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치료 마지막은 우리 모두 한바탕 웃는 일이다그러나 잘 못 웃어여러 사람 앞에 끌려 나가는 불상사가 없도록푸헤헤헤 억지로라도 크게 더 크게발을 동동 구르고두 팔을 높이 치켜들고저것 봐 저것 좀 보아 손뼉 치며벽을 때리며 하염없이 쓸며배를 부여잡으며일그러진 얼굴로 씁쓰레한 얼굴로더욱더 찌푸린 얼굴로 몹시 불유쾌한 얼굴로이를 악문 얼굴로 복수에 불타는 얼굴로이제야 비로소 삶의 그 깊은 본질을 파악한 듯허무의 극에 달한 얼굴로멸치 콩나물 대가리 같은 얼굴로뜯어보니 웃음이란 웃음은 몽조리 잃어 버린 얼굴로자, 강의실이 떠나가라우리 모두
새들 봄이 오고 날이 풀리니웬 날이 빨리도 밝으니곳곳에 새들 마구 울어라개나리 덤불 골목 쓰레기노친네 자개장롱 속노래하는 것도 아니고나뭇가지 물어 날라집 짓는 것도 아니고노는 것도 아니고큰 놈이 작은 놈족치는 것도 아니고쪼으고 때리고 맞는 것도 아니고암놈 위에 수놈이거시기 세고 센 놈이 올라탔구나대이구 좋댄다들입에 겨우 풀칠만 하는작것들이란, 추리닝 바람에 맹하게 듣고 있노라니삼십 년 전 대학교 때구나연못시장 새집여인숙마치 그 새들이 날아왔다고나 할까시계 잽히고 가방 잽히고밤마다, 까구있네라면서 깽판을 부리던 선배들그 나쁜 형들까지
리얼스토리(real story) 아파트 주차장 여중생 성추행범이 잡혔다범인은 땅딸막한 사십 대 일용 노동자로처자식도 다 거느린 사내였다해거름쯤 평소와 같이 연장 가방을 챙겨들고그 일 벌써 새까맣게 잊었겠구나뒷주머니에 스포츠 신문 한 장 쿡 찔러 넣고웬일로 좀 일찍 들어온다 싶더니, 오든마튼, 붙잡혔다 번짐 처리 얼굴에서꼭 애 것도 같고 고양이 것도 같고어찌 보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변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어어,당신들도대체뭐야 하며둬 번 딱 잡아떼다간, 개길 듯갑자기 꼬리를 내린다무슨 생각을 했는지? 죄송하다며, 자기가 죽을죄를
동변(童便)어느 놈인지 간밤 똥 한 무데기길 복판에 누고 갔다 떡하니굉장히 큰 놈이구나 센 놈이구나그눔, 흉물스러븐 놈이로구나낯짝 가득 머구 잎사귀 들쓰곤시커먼 놈소도독 같은 놈억수로 괴로웠던 놈팽아이마트 하늘 쪽 별 밝더냐찌긋째긋 별들 바라보며별에 그슬리며으스스 별 달고서, 다아 이거나 먹어라들그리곤 총총 춤추며 갔노라덤프트럭 뒤를 돌아 즤 마치가진 거란 돈뿐이 없는 놈이라도 되드키, 거참, 구리구나별 아우님떨구고 간 어리디어린 똥 시작 메모동시, 동화, 동심 들도 깨끗하지만, 생각하고 생각해 보니, 거꾸로 소도둑 같은 얼굴 시커
원룸존만 한방에존만 한그천장엔 때 절은야광 별곡소리 하나 없이마치 다구리로 밟힐 때처럼오늘도 한껏 몸을 만다이젠 밟히는 것이야말로쉬는 것몸도 마음도녀석 영혼까지 시작 메모둘둘 뭉쳐 놓은 양말, 모자, 신발 투성이, 나오는 볼펜, 나오지 않는 볼펜, 라이터, 카드, 열쇠, 명함, 스티커, 고지서, 종이컵, 물통, 나무젓가락, 화장지, 거울, 액자, 달력, 시계, 사진, 사탕, 지갑, 화장품, 비누, 치약, 칫솔, 드라이버, 자, 가위, 식칼, 도마, 냄비, 숟가락, 이쑤시개, 다육이, 인형, 커피, 창턱엔 방구냄새나는 귤 나부랭이,
그냥추적추적, 떡갈나무잎사귀 가을비 내리고때로는 엉뚱하게채석장 가는 협궤 열차 철로변그 시절 황혼 여인숙에 들고 싶네허름한 연장 가방 하나비스듬 어깨에 메곤숙박부에 조금, 거짓 이름 주소서툰 글씨 몇 자로 깃들고 싶네단, 하룻밤만창턱 모과 물주전자 쟁반 물컵지저분한 천장에 야광 별 뜨고값싼 외로움의 장사치들,허투루들과 함께 묵고 싶네소멸이 소멸을 어루만져도, 이렇게끝이 끝을 껴안아도 되는 것인지되묻고 되물으며, 언뜻 벽 너머 얇은 괴성나 정처 없는 낱말이, 행간이 되어 시작 메모‘그냥’은 그냥이 아닌 것들보다 더 괴로웠다. 더 슬펐
옷인천 송림동말번지에 살 때 어머니옷 살 돈마저 없어문종이로 옷 지었네희한한 종이옷 한 벌그리곤 억지로 입혔네먼저 단추 하나 뜯어지고사마귀 잡다가 또 하나 뜯어지고야구하다 팔꿈치 한쪽 떨어지고곤지란 놈하고 싸우다바지 다리 한쪽 떨어지고고새 여우비 오니남은 팔과 다리, 어깨마저너덜너덜 누더기가 되었네그것도 옷이라고우리 어머니 반나절은 시치고 말라 지은문종이 옷, 황금 갑옷을 입고 나간 듯쪽팔렸지 시작 메모성경(로마서)에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를 읽을 때면 어머니가 지어 준 종이옷이 떠오른다. 빛의 갑옷이란
귤 아들 하나 딸래미 둘파란 액정 속 활짝 웃는다방구 냄새 나는 귤시금털털한 귤검정 비닐봉다리 속에끽, 삼천 냥어치 사 들고갈짓자 걸음고래고래 소리지른다찬 바람 찝찔한 눈물삐리삐리한 아부지이마트 사거리 온갖 빵빵거림 뚫곤푸헤헤헤헤비키지 않을란다, 탱크처럼 시작 메모삐리삐리한 아버지들을 좋아합니다. 가난을 좋아합니다. 작고 못난 식구들을 좋아합니다. 특별하게 내세울 것 없는 모두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귤을 좋아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젊던 아버지 시절, 직장에서 종일 시달리다가 퇴근하고, 염소 같은 우리 시시껄렁한 동료들과 술 한잔 꺾
눈물내 눈은말오줌나무잎사귀눈 슴벅슴벅왠지슬풰어린말자지나무잎사귀대추 넣고 달여 먹으면다리 쑤시는 데도엄청 좋다던데 시작 메모암, 눈물은 깨끗하지. 기쁨보다 엄청 깨끗하지. 또 슬픈 눈물 때문에 떠오르는 말과 오줌과 나무는 서로 얼려 아주 깨끗할 걸. 그런데 우리 힘 겨운 두 다리는 아무리 슬퍼도 울 수 없어. 그저 쑤실 뿐.
갈 길언제부터인가 나는 가장앞입니다뒤마저 뺏겼습니다 그 사람들은 이제나보다 벌써, 천천히나보다 더 빨리, 늦습니다해님은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습니다그럼 가나요두 팔 짐짓가위처럼 치켜들고가,갑자기동막 갯벌 꽃게같이앞으로 앞으로, 그러나 가도 가도옆, 옆앞으로 갑니다 시작 메모두 번째 시집 『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를 내면서 이 시를 첫 시로 집어넣었다. 가재골로 내려와 살면서 낮고 겸손한 마음 갖고자 발버둥(?) 쳤으나 이미 나보다 더 낮고 겸손한 사람들 쌔고 쌨더라. 이제 와서 겸손이라니, 또 처절하지 못한 겸손이란 얼
촛불 매형에게, 다시 쓰기1.그곳에가고 싶다들고 싶다외치고 싶다진실과 정의북받친다나 아무것도 아니지만네까짓 게 뭐냐 하겠지만서도나 아무것도 아니기에막, 가고 싶고 들고 싶다2.하늘엔 예쁜 별그 아래 비스듬 애들 키만큼눈썹 달 하나 그리고 나비록 가재골 머리 허연 노땅이지만3.촛불 드는 토요일이면 가고 싶습니다남부터미널 김밥집 앞씨뱅이 모자에 똥배낭 하나 걸머메고벌 치는 사람처럼 버섯 캐는 사람처럼도서관 갔다 오는 사람처럼합류하고 싶습니다시대가 아무리 타락해도, 막가도 기름져도진실과 정의, 무엇보다 양심 지니고 사는언년이 언놈이들,
들꽃작고 여린그리하여 우리 아주 보잘것없는들꽃이 되고 싶네가짜들꽃아닌 하늘하늘진짜 들꽃이왕보담도 짐승들보담도훨씬 잘 차려 입혀 주신다기 시작 메모곰곰 생각하니, 국민학교 4학년 때 덕수네 다락에서 이 얘기 저 얘기하며 별을 보던 그 무렵이 나한테는 진짜 들꽃 같았다. 다들 꿀꿀이 죽 먹고 와리바시 깎으며 루핑집에 살았지만 덕수도 착했고 나도 참 순수했다. 지금 같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무얼 볼 때나 들을 때나 말할 때 그때로 돌아가 듣고 보곤 한다. 내 마음 개똥갈이 밭뙈기 한 구석 염소 말목쟁이 곁에 하늘하늘 나부끼는 들꽃 같기
다시 병신춤그딴 춤이야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에장소팔이 성님처럼 추면 되지옥진이 누님처럼 추면 되지장에 소 팔라 가듯이아니면 봄날 비탈에 뚝방에이른 쑥 캐드키 밭두럭 타고 오줌 누드키후여후여 다릿간이란 다릿간마다다 찾아가 추리다역전이란 역전마다 다 찾아가 추리다아니야아,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고그래애이, 나는 자 위에 기는 자 있다더라병신스러이 병신스러이 추리요접시 물에 코나 박고 칵 빠져 죽어 버릴라아프게 아프게 추리요공갈로 아주 공갈로이쁘게 이쁘게 추리니헤프게 헤프게 추리니우리가 말이요양재기 들고 추리다바가지 들고 추리다부지깽
물푸레그대 나에게가고나 그대에게오고나 나무의 말 들었네나무 나의 말 들었네 시작 메모‘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는 나무가 우리에게 건네는 말 한 자락이다. 그대 내게 (오기 먼저 나 그대에게) 가고, (또) 나 그대에게 (가기 먼저 그대 내게) 오는 것이다. 그 나무 곧 물푸레나무다. 뿌리로 골짜기 물을 빨아들여 돌 틈 속 줄기를 키우고, 마침내 뻐드러진 억센 가지 한 끝 굽히고 굽혀 물속에 드리운다. 다시 그 물 온통 맑푸르다. 그러나 그 물푸레 해거름녘 물푸레이어야 하리.
거시기 3- 3월이 가기 전에빌어먹을레라!친일 하나로 뜨뜻하니밥 잘 먹고옷 잘 입고글 잘 썼지어떤 거시기는입에서 튀어나오는 말들 글쎄죄, 시가 된댄다별이 된댄다 그 거시기 거시기엔햐, 무슨 금텔 둘렀나 아직도친일역적반민시인 작가들 그 후예들꿀꿀하다 어쩜 나 또한영혼 깊숙 걀걀골골, 한통속난 나부터도 깰 건 깨고 깔 건 까고 갈아마실 건 갈아 마셔야 하리니 시작 메모일제강점기 때 ‘만지면 만질수록 덧나는 민족의 상처’라고, 한 분 계셨네. 내 어느 때이런가, 산 갔는데 천왕봉에 올라 멀리 보니 큰새목이 작은새목이 안대미 바깥대미, 작
거시기 2나 여기 가재골 나려온 지하매 다섯 해귀 트여그니들 개떡같이 말해도찰떡같이 알아듣네애법, 말 트여거시기 거시기입에 절로 쏟아지네마음 트여쀼루퉁, 외로운 거이안 외로운 것보다덜 외로워때론 재미없는 것들재미있는 거보담도훨씬 더 나아 시작 메모여기서는 거시기 말고도 많은 말을 알았다. 월려 알싸리 입때 서껀 상구 각중이 양중에 하매 당최 대근해유------. 그런데다, 이 사람은 ‘이니’, 저 사람은 ‘저니’. 그 사람은 ‘그니’라고 한다. 어떤 작가가 소설 속에서 'he'와 ‘she’인 ‘그’를 어떻게 처리할까, ‘그대, 그네
거시기 1나이제눈물도찔끔거시기도찔끔 시작 메모여기서는 산도 거시기, 마을도 거시기, 사람도 거시기, 꽃도 나무도 풀도 거시기, 모르면 몰라서 거시기 알면 알아서 거시기, 멀면 멀어서 거시기 가까우면 또 가까워서 거시기, 두루두루 온통 거시기다. 또 먼저는 먼이, 이때는 입때, 나중에는 양중에, 벌써는 하매, 다슬기는 올갱이, 아침밥은 아직, 힘들다는 대근하다, 이 사람은 이니, 저 사람은 저니, 그 사람은 그니라고 하니 오죽 좋다. 그리고 잘 들어보니까 ‘아직도’를 ‘상구’라고 한다. 접때 가까운 수도원에 양파 뽑으러 간 일 있는데
퉤퉤그러니까내 저 그립잖은 왕년연못시장 개미집에해 떨어지고돈 떨어지고런닝구 떨어지고시쓰는 또라이소설쓰는 또라이아무것두쓰지 않는 또라이다들존만 해 가지구별처럼, 퉤퉤, 시작 메모그때 연천 같은 데서, 저 청풍 같은 데서 올라완, 시니 뭐니 쓴답시고, 우리 노상 개미집에 썩었는데, 뻑하면, 신발 가득 술 따라 먹고, 외상 먹고, 유리창 깨고, 토하고, 고래고래 노래도 하고, 우리 영혼 얼마나 가난했으면, 아니다, 배지 불렀으면, 그런 밤 우리 잠 또한, 공중전화 박스에 기어들어 가 자거나, 어떤 인간은 아스팔트 바닥 우체통 껴안고 잤지
비록, 마스크 속나 그리븐말과 노래 왼통 묻혔지만스러졌지만 오늘도물끄러미저 와이샤쓰 단추구멍만 한 그대 두 눈이여,그곳엔 온갖 마음아픔마저 수더분,나 여지껏알지 못했습니다 그대이토록 사랑인 줄전혀 시작 메모나 이제 진주보다도 사랑합니다. 호수보다도 사랑합니다. 샛별보다도 사랑합니다. 아침 이슬보다도 사랑합니다. 저녁 노을보다도 사랑합니다. 돔부콩보다도 사랑합니다. 올갱이보다도 사랑합니다. 쑥보다도 사랑합니다. 곤지, 모개, 고욤보다도 사랑합니다. 그 개떡보다도 사랑합니다. 오늘도 마스크 밖 물끄러미, 저 와이샤츠 단추구멍만 한 그대
어떤 자서(自序)이젠다 글렀지만, 텄지만그래도 끙끙굵고 뜨겁게쓰고 싶다누고 싶다내 친구 문달이처럼기술 하나 부리잖고퉤퉤,때 빼고광 내잖고 시작 메모두 번째 시집 『퉤퉤』를 준비하면서 그 시작을 이렇게 하기로 했다. 제목과 자서로 쓸 게 이것저것 참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 버리고 말았다. 기술 하나 부리잖고 쓴다는 게, 자칫 껍적거리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애려운가. 지성의 중산층화, 감성의 중산층화, 감정의 중산층화, 영혼의 중산층화, 윤리의 중산층화, 신앙 하다못해 가난의 중산층화까지, 싫고 구역질 난다. 모르면 몰라도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