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각산 아프지 않은 사랑이 있을까? 누군가는 아파도 사랑하고누군가는 사랑하며 아프고... 당신께서는 기침의 속이 그리도 깊은데늘 곰방대를 잡으셨다.어머니는 늘 성화셨고 예순이 훌쩍 넘긴 나도기침을 하면서 권련을 들고 있다.평행이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나는 감기때문에 일시적으로 기침을 한다. 몸에 좋지 않은 담배는 아버지 평생의 사랑이셨다.객지에 나간 큰 누나는 용각산을 끊기지 않게 뒤를 댔다.깊은 기침에도 당신의 담배연기는 피어올랐다.아마도 기침과 담배는 당신의 흔적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사랑하며 아파하고아파하면서도 어쩔 수 없
낙엽 2 스스로 교만해지지 않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스스로 제 한 몸 비우기란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아무것도 아닌 양 바람 부는 대로 뒹구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비 오면 비 맞고 밟으면 밟히는 너는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이 모든 것을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 낸단 말이냐?
낙엽 1 운명이다.애당초 떨어지게 되어 있었다.쓸쓸함이 떨어지고 고독이 밟힌다.나는 낙엽을 밟고 있다. 가을 떨어진 자리에는또 다른 운명이 기다린다.낙엽을 밟고 있는 나는겨울로 가는 시간에몸을 맡길 뿐이다. 늘 일어나는 일이지만깊어 가는 가을밤에는교교히 내리는 달빛이 제격이다.나는 달빛 아래에서가을에서 겨울로 걸어가고 있다.
가을 색 가을은 바람으로 다가온다.습기 잔뜩 머금은 고온의 바람이어느새 물기를 죄다 말려 버리고온도를 낮춘 채 그것도 조용히 불어 온다. 가을은 풍요로 다가온다.오곡백과가 익어가고토실토실 과실에 살이 오른다.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넉넉함이다. 가을은 볕으로 다가온다.우중충했던 햇살이 습기 떨구고따끈한 볕으로 내리쬔다.따끈한 볕 줄기는 가을 색을 만든다. 가을은 색으로 다가온다.빛 고운 한복의 파스텔톤 색 같은코스모스가 바람에 한들거리고만산엔 황엽과 홍엽이 수 놓는다. 가을은 추억을 적시는 계절이다.햇살에 눈 부신 노오란 은행잎처럼아름다
능이 냄새는 추억이다. 세상의 내가 경험한 모든 냄새는내 삶의 궤적과 함께한다. 하나뿐인 여동생이오래비 먹으라고 능이랑 송이 몇 송이를 보내왔다.그 귀한 것을... 능이 향이 그윽하다.코를 한번 벌름거리면아버지 냄새가 난다.퀘퀘하면서도 정겨운 그리움 또 한 번 벌름거리면어릴 적 초가집 윗목에 있는네모난 궤짝 냄새가 난다.기억할 수 없이 오래된엄마 손때 묻은엄마 품안의 젖 냄새 같은 아련함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그리움에 젖은 냄새를 맡는 일이다.그 안에 네가 있고 내가 있다. 냄새는 추억으로 만드는 역사다.
민초 별 볼 일 없을 것 같지만대단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사람이지만아무것인 훅하면 금방 날아갈 것 같지만질긴 함부로 밟으면 사라질 것 같지만되살아 나는 아무 말이나 해도 괜찮을 것 같지만절대 조심해야 하는 이 사람들이야말로역사를 만들어 가는진실로 두려워해야 하는개××하면 안되는 민초는 그런 분들입니다.
가을 하늘 유난히 푸르른 가을 하늘을 봅니다.해님이 남쪽에 있으면 북쪽 하늘을 보세요.북녘 하늘이 더욱 푸르러 보입니다.그쪽 사람들도 이 푸른 하늘을 보고 있겠지요. 유난히 푸르른 가을 하늘가에 유난히 하얀 구름이 흐릅니다.구름 속에는 동화 속 이야기가 가득 할 것 같습니다.하얀 구름을 타면 저쪽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바람이 불고 구름이 흐르듯 시간도 흐릅니다.유난히 푸르렀던 하늘이유난히 하얗던 구름이유난히 붉은 빛을 띱니다.황혼이 펼쳐진 하늘에 마음을 담아봅니다.그토록 그리워한 긴 시간이 담긴 노을에편지 몇 자 써봅니다. 우
우리 말 오순도순의좋게 서로 이야기하거나 지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너랑 단둘이 오순도순 살고 싶어. 도란도란나직한 목소리로 서로 정답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오순도순 살면서 서로의 말은 도란도란 이야기하면 좋겠어. 소곤소곤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조용히 이야기하는 소리남들이 들으면 안되는 말은 소곤소곤 이야기하자. 소복소복담기거나 쌓여 있는 것들이 볼록하게 많은 모양을 나타내는 말그렇게 지낸다면 우리의 사랑도 소복소복 쌓이겠지. 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 말인가!
욕심 당신이 떠난 자리욕실에 갔습니다.칫솔통에 칫솔이 두 개 꽂혀 있더군요 당신이 아니었으면칫솔통에 두 개의 칫솔이 꽂힐 수 있었을까요? 혼자 먹는 끼니는목숨을 유지하려는 몸짓일진데당신이 아니었으면퍼덕이는 날갯짓 식사만 했겠지요.누군가를 기다리며누군가를 위해 준비하는 요리는마냥 행복입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구름처럼 몽실몽실한그리운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요? 나는 오늘도 텅 빈 하늘외로움을 못 이겨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나를 향한 당신의 사랑을 찾는답니다. 이것이 저의 지나친 제 욕심일까요?
물난리 하늘도 무심하시지어떻게 그런 인간을 지도자로 내셨을까?나랏님이 덕이 없어서 큰 비가 내렸을까?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소통하는데가장 필요한 것이 공감이다.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말들은칼보다 예리하게 다른 사람을 찌른다. 반지하 방에 살다가수재로 목숨을 잃은 신림동에서어떻게 구조가 안됐냐고?세월호 7시간만에 나타나서구명조끼 안 입었어요?랑무엇이 다른가?서초동 언덕에 지어진 아크로비스타 아파트도 침수되었다고? 말도 아까워 말이 안나온다.서민을 모르고손에 흙 한 번 묻혀보지 않고자신의 영달을 위해9년 동안 법공부만 하던애비도 한일수
던져! 마음이 아프다 하니마음을 내놓으라 하신다. 아픔을 이겨내는 방법은아픔에서 멀어져야 한다. 무엇인가 내게서 멀어지게 하는 길은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던져야 한다. 고민, 걱정, 아픔, 쓰라림, 번뇌달콤함, 사랑,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욕망까지도던질 수 있겠는가? 던지는 연습을 하자.나는 그 자리에 늘 있을 뿐이다.내게 오는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다면원초의 나는 행복하리라. 참 어려운 일이다.
상사화 그리움이 지나치면 만나지 못하나 보다. 서로를 애타도록 그리워하다죽음에 이른 자리에 꽃이 피었다는 이야기봄녁에 잎이 올라오고 잎 진 자리에꽃대를 올려 여름을 알리는 꽃 사랑이 지나치면 안되는 것일까?그리움도 지나치면 목숨까지 잃는 것일까?그립다고 죽기까지 한다면세월가면 잊힌다는 말은 거짓인가? 논어에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무엇이든 적당히 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공자는 그래서 중용을 말씀하셨나 보다. 그래도 사랑하고 그래도 그리워하자.그리움과 사랑이 없으면 인생이 재미없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