 그리고 소통을 위해 관리사노조 사무실까지 찾은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 재창단한 한국마사회 승마단 사무실도 찾아 지원에 나섰다는 후문도.김낙순 회장은 평소 수시로 현장을 방문해 안전을 점검하고, 관계자 의견을 경청하는 경영 스타일로 알려졌다. 퇴근 시간을 넘기고도 일하는 직원이 있으면 “어서 집으로 가라”고 하고, 격의 없는 농담을 주고받는 등 ‘탈권위적 리더십’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얻었다고 전해진다.자수성가형인 그는 정치를 할 때도 늘 현장을 중요시했고, 조직을 잘 이끌었었다. 그의 경력, 장점은 개혁과 인식 전환이라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선 한국마사회가 환골탈태하는 전환기를 이끌 동력으로 평가받는다(사진= 김낙순 페이스북 갈무리).평소 “현장을 제대로 알고 소통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힌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매분기마다 전 경마 관계자가 참여하는 상생발전위원회를 개최해 지속적으로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지난 주말에는 강원 산불 현장을 찾아 피해를 입은 말산업 경영체를 직접 지원하기도. 김낙순 회장은 “한국마사회는 앞으로도 각고의 노력을 통해 현장 관계자와 소통과 상생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4월 20일 동대문구 제기동 소재 선농단에서 초헌관(임금 역할)으로 나서 올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2019년 선농대제를 올렸다.선농대제는 신라시대부터 시작한 한 해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제례로 조선시대에는 역대 임금들이 친히 소를 몰고, 논을 갈아 농업의 소중함을 만백성에게 알리는 행사.이개호 장관은 “농업을 안심 먹거리를 제공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농촌을 국민의 일터이자 삶터, 쉼터로 자리매김시키겠다”고 밝히며 “농업인께서는 올 한 해 풍년농사로 수확의 기쁨을 누리시고, 국민께서는 우리 농업‧농촌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실 것”을 당부했다(사진 제공= 농림축산식품부).
2019년 4월 4일 인제군을 시작해 고성군과 속초시, 강릉시와 동해시 지역에 잇따라 발생한 강원 산불의 화마(火魔)는 말산업계도 집어삼켰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성금과 구호물품을 보내는 등 ‘기부 릴레이’가 한창인 가운데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도 뜻을 같이 했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홍보부).또한 김낙순 회장은 김철수 속초시장과 박춘식 화랑승마장 사무국장을 만나 말산업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의 고통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홍보부).김낙순 한국마사회장과 임직원은 20일 토요일, 화재 피해를 입은 속초 화랑승마장을 찾아 수의, 장제 등 전문 기술로 현장 복구를 돕고 말 의약품 등 2천만 원 상당의 필요 물품을 전달했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홍보부).화랑승마장 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후 장제, 진료 등에 동참한 김낙순 회장은 “강원 산불에 피해 입은 분들께 많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말산업 전문기관으로서 조속히 피해 현장이 복귀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홍보부).
‘그루밍(grooming)’이란 단어가 유행이다. 본뜻은 마부(groom, 馬夫)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 말끔하게 꾸민다는 데서 유래했다. ‘미러링(mirroring)’이란 단어도 인기다. 데이터 손실을 막기 위해 중복 저장한다는 전문 IT 용어다. 최근 성폭력, 혐오와 관련해 치환된 두 단어는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해 드러나지 않게 폭력을 가하는 일’, ‘당한 차별을 되돌려(모방) 가해자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점을 각성하게 하는 일’로 요약할 수 있다.일반적으로 언론은 동종업자를 ‘까지’ 않는다. 권력화한 카르텔 집단에서
사진은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는 기록 방식으로 시간의 경계를 흩뜨리는 매개체이자 매개물. 우리 말산업 과거를 영원으로 남기고, 작금의 현실을 직시하게끔 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구글·네이버·카카오 뉴스 검색 제휴 매체, '말산업저널'은 사이트 개편 이후 콘텐츠·스탠드 제휴를 위해 각종 콘텐츠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포토, 말산업’을 주1회 연재합니다. ‘포토, 말산업’은 국내외 주요 행사 및 대회 등을 취재하며 찍은 현장 사진 위주로 간략한 설명과 함께 담아냅니다. - 편집자 주2013년 4월 9일부터 14일까지 상주국제승마장에서 열린 제42회 KRA컵 전국승마대회. 이 대회는 훗날 최순실 국정농단의 시발점으로 유명해진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당시 고3)가 김혁 선수에게 밀려 2등을 하면서 최순실이 심판 특혜 판정 민원을 넣었고, 이례적으로 승마협회 관계자와 심판진에 경찰 수사까지 진행된 것. 승부 조작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고 사건은 내사 종결됐으나 2개월 뒤 승마협회는 문체부로부터 특별 감사를 받게 된다. 당시 일정 탓에 기자는 13일 토요일 장애물 경기가 있었던 날 현장을 찾았는데 이미 흉흉한 소문은 파다했다. ⓒ미디어피아 이용준4월 9일 대회 첫 날, 제1경기로 열린 마장마술 A 중·고등부에서는 김혁 선수가, 제2경기로 열린 마장마술 C에서는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 선수가 우승한다. 이튿날 10일 열린 마장마술 S-1과 B에서도 모두 김혁 선수가 우승했다. 특히 S-1 클래스 고등부 경기에는 두 선수만 출전했기에 관심이 더욱 집중될 수밖에(사진= 상주국제승마장 홈페이지 갈무리). 아이러니하게 두 달 뒤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전국승마대회에서 정유라는 S-2와 S-1 그리고 A에서 고등부 1위를 달성한다. 특히 S-2에서는 67.017%를 기록해 고등부 단독 입상을, S-1과 A에서는 1·2위를 모두 휩쓰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A 클래스 3위는 김혁 선수였다(사진= 상주국제승마장 홈페이지 갈무리). 6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두 사람 다 아시안게임 메달을 획득했지만, 한 사람은 더 큰 무대를 위해 훈련에 매진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국내로 송환된 뒤 2차례 구속 영장 기각 이후 감감 무소식이다. KRA컵도 한국마사회장배로 이름이 바뀌었다. 현재 대한승마협회나 상주국제승마장 홈페이지에서는 당시 대회 결과, 정유라 선수 사진 모두 찾을 수 없다. 그때그때 언론이 기록을 남기고 DB화하지 않았으면 역사에서도 사라진다. ⓒ미디어피아 이용준그나저나, 그때나 지금이나 승마대회 관중석은 언제나 썰렁. 진짜 관중은 몇이나 될까. ⓒ미디어피아 이용준
“아직도 그 회사 다니니?”“마사회 출입 기자면 경마 소스 많겠네. 혼자 먹지 말고 연락 좀 줘요.”농림축산식품부 및 마사회 등 산하 기관 출입 기자로 취재원들이나 지인들로부터 종종 듣는 말이다. 첫 번째 질문은 필자를 좀 안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공부도 오래 했고, 기사를 보면 기레기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왜 마사회 같은 곳을 상대하느냐는 것. 두 번째 질문은 대부분 경마(베팅)를 하지만 필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신분을 알고선 음흉한 미소와 함께 던지는 말이다.다른 질문 같지만, 결론은 하나다. 바로 경마나 승
“와아아~~”“뭐야, 저 늙다리 똥말이 왜 들어와, 에잇!”“난 저 녀석 올 줄 알았다니까. 고맙다, 우박아!”2019년 2월 17일, 부경 제6경주 1,200m 경주가 끝났을 때 내 집이자 일터인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장은 평소보다 더 떠들썩했다. 단승 94.2배, 연승 16.8배로 함께 뛴 친구 중에 가장 높은 배당을 받은 나였다. 1등을 한 ‘정상코리아’와 함께 기록한 복승식이 무려 1361.9배. 사람들은 내가 입상하리라고 전혀 생각지 않았다. 아니, 그냥 ‘너는 꼴찌’라고 낙인찍은 것이다.난 그들이 흔히 말하는··· ‘똥말’, ‘늙다리’, ‘고인물’로 현역 최고령인 9살 경주마, 이름은 ‘우박이’다.나는 ‘우박이’다. 아빠 ‘메니피’와 엄마 ‘캐더랙케이퍼’ 사이에서 2010년 2월 26일 제주 평대목장에서 태어났다. 올해로 9살, 현역 경주마 가운데 최고령이다. 한창 경주를 뛰어야 할 나이에 불의의 사고를 겪고 병원 신세를 졌다. 얼굴 신경이 마비되고 밥도 못 먹었으며 이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주인 이동훈 마주와 장세한, 임동창 조교사의 사랑이 없었다면 난 지금쯤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미디어피아 안치호먼저 여러분께 내 소개를 하고 싶다. 나는 2010년 2월 26일, 제주 평대목장에서 아빠 ‘메니피’와 엄마 ‘캐더랙케이퍼’ 사이에서 태어났다. ‘우박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맞다. 영화 ‘챔프’에 등장하는, 전설의 선배 ‘루나’를 모티브로 한 영화 주인공 이름과 똑같다. 내 주인인 이동훈 마주의 딸과 사위가 동물 사랑이 각별한데 그 영화를 보고 와서 이름을 ‘우박이’로 짓자고 ‘강추’했단다.지금도 이동훈 마주는 나를 볼 때마다 혼잣말로 –그는 내가 인간 말을 못 듣는 줄 안다- 말(馬)도 이름 따라간다며, 영화 주인공처럼 참 힘들고 어려운 마생(馬生)을 잘 극복했다고, 잘 견뎌줘서 정말 고맙다고 종종 말한다.1세 때 개별 거래를 통해 평대목장에서 부산 17조 장세한 조교사 마방으로 이사 왔다. 이동훈 마주와 장세한 조교사는 엄마, 아빠의 유전자 능력을 내가 잘 이어받았을 거라 철썩같이 믿었다. 내 이부형제, ‘프로키온’이 4천5백만 원에 낙찰돼 2011년까지 뛰면서 1군까지 올라와 4억1,388만 원의 상금을 기록한 걸 보면 나도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내 외모에 대해 더 말하자면, 몸무게는 500kg 정도 나가는 ‘웰터급.’ 털빛은 갈색인 아빠(좌)보다는 엄마(우)에 더 가까운 흑갈색이다. 능력이나 적정 거리는 아빠 전성기 때와 비슷하다고 한다. 눈매는 아빠를 좀 더 빼닮았지만, 사람처럼 전체적으로 엄마 반, 아빠 반 닮았다(사진=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갈무리).나도 여느 친구들처럼 혈통 등록 마치고(2011년 4월 30일), 경주마로 등록한 뒤(2012년 5월 12일) 여권도 받으면서(2012년 8월 30일) 경주로를 맘껏 뛸 기대에 한껏 부풀어 열심히 훈련하고 있었다. 마방 식구들의 기대를, 그 희망에 부응하고 싶었다.기대가, 희망이 너무 컸던 탓일까. 한창 달려야 할 3살이 된 2012년 초여름, 나는 데뷔를 앞두고 운동을 하다가 크게 다쳤다. 워킹머신에 목이 끼였다. 상태는 심각했다. 사람들은 회복 불능이라고, 경주마로 못 쓴다고 사망 선고까지 했다. 나도 이대로 끝이라 생각했다. 명예롭게 은퇴한 다른 친구들처럼 승용마로 제2의 삶을 살거나 고향으로 돌아가 초지를 누비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아픈 몸이니 결국 폐사되거나 개나 고양이 사료로 분화할 날만 기다렸다.“당시 우박이는 경주마로 못 쓴다고, 사망 선고까지 나온 상태였다. 하지만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그대로 보내기에 너무 아까웠다. 이동훈 마주도 우박이에게 애착이 많았다. 기다려달라고 했다. 다른 분들이라면 쉽지 않았을 결정을 내렸다. 관리만 하는 것도 말값 이상 들어가는데 휴양을 보내고 치료를 받게 했다. 나중에는 안면 신경이 마비돼 밥을 못 먹을 정도였고, 혓바닥이 늘어지고 눈도 사시가 됐었다.” -장세한 조교사경주마 9살은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에 가까운 나이다. 그래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씨수말, 아빠 '메니피'처럼 나도 여전히 한 몸매 한다. ⓒ미디어피아 안치호그 사건 이후로도 크고 작은 질병을 달고 살았다. 오른 앞다리를 계속 절었고, 거세를 받고 난 뒤 타박상은 계속됐으며 설상가상 안면 마비까지 왔다. 밥을 못 먹으니 병은 더 깊어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괜찮아졌다. 단순히 자생에 의한 자연 치유가 아니었다. 몸은 아팠을지언정, 마음이 편해서였을까.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이 결국 사랑, 그 위대한 힘으로 내 안에서 현화한 걸까.나는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결국 꿈에 그리던 경주에 출전했다. 2013년 11월 15일. 첫 경주 성적표는 6등이었다. 함께 뛴 친구들이 7명이었으니 꼴등과 다름없었다. 그래도 거의 일 년을 밥만 축낸 ‘밥돌이’가 밥값을 하게 됐다는 사실에 기뻤다. 다음 경주에서부터 승승장구했다. 무려 4연승을 하면서 국3군까지 단박에 진입했다.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했다. 언론에서도 내 승리를 대서특필할 정도였다.정신적 트라우마는 쉽게 극복할 수 없었다. 워킹머신과 같은 좁은 공간에 들어서면 공황이 발발했다. 좁은 발주대에서 출발해야 하는 경주마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생겼다. ⓒ미디어피아 안치호하지만 정신적 트라우마는 쉽게 극복할 수 없었다. 워킹머신과 같은 좁은 공간에 들어서면 공황이 발발했다. 좁은 발주대에서 출발해야 하는 경주마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생긴 것이다. 경주를 거듭할수록, 사람들의 기대가 점점 높아질수록 과거 악몽은 더 물밀듯 몰려왔다. 출발대에 서면 몸이 스스로 거부했다. 괜찮던 건강도 다시 안 좋아졌다. 요배통도 왔고, 없던 축농증까지 생겨 숨도 막혔다. 사람들은 이젠 나를 가리켜 ‘악벽마’라고 낙인찍었다.2013년 8월부터 9월까지 악벽마 클리닉을 통해 환경 적응 훈련을 반복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출발 전문 위원들의 도움을 받아 눈가리개를 사용하거나 출발대 진입 동선을 변경하는 등 반복 훈련을 하면서 적응력을 키웠다. 국2군으로 올라선 9월 26일 경주에서 비교적 원활하게 출발은 넘어섰지만, 성적은 시원치 않았다. 결국 하위권을 전전하다 다시 국3등급으로 떨어졌다. 경주를 앞둔 당일 왼 앞다리를 절어 출전 취소라는 수치도 겪었다.한국경마 차세대 기대주에서 결국 평범한, 그저 그런 자리나 채우는 경주마로 전락했다. 국3등급에서 몇 차례 더 입상했고, 2등급으로 올라서 2016년 11월 6살 때는 일본으로 원정까지 가 제4회 한일교류경주대회에 출전하기도 했지만, 사실 내 주력 거리에 기대가 있었던 덕이지 입상을 바라지도 않았다. 원정 부담도 커서 평균 1분 13초대인 본 실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꼴등 했다.그 이후로 난 지금까지 들쭉날쭉, 2군과 3군을 오가며 어쩌면 계륵으로 전락한,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올해 벌써 9살이 됐고, 가장 나이 많은 ‘원로’ 경주마가 됐다. 세월 참 빠르고 무상하다. 사람들은 이제 나를 잊었다. 쳇바퀴 돌 듯 뛰라면 뛰고, 먹으라면 먹고, 자라면 자는 진짜 늙다리가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현재 몸 상태에 이상은 없다. 지금은 완전히 회복됐다. 9살이라는 나이에 뛰는 게 쉬운 게 아닌데 지금까지 버텨주는 게 참 대견하다. 그때 일을 계기로 더 강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안 다쳤으면 경마대회도 우승하고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텐데 참 아쉽다. 이제 나이도 있기에 거창한 계획은 없지만, 기본 성적을 거두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계속 함께할 것이다.” - 임동창 조교사원래 나는 선행, 선입형 경주마였다. 밥벌이는 해야 하니까 ‘탕’, 소리 나자마자 최대한 빨리 출발대를 벗어나 무작정 달리고 봤다. 기본 능력이야 원래 있었으니 컨디션 좋은 날에는 2등 친구와 2마신 차까지 벌린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 빨리 달릴 순 없다. 출발대가 있건 없건 그냥 달린다. 출발대도, 총소리도 이제 내겐 무딘 그 아무것이 됐다. 늙으면 아이가 된다고, 지금도 경주를 뛰다 앞이나 옆에 다른 친구들이 붙을라치면 겁부터 더럭 나기는 한다. 그들이 혹 나처럼 다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작년부터 나는 경주 스타일을 추입으로 바꿨다. 은퇴를 앞둔 늙다리니 후배들이 뛰는 모습 뒤에서 슬슬 보면서 자리나 지키겠다는 심보는 아니다. 물론 아직도 트라우마는 남아 있고 경주 도중 후배들이 다칠까 걱정돼 미리 피하기도 하지만, 나는 뛸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다. 사람들은 모른다. 내가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그 이유는 내가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아픈 날 버리지 않고 끝까지 지켜준 사랑, 그 사랑에 보은하고 싶기 때문이다. 인간 언어로 표현 못 할 뿐이지 매 경주마다 최선을 다하며 이동훈 마주와 가족들, 장세한, 임동창 조교사, 관리사 그리고 날 응원해준 팬들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있다.김혜선 기수와 오랜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김혜선 기수는 내 마음을 읽고 재촉하지 않고 천천히, 차근차근 날 결승선까지 데리고 갔고, 우리의 교감이 ‘반전 드라마’를 썼다(사진=한국마사회 자료 및 김혜선 페이스북 갈무리).작년 10월 26일, 김혜선 기수와 오랜만에 우승한 그날도 내 배당은 거의 꼴찌였다. 경마를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회춘했네, 마방 승부가 있었네, 짜고 치네 하지만, 난 알았다. 김혜선 기수가 내 마음을 먼저 읽고 출발이 늦었어도 재촉하지 않고 천천히, 차근차근 날 결승선까지 데리고 갔다는 사실을. 우리 교감이 만들어 낸 ‘반전 드라마’라는 사실을. 경주 끝나고 입가 가득히 미소 지으며 나를 쓰다듬어준 김혜선 기수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또한 그날 우리 모습을 “예술”, “인마호흡의 현재”, “가슴 뭉클하고 콧등 시큰했던 장면”이라며 오랜만에 울었다고 후기를 남긴 경마 팬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지금까지 내가 벌어들인 상금은 3억3073만 원 정도다. 몸값의 5.5배 정도로 벌었지만 나 혼자 한 일이 결코 아니다. 사실 난 1등도 중요치 않고 상금에도 관심 없다. 그저 현역으로 뛸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받은 사랑에 보은하기 위해 열심히 뛸 뿐이다. 내 주인 이동훈 마주의 회사 이름처럼 ‘성실’, 그것이 내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경주마 원로로서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내 주인처럼 우리 말(馬) 친구들을 경쟁으로 내몰아 돈벌이 수단으로 삼지 말고 동반자로, 생물로 더 많이 아껴주기를 바란다. 흔히들 경마는 혈통 스포츠라고 한다. 맞는 말이지만, 절대 원칙은 아니다. 인간 세계에서 더는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다지만, 우리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우리를 향한 관심과 사랑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제발 ‘똥말’이라고 부르지 않기를, 우리도 버젓이 이름 있는 생명임을 인정해 주기를. 그럴 때 우리는 존재 이유를 찾고 아픔도 극복하고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뛸 수 있다.경마장에서의 삶은 행복하지만, 은퇴 후에는 영화 ‘챔프’ 주인공 우박이처럼 고향 제주로 내려가 해변도 달리고 초지를 누비고 싶다. ⓒ미디어피아 안치호“우박이 성격은 아주 차분합니다. 뛸 때는 참 잘 뛰죠. 1, 2등 들어올 때 보면 승부 근성이 아주 뛰어납니다. 그 어려운 일, 아픔을 겪고도 잘 극복했습니다. 최근 다시 성적이 좋아지고 있는데 내게 보답하려는 건지 그 마음이 참 기특하고 고맙습니다. 은퇴요? 10살 넘도록 현역에서 뛸 수 있도록 하렵니다.” - 이동훈 마주이동훈 마주는 나를 통해 ‘희망’을 봤다고 했다. 그래서 작년에 ‘희망소녀’와 ‘희망여전사’라는 두 후배를 새로 들였다. 나도 후배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건강하게 은퇴해서 고향인 제주도로 가는 것뿐이다. 내가 태어난 목장에도 가보고 해변도 달리고 여행 온 사람들과 만나고도 싶다. 9살 평생을 마방에서만 지내다 보니 경주 때 빼고는 본래 질주 습성을 종종 까먹는다. 내가 누구인지 잊을 때도 요즘 들어 잦아졌다.똥말이 아닌 황혼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나 ‘우박이’로, 사랑을 베풀어준 주인에게 충성한 보은과 성실과 희망의 아이콘으로, 유종의 미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경주마로 사람들이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본 기사는 부산경남마주협회 소식지, '오너스투데이' 9호(2019년 봄호)에도 실렸습니다. 취재= 이용준·안치호 기자작성= 이용준 기자
“와아아~~”“뭐야, 저 늙다리 똥말이 왜 들어와, 에잇!”“난 저 녀석 올 줄 알았다니까. 고맙다, 우박아!”2019년 2월 17일, 부경 제6경주 1,200m 경주가 끝났을 때 내 집이자 일터인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장은 평소보다 더 떠들썩했다. 단승 94.2배, 연승 16.8배로 함께 뛴 친구 중에 가장 높은 배당을 받은 나였다. 1등을 한 ‘정상코리아’와 함께 기록한 복승식이 무려 1361.9배. 사람들은 내가 입상하리라고 전혀 생각지 않았다. 아니, 그냥 ‘너는 꼴찌’라고 낙인찍은 것이다.난 그들이 흔히 말하는··· ‘똥
※본 칼럼은 국내에 서구 경마가 도입, 시행된 지 100주년인 2022년 제38대 한국마사회장에 취임한 기자의 칼럼을 가장한, 지극히 주관적 상상을 펼친 ‘호접지몽’ 미래 일기입니다.1922년 5월 20일, 국내에서 경마를 시행한 역사적인 날이다. 정확히 100년이 지난 오늘 2022년 5월 20일, 나는 한국마사회장이 됐다. 역대 최연소, 최초 언론인 출신이자 역시 최초로 정권 낙하산도 마사회 내부 승진도 아닌, 말밥 먹는 ‘외부’ 사람이 임명됐다. 농림부 산하 기관 중 언론인 출신 기관장은 2018년 11월 취임한 신명식 농정원
[미디어피아] 이용준 기자= 고창협 숭굴목장 대표(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원)가 4월 2일 별세했다. 빈소는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농협장례식장(064-798-8800)이며, 발인은 4월 5일 금요일이다.
승마계의 역사를 오롯이 담아내온 안덕삼 대표가 승마대회 촬영을 하는 장면. ⓒ레이싱미디어프로 사진작가들, 말산업 대국민 홍보 위해 카메라 들고 나서극소수 1세대 이어 2세대 등장…‘6차산업’ 말 예술 ‘르네상스’ 도래대부분 자비 부담·재능 기부 형식…말 문화 발전하려면 지원 필요현대사회 어느 곳, 그리고 누구에게도 ‘사진’은 빠질 수 없는 친구다. 사진은 순간의 추억을 영원으로 남기는 기록 방식, 매개체이자 매개물이기도 하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예술철학자인 수잔 손택(Susan Sontag)은 1978년에 낸 『사진론에 관하여(On Photography)』라는 저서에서 예술의 장식적 효과가 강해지며 사진이 발달된 점에 주목했다. 손택은 가족이나 단체 구성원이 업적을 기념하기 시작하며 사진이 등장하게 됐고, 사진은 환상의 예술이라고 했다. 손택에 따르면, 사진은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있는 문법이자 윤리다. 사진을 찍는 일은 세계와의 일정한 관계에 자신을 참여시키는 행위이기도 하다.바로 여기에 말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작가들이 있다. 국내 말산업의 과거를 영원으로 남기고, 작금의 현실을 직시하게끔 사진으로 기록해 미래를 바라보게끔 하는 인재들이다. 그들의 숫자는 열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드물기에 귀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말 사진을 찍는 이들은 드물다. 말 사진은 오늘날 말 문화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매개라는 점에서 이들에 주목했다. 말산업 대국민 홍보와 이미지 전환을 위해 나선 사진 전문작가 4인방을 소개해 본다. - 기자 말‘애마사진집’ 국내 최초 발간한 박기동 작가1941년 6월 경남 함양 출생. 경마장 곳곳에 그의 작품이 걸려 있다. 2001년에 ‘애마사진집’을 발간했던 국내 말 전문 사진작가 1세대에 속한다. 사진재료점을 하던 부모님 영향으로 어깨 너머로 사진 기술을 익혔고, 등산에 빠져 자연을 촬영하면서부터 사진에 매료돼 유명한 사진작가를 따라 다니면서 배우기도 했다.90년대 중반 경마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말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작가가 없는 것을 알고 사진을 찍게 됐다. 전국을 다니며 말 사진을 찍던 그는 2001년 국내 최초로 말 사진 전시회를 열고 사진집을 출간했다. 말 사진에 전문적인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어 고생했다던 그는 후학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국애마사진연구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이후 몽골 기마문화, 케냐 얼룩말, 일본 북해도 종마목장 등을 돌며 말 사진 기행도 기획했다. 특히 말의 교미부터 임신과 출산, 성장과 경주마 데뷔 및 우승까지의 스토리를 담아내는 프로젝트도 준비했다. 장녀 역시 사진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박기동 작가는 애마사진집을 발간하며 “말의 유연성, 박력, 아침 햇살을 받으며 달릴 때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탐스러운 갈기, 휘날리는 꼬리, 그 생동감… 이러한 말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영상에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승마계의 산 증인, 안덕삼 애마스튜디오 대표국내에서 개최되는 각종 승마대회, 대한승마협회나 생활체육협회 주최 행사뿐 아니라 각 승마장과 승마 동호회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 찐빵모자를 쓰고 한쪽 구석에서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이. 바로 안덕삼 애마스튜디오 대표(71)다.스포츠 사진 전문 기자로 활동하던 안 대표는 35년 전, 지인의 권유로 승마 사진을 찍게 됐다. 국내 유수의 스포츠 일간지와 , 등 잡지에 사진을 제공해왔고, 홍보 담당 사진기자들을 위해서는 암실에서 사진을 만드는 법을 전수도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다보니 안덕삼 대표의 사진과 영상은 국내 승마계의 역사를 오롯이 담아냈다.장인정신을 가지고 국내 승마계의 역사를 담아내왔지만, 그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없어 고민하고도 있다. 돈이 되는 결혼식이나 돌 행사에 가서 짧은 시간 일하는 것이 낫지 몇 시간 내내 카메라를 붙들고 씨름하면서 ‘눈 버리는’ 승마 전문 사진 기자의 고충은 말로 다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안덕삼 대표는 “선수들이 사진을 요청하고 내 존재감을 알아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그 즐거움으로 지금까지 이 일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일을 그만 두게 되면 자신이 소장한 모든 자료를 대한승마협회에 기증할 예정이라고 밝힌 안 대표, 한국 승마의 역사는 그의 장인정신과 성실함으로 ‘기록’될 수 있었다.‘속도를 찍다’…경마 전문가, 김진두 KRA과장김진두 KRA한국마사회 홍보팀 과장은 KRA에 입사한 뒤 1988년 3월부터 26년째 경마 관련 사진을 전문으로 찍어 왔다. 사진 촬영 기술을 살려 농어촌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장수사진을 찍어 주는 봉사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한 해 300여 명의 어르신들 사진을 찍고 액자로 만들어 전달한다.2011년 11월에는 ‘속도를 찍다’라는 제목의 사진전을 KRA한국마사회 갤러리마당에서 개최했다. 45점의 작품을 선보인 사진전에는 경마의 박진감과 기승한 사람들의 표정이 잡힌 작품들이 전시됐다.김진두 과장은 당시 와의 인터뷰에서 말 사진 찍는 기술에 대해 “말과 친근하게 교감하고 습성을 알아야 안전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며, “경주 사진을 찍을 때 정면 사진은 셔터스피드 1600분에 1초, 측면 사진은 3200분에 1초, 겨울 함박눈이 올 때는 100분의 1초로 놓고 찍으면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퇴직을 기념해 사진전을 여는 것이 목표라고도 했다.말 사진계 2세대 이끌 이수진 ZSee 스튜디오 대표1979년 10월, 말의 고장 제주도에서 태어난 이수진 지씨(ZSee) 스튜디오 대표는 국내 말 사진계에서는 최연소이자 차세대 유일 여성 사진작가다. ‘지씨(ZSee)’스튜디오 이름을 해석하면, 알파벳의 가장 마지막 단어 ‘Z’처럼 사진으로 세상 끝까지 대상을 찾고 보고 알아가겠다는(see) 의미다.최연소 여성 사진작가이지만 경력은 벌써 15년차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고, 지도교수 추천으로 졸업 작품이 광고 공모 사진전에 ‘등단’하며 사진계에 이름을 알렸다. 경향신문사 출판사진기자부 소속으로 한국사진기자협회 출신이다. ‘유행통신’과 ‘레이디경향’ 초창기 멤버로 배용준, 한대수 등 유명 연예인 인터뷰 사진은 물론 굴지의 CEO, 각종 풍경 사진과 해외 로케 등을 진행했다. 이후 사진 전문 스튜디오 소속으로 ‘맘&앙팡’ 잡지 전속 사진작가로 요리 및 아이 사진을 전담했다. 현대증권, 삼성생명, 한국공항공사, 천호식품 등 주요 대기업 사보의 사진을 전담했고, 「갖고 싶은 부엌, 알고 싶은 살림법」 등의 단행본도 도맡았다. 노숙자의 자립을 돕기 위한 잡지 ‘빅이슈 코리아’에는 표지 사진을 찍으며 자신의 달란트를 재능기부하는 데 쓰고 있다.승마 대중화 물결을 타고 승마를 배우고 싶어 승마클럽을 찾았다가 말을 좋아하게 됐다는 후문. 승마를 안전하게 그리고 제대로 배울 곳을 찾고자 말산업전담기관인 KRA한국마사회를 찾았다가 경마의 매력에도 푹 빠졌다. 달리는 경주마의 역동성, 그 총체적 ‘마력’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싶지만, 경마 경주의 매 순간 그 기록을 사진으로 남기지 않는 풍토가 아쉽다고 했다.말의 고장 제주 출신인 이수진 대표는 제주도에 자주 들러 목장에서 육성되는 말들, 승마장에서 말을 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이 행복하고 말했다. 특히 환경과 동물복지에 관심이 많아 경주마든 승용마든 말들의 프로필을 사진 기록으로 남기면,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말 등록 문제에 있어 큰 기여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적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제주에서는 특히 승마체험과 관련한 승마클럽 내 말 포토 촬영을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 육성목장 홈페이지 제작과 관련한 사진 촬영 그리고 KRA 홈페이지에 있는 경주마 프로필의 사진 확대 작업과 각 지자체 및 학회, 유관 단체의 각종 행사마다 사진 기록을 남기는 일은 오늘날 우리 말산업계가 후대를 위해 해야 할 역사 기록의 의무라고도 했다.이수진 대표의 지적처럼, 사실 국내 말산업계는 현재의 기록을 남기는 데 등한시해왔다. 이는 우리 말 문화 발전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간 승마 전문 포털사이트 라이딩클럽에서는 예술 창작 집단, 플레이스트픽쳐스(playist-pictures) 조신형 감독과 합작해 말 사진 데이터와 다큐 제작에 나서기도 했고, 제주마연구소의 장덕지 소장의 경우 행사마다 손수 뛰어다니거나 제주마의 사진을 찍는 등 각계의 노력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개인이 말 사진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사비를 털어 말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재능 기부 형식으로 사진을 찍어 언론사나 협회, 단체에 넘기는 일은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는 게 이들의 증언. 전문 사진작가들을 한 번 고용하는 데에는 백만 원에서 많게는 천만 원 단위가 넘어가지만, 말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말산업전담기관인 KRA가 국내 말 문화 발전이라는 대의 아래 관심을 갖고 집중적인 지원을 한다면 우리네 척박한 말 문화 풍토가 근본부터 달라질 것이라는 지적. 특히 KRA홍보팀이 발간하는 ‘굽소리’는 사진작가를 고용하는 데 일회성 외주에 그쳐 있고, 대회나 행사마다 전문 작가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기록을 남기거나 취재 언론사에 사진을 요구하는 관행도 달라져야 말산업 기록을 남기는 일에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수잔 손택이 사진에 주목한 이유로는, 거짓된 이미지와 뒤틀린 진실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사상의 자유를 굳건히 할 수 있는 도구로 사진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사진이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고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허가증”이라는 손택의 말처럼 기마민족인 우리의 말산업이 국가의 백년대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예술의 시작이자 근간인 사진에 대한 말산업계 종사자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