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 열 한살에 알던 그 애열 일곱에 만난 그녀예순 넘은 나이에 소식 들었네무슨 이유인지 밤새 뒤척이다가그 이유를 알았네그 밤은 잠깐 열 일곱살 이었네.
연꽃 이만한 순결이 다시 있을까?진흙뻘에 온몸을 담그고여름을 밀어 올려 정성을 다하였구나. 연분홍, 순백의 빛으로 환하게 웃어주는부처님의 마음을 전하는 꽃꽃 한가운데는 황금으로 수 놓은 듯겸손에 화려함을 더하는구나. 지은 죄일랑 속세에서 빌고 빌어다음 생에는 연꽃을 밟고 태어나는부처님의 자비를 빌어 본다. 일간 세미원에 다녀와야겠다.
나잇값 나이에 값을 먹이자는 게 아니다.나이를 먹으며 스스로의 행동에 값을 먹이라는 말이다. 건강이야말로 부귀영화에 비할 바 안되는 나잇값이다.추하게 오래 사는 것은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일이다.늙음은 걸음에서 부터 온다.걸음걸이 마다 똥꼬에 힘 팍 주며 걷자. 친구한테 잘하자.화성의 공전주기는 686일이다.지구의 1.87배이다.화성에 인간이 산다면 화성에서 10년 살고 왔을 때지구는 약 20년이 흐른다.거의 모든 친구들이 화성의 근처 별이 되었을 것이다.얼마나 외롭겠는가?나잇값에는 외로움을 견디는 것도 포함이다. 꿈과 사랑을 갖자
추녀밑 원숭이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있나요?대목장의 사랑을 달콤하게 먹다가더이상 나올 꿀물이 없으니까그동안 모아둔 사랑의 꿀단지를 들고 야반도주한 여인에게이승의 업과 내생의 업 모두를머리에 이고 살라고대웅전 추녀를 바치게 했다는 전등사 전설 사랑의 색깔은 변하나 보다.핑크 로맨스 카펫 위에서 노닐다가잿빛 하늘에서 쏟아지는 소나기로 변하고너 없으면 죽을 것 같은 홍역을 앓다가너 때문에 죽을 것 같은 숨막힘이라니. 사랑하지 말자.있는 그대로 놓아두자.시간이 가면 꽃은 지고, 해는 기우는 법상처받지 말자.마음의 상처는 약이 없으니 사랑하
흔적 사람이 산다는 것은 흔적을 남기는 일입니다.남겨진 흔적은 추억이 됩니다.때로는 아픔이 되기도 합니다.시간이 흐르면 지나온 자취는 흐려집니다.어떤 일은 더욱 또렷해지기도 하지만요. 시간에만 흔적이 남는 것은 아닙니다.내가 지나온 공간에도 수많은 흔적이 남습니다.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에서 가슴에 남은 흔적은 치유하기 어렵습니다. 작은 새 한 마리가 물을 쪼다 물가에 남긴 발자국처럼나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도 너에게 오랜동안 남을 상처일 수 있습니다.나의 흔적이 너에게 상처로 남지 않으려면 발걸음 걸음마다 살피고 조심할 일입니다.
사랑의 무게 누가 더 사랑하는가? 라는 질문이 문제가 될까?사랑의 무게를 저울로 잴 수는 있을까?사랑의 온도는 뜨거운 것일까? 나를 사랑하느냐?얼마 만큼 사랑하느냐?사랑이 식었느냐?진심으로 사랑하기는 했느냐? 사랑을 측정하려는 순간 사랑이 아니다.사랑을 무게로 알아보려는 순간 사랑이 아니다.사랑은 본질 자체다. 사랑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내가 더 사랑해야만 너도 나를 사랑하려는 노력을 더하는...사랑은 수학적 공식에 대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왜 사느냐고 묻는것 같이왜 사랑하느냐고 묻는 것이 어리석음이다. 사는 데는 조건이 없다.그
길 2 제발왜 사냐고 묻지 마세요.당신은 왜 사는데요? 차선이 꽉 막힌 길을 운전해 보셨지요?옆 차선 차 몇 대가 나보다 잘 빠지면조금만 틈이 생기면 잽싸게 차선을 바꾸신적 있으시죠?길을 바꾸자마자 조금 전의 길이 술술 잘 나갈 때요. 미래의 인생길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아무도 한치앞의 길을 알 수 없잖아요.가던 길 그냥 가다 보면 앞이 보이지 않던 인생도 조금은 술술 풀릴 때가 있겠지요.탄탄대로 인생길을 쭉쭉 잘 달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내가 가야할 길을 모르는 것도 매력적이지 않나요?가다 보면 굽은 길도 지나가고꽃이 만
길 1 나이를 먹으며 늙음으로 가는 길은누구나 처음 걷는 길이다.너와 함께 그 길을 가고 있는 나는 참 행복하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나도 너도 등에는 외로운 짐을 짊어지고 간다.내 짐을 네가 덜고 네 짐을 내가 덜어 가는 그 길은 짐이 훨씬 가벼워진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땐너에게 말하며 그 문제의 답을 스스로 찾는다.너도 힘든 일이 있을 때 나에게 말해줘라. 처음 가는 길너랑 박자를 맞추며발자국을 내딛는 걸음은더욱 가벼워질 것이다.언제까지 얼마나 걸을런지 모르지만나는 너랑 같이 갔으면 한다.
답답함 나라를 잃었을 때 그 시대를 살아 가신 어른들은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살벌한 고등계 형사와 일본 순사, 검찰 밑에서 더 악랄하게 동포를 괴롭히던 앞잡이 놈들 '그대가 조국' 영화를 봤다.내내 갑갑함과 분노 속에서 두 시간이 흘렀다.종영 후 아무도 말이 없었다.아무 말없음은 무수히 많은 말들의 표현이다. 침묵은 동조가 아님을, 순종이 아님을...끝없는 자기 부정과 자기 성찰임을...이 답답함은 마그마가 지표를 뚫고 나오려는 순간임을... 해방 이후 근 8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노덕술은 여전히 존재하며왜놈 밑에서 배운 조작질은 여
너그러움 모기 한 마리가 온 밤을 성가시게 합니다.조금은 너그럽게 대하면 내가 편안할텐데... 다짐을 했습니다.여름엔 모기랑 더위에 너그러워지기로...고까짓 작은 녀석에게 시달리고고까짓 더위에 힘들어하며 살아가는 내가 초라해 보입니다. 겨울에는 추위에 너그러워지려 합니다.봄엘랑 사랑에 너그러워질 겁니다.가을에는 온갖 풍성함에그리고 보름달처럼 환한 사람들에게 너그러워지려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내려 놓음입니다.이제내가 나에게 너그러워지며 살아가렵니다. 이 밤 모두 안녕히 주무세요.
상실, 허전함 상실무언가를 잃어버린 상태함께 했던 소중한 인연이랑 헤어졌을 때가족, 연인, 친구, 반려동물 등 원했던, 원치 않았던 그들과의 헤어짐은 상실입니다.그들과 따뜻함을 공유하다 갑자기 그 따뜻함이 멀어집니다.내 마음의 온도는 혼자 견디기에는 춥습니다. 허전함채워졌던 공간이 빈 상태빈 공간에 나만 덩그마니 남아 있는마음의 허기를 음식으로 채우려는 무모함 마음의 공간은 생각보다 넓습니다.공간에 함께한 이들의 흔적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습니다.어려운 일이지만 시간으로 치유하며 인정해야 합니다. 상실, 허전함을 받아들이는 5단계부정
살아가는 이유 살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 드는 것은 나뿐이 아닐 것이다.죽고 싶다고 죽어지는 것은 더욱 아니지만산다는 것은 수많은 죽음의 유혹을 이겨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왜 사냐고 하는 물음에 여러 가지 답이 있겠다.누구는 그냥 산다고, 누구는 죽지 못해 산다고, 누구는 모르겠다고 하는 다양한 답을 들을 수 있다. 내가 사는 이유는 행복해지려고 산다.삶 자체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태어나는 순간 고행의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다.판도라의 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희망이라는 것이 행복일지 모른다. 살다 보면 어려웠던 수많은 고민과
아카시아 오월의 눈부신 찬란함은 말로 다 하기 힘듭니다.계절을 사람에 비유하자면 오월은 싱싱한 청년입니다.이팝나무 소담하게 밥 한그릇 소복이 피우더니아카시아 꽃눈이 서둘러 올라옵니다.오월의 잔치에 그 어떤 향수보다 진한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어릴적 배고플 때 만개한 아카시아꽃을 좍 훑어서 소담하게 먹던 일이 생각납니다.청춘의 싱그러운 처녀가 치열 고른 이를 내놓고 화사하게 웃는 모습같이 꽃이 핍니다.더워지는 날 초저녁에 툇마루에 앉아 뒷산에서 내려오는 아카시아 향기를 선물로 받던 때도 생각납니다. 미워하던 사람도 용서할 마음이 생기
오월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보기만 해도 아름다운데 초록이 점점 짙어져싱그러움을 더하고햇살은 나뭇잎에 반짝입니다. 찔레꽃이 소박하게 피고장미꽃이 화려하게 핍니다만그 무슨 소용이랍니까?오월에 피면 그만이지. 소박한 사람도 사랑을 하고화려한 사람도 사랑을 하는누구나 다 사랑할 수 있는 오월입니다.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운 오월입니다.
제비꽃 그녀에게 미안합니다.아낌없는 사랑을 보내 주었는데..한결같이 바라보았는데..받아주지 못하는 마음도안타깝고 아프답니다. 여신의 저주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큐피드의 화살이 두 개라는 사실도요.먼 길 돌아 다시 만날 날은 있을까요?이생의 아픈 인연도 다음 생에서는 잊힐라는지요? 따뜻한 바람 불고 제비꽃 피니 그녀가 생각납니다.그녀에게 제비꽃 꽃반지라도 끼워줄 수 있을까요.혹 그녀도 내 마음 아실라는지요. ※ 제비꽃 전설을 기초했습니다.
보름달이 뜨더이다 달은 늘 떠오르지요.구름에 가려 보지 못하기도 하고일상이 바빠 보지 못하기도 하지요.그러나 달은 늘 떠오릅니다. 비 갠 엊저녁에 구름 사이에 떠오르는 달을 봤습니다.비 온 끝이라 그런지봄을 맞이하는 달이라 그런지달이 유난히 투명하게 보였습니다. 달은 참 바쁘겠다는 생각을 잠깐동안 했습니다.많은 이들의 소원을 담기도 하고더 많은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기도 합니다.나래도 힘을 덜고자 언제부터인가 소원을 빌지 않습니다. 인간은 참 나약한 생명체이기도 하고참 강한, 독한, 악랄한 존재이기도 합니다.달의 부드러움과 넉넉함으로
민들레 시계 노오란 예쁜 꽃민들레 꽃 꽃에게는 미안하지만한 송이를 꺾어 줄기를 반 갈라손목에 묶었어요 예쁜 민들레 꽃시계지금 몇 시 몇 분이예요? ‘지금은 꽃시 꽃분’
초록이네 마을 새벽 이슬에새싹들이 초록 초록 아침 햇살에 나무들이 초록 초록 훈훈한 바람 불어씨앗들도 초록 초록 초록이네 잔치에꽃들이 하하 호호
어떡하지? 나도 모르겠어.네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아.그러다가도 문득 문득 네가 생각나. 푸르던 날에는우리 함께 푸르렀는데..함께 마시는 공기는 신선했고함께 쬐던 햇살은 따뜻했는데.. 기억이라는 한계점이 있는 줄 모르고살아가던 청춘이었나?존재하는 모든 일들은변하지 않을 것이란 어리석음이었나? 그땐 참 풋풋했지.빰을 스치던 바람마저 좋았으니까.모르는 아이의 웃음은 나를 향한 응원이었으니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너랑 함께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었으니까. 너무 사랑해서 너무 아픈 걸까?너무 아파서 생각조차 하기 싫은 걸까? 어떻게
목소리 나는 당신 말소리만 들어도 행복해집니다.당신 목소리에 새겨진 나를 듣기 때문입니다.내 말을 들어 주면 당신 안에 나의 흔적을 남깁니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각자의 살아온 길을 그 안에 담습니다.그 삶을 나와 함께 했음에 익숙하고그와 함께 했음에 행복합니다. 방금 전친구 목소리를 들었습니다.늘 활기찼고 뿜뿜뿜 했던 녀석의 목소리였는데나를 슬프게 합니다.내가 내는 목소리 안에는 내 영혼이 담김니다. 또 다른 친구가 안부 목소리를 전합니다.제가 한 전화입니다.봄이 오는 물기 어린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덩달아 봄기운이 전해집니다.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