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멀어진다. 모든 사물에는 냄새가 있다.모든 말에도 냄새가 있다.사랑에도, 이별에도, 기다림에도...아버지 냄새는 엄격했고어머니 냄새는 포근했다. 가을이 멀어진다.가을 냄새를 맡아보기로 했다.쓸어도 쓸어도 자꾸 떨어지는 낙엽은멀어지는 계절이 아쉬워서 계속 떨어지나 보다.모아 두었던 낙엽을 태운다.낙엽 타는 냄새는 추억 냄새 같다.기억하기 싫은 추억도 낙엽이랑 태우면 좋겠다. 모든 멀어지는 것은 아쉬움이다.가을이 지나면 코끝 짜릿한 겨울이야 오겠지만화사하지만 점잖은 국화가 그립고햇살 잔뜩 머금고 익어간 온갖 과실이 생각나고이야기
그까짓 거 화간반개 주음미취의 반어는꽃이 활짝 핀 것을 말하고술을 왕창 마셔 심신이 떡이 됨을 말합니다.세상사는 넘치도록 만족할 일이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되려 다소 부족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우가 더 많을 듯싶습니다. 반쯤 핀 꽃은 며칠 후면 활짝 필 것이니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는가 봅니다.술은 약간 덜 취했을 때 기분이 가장 좋다고 하였습니다.아마 조금 덜 취해서 맨정신에 귀가하라 그리 말했나 봅니다.공자님의 과유불급이라는 말씀도 연관이 있을 듯합니다. 조금 부족하다는 것은 아직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아니면 완성되지 않
지음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은 까닭은종자기의 죽음을 슬퍼하며더 이상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어요. 친구란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온 사람이겠지요.친구 가운데 지인은 많지겠만 지음은 얼마나 될까요?참 어려운 질문이지요. 전장에서 세 번이나 도망한 관중을다른 이들은 비난했지만포숙아는 관중의 효심을 칭찬했다지요.둘 사이는 틀림없는 지음관계겠지요. 자문을 해봅니다. 나는 지음이 얼마나 될까?아니 한 친구라도 있을까?나 또한 누구의 지음일까?이래저래 참 어려운 질문을 던집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내가 다른 이의 지음이 되려고노력하는
부질없는 인생은 담금질입니다.수없이 많은 문제를 만나그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해결하지 못해 좌절하기도 하며각자의 삶을 이어갑니다. 대장장이가 쇠를 다룰 때단단한 쇠를 만들려면불질을 하고 물에 담그고또다시 불질을 하고 담그기를 반복합니다.부질이 없으면 좋은 쇠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불질이 수십 번 반복된 후에 명검이 탄생합니다.월나라에서 만들어진 어장검이오나라 요왕의 불의를 심판한 이야기가 그러합니다. 우리네 삶에도 명검이 만들어지기란 쉽지 않습니다.불질을 수십, 수백 번 담궈야인생이 단단해지는 것입니다.얼치기로 그럴듯해 보이
나는 나는 숨결이 고운 사람이 좋다.사람이 쉬는 숨은 제 나름대로 살아온 길을 알리는 표상이다.그 사람이 쉬는 그 숨결에 그 사람의 마음이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진실로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좋다.아이들은 나의 과거이고 나라의 미래이다.아이가 웃으면 온 나라가 웃는다.아이의 부모가 웃고 친구가 웃고 우리의 내일이 웃기때문이다. 나는 거짓으로 세상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싫다.호랑이 눈썹만 붙이면 그 사람의 내면이 보인다고 한다지만눈썹이 없어도 우리네 살아온 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들여다볼 수 있다.사람은 사람을 알아볼 수 있기 때
벌개미취 여름! 그 뜨거웠던 날우리 사랑했지요.머언 시간이 지나고또 다른 여름이 오면나를 기억하시려는지요.당신께 부탁드릴게요.나를 잊지 마세요. 가을! 청초한 꽃이 피었어요.연보라 꽃잎에 노란 속 꽃이 예뻐요.꽃말을 찾아보았어요.그 먼 여름의 시간이 지나고또 다른 가을이 왔지만나는 당신을 기억합니다. 당신을 잊지 않으리... ※ 벌개미취의 꽃말은 너를 잊지 않으리, 그리움, 청초, 추억 등입니다.
두 마음 사람을 미워하는 일은 참 힘든 일입니다.미워하는 무게보다 더 많이 내 마음이 무겁습니다. 가만히 있을 때나 걸어갈 때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심지어 잠들어서도 그 마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꿈을 꿉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참 행복합니다.아무 일이 없어도 얼굴 가득 웃음이 묻어납니다.거기에 더해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또 다른 공간이 됩니다. 아이들 웃음이 더 예뻐 보이고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착하게 보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두 개인가 봅니다.미움의 세상과 사랑의 세상 말입니다.내 마음이
가을 물들다 낙엽이저마다의 색으로 물드는 까닭은살아 온 세월저마다의 색으로 사랑을 했을 것이다. 우리 사랑하는 계절저마다의 색으로 물이 들겠지만되도록아름다운 풍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억새밭처럼 눈부신 은빛으로은행잎처럼 황홀한 금빛으로단풍잎처럼 불타는 화려함으로 그렇게...
내가 나에게 베개를 이리 굴고 저리 굴리며 뒤척인다.댐배 한 대 하지?좋지.요즘 왜 잠을 못자나?몰라. 아니 알어.뭔데?억울해서 잠이 안 와.어지간한 것에 잘 참는 자네가 뭐시 그리 억울한가?한창 피어나던, 아니 피지도 못한 아이들의 영혼국가는 없었고 모든 것을 감추려고만 했던이천십사년에 만날 울던 기억이요즘 다시 또 그런 일이...영정사진도, 위패도 없는 분향소를나흘간 찾는 머저리 같은 놈에사과 한마디 없이 거짓과 책임회피만 하려는 놈들근조나 추모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을 달라고?니미럴, 테스형한테 말할 수도 없고...그래도 자야
불 잘 마른 나무는 듣기에도 맑은 소리를 내며 탄다.타닥 타다닥 마치 콩 볶는 소리 같기도 하다.타오르는 불꽃을 보면 영혼이 춤을 추고 있는듯 하기도 하고그 화려함에 불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욕망이 일기도 한다. 어제 밤열 두시 뉴스 속보가 나왔다.이태원 골목에서 커다란 압사사고가 일어났고 사상자가 엄청나단다. 오늘 아침150명, 오후 153명이게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난 것이냐.분노에 일손이 잡히질 않는다.21세기를 살아가는 지구촌 선진국이라는 내 나라에서...마른 나무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목숨을 잃은 젊은 영혼들에게 슬픔에 겨운
낮달과 국향 뜨거운 여름 햇볕을 듬뿍 담았다가햇기 식으면 해 닮은 노란 꽃대를 올린다.가까이 다가가 향을 맡으면오래된 그리운 향이 난다.시리도록 푸른 하늘에낮달이 국향처럼 그윽하다. 어릴 적 넉넉찮은 집안 형편으로학업을 잇지 못하고 객지에 나가공장에 취직한 누나가 많이 보고 싶었다.매년 꽃대를 올리는 자그마한 감국을 보면그시절 그리던 누님이 떠오른다. 낮달은 애잔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국향에 어우러지면아련한 그리움으로 보이기도 한다. 오늘 낮달과 국화를 만났으니참 호사스런 하루가 되었다.
구절초 하얀 날개가 동그란 모양으로노란 꽃들을 감싸고 있어요. 햐얀 날개는 노란 꽃에게벌이며 나비를 부르는 도우미 가꽃 중양절에 수줍은 꽃 활짝 피우는아홉 마디 구절초 어머니 사랑을 담고 있는구절초가 지면 가을도 간다는 꽃 깊어가는 가을날에어머니께서는 구절초 전채를 채취해 오셨고가마솥에 푹 과서 환을 지으셨지요. 구절초 환은 누나들에게만 먹게 하셨고나이 들어 알게 된 사실은그 환은 여자들에게 약효가 크다는 것을요. 그래서 꽃말이 어머니 사랑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어머니가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