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오다 가을은 어떻게 오는가?가을은 위에서 내려온다.북에서 남으로 내려오고산 높은 곳에서 아래로 천천히 내려온다.나무 꼭대기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내려온다. 그렇게 내려오는 가을은알록달록 오색 선물을 가지고 온다.선물이 부족 할까봐들판에 황금빛 알곡을 주고나무에 주홍빛 감들을 준다. 가을에 물들어 그 속에 빠지고 싶다.잠깐이라도 가을처럼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 이렇게 내려온 가을은 넉넉함을 남기고서리가 내려 축 처진 호박잎처럼시린 슬픔으로 떠난다.
아이를 팝니다- 마혜경 그가 떠나자 그녀는 혼자 아기를 낳았다 아기의 빈 자리에 슬픔이 누웠다 눈물이 이상한 문장을 새기고 있다 아이를 팝니다 36주, 20만 원. 제주도 서귀포시 당근마켓에 올라온 그녀의 글은 눈물이 아니다 동정이라 읽지 않는다그것은 엄마를 가장한 악마. 그녀는 알 것이다 미혼모보호센터와 보육시설로그녀와 아기가 헤어질 때, 아이를 파는 일보다 죄를 파내는 일이 얼마나 더 아픈지를 아기는 아무것도 모른다입양도 모르고 글도 모른다여태 꿈을 꾸고 있어 다행이다
사랑과 장담그기- 마혜경 사랑은 얼마나 손이 가는지 재료만으로 숙성되지 않는다 볕 좋은 날엔 태양을 고스란히 배달해야 하고 미리 비 예보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사랑은 얼마나 예민한지 제 때 문을 열고 닫아야 한다 찬 서리가 주인 행세를 하면 온기가 떨어져 뒤늦게 문을 닫아도 냉정해지기 쉽다 얼마나 어린애 같은지 매일 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웅크리고 앉아 지난 햇살과 어제 스친 어둠에 대하여 시를 쓰고 있을 때 익숙한 발소리가 다가온다면 사랑은 어린애처럼 펜을 집어 던지고 춤을 출 것이다얼마나 손이 가는지 오늘도 하나의 얼굴만 기다린다
신변잡기 윤한로마누라도 작고나도 작고애들도 작고그러니 집도 작고아픔이며 눈물, 콧물, 기쁨시까지 작을 수밖에그래! 우린 늘 쫄며 산다그런데 이렇게 사는 것도나쁘잖습디다, 굳이가난을 배우잖아도 가난하니까선을 배우잖아도 선량하니까겸손을 배우잖아도 겸손하니까, 게다크고 힘센 사람들 여벌로우리 숫제 건드리지 않고 지나치니까이 작은 존재들, 약한 존재들만일 먼저 건드린다면, 깔아뭉갠다면?그땐 불같이 일어서리라타오르리라 사라지리라 찌그러지리라, 궤짝같이흑흑, 늘상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시작 메모상상은 아픔의 이불이다. 절망의 우물이다.
낯설고 높은 - 마혜경 꿈에서 떨어져도 눈물로 베개를 적시던 사람들이 3만 5천 피드를 날고 있다캐리어에 긴 옷과 카메라 수첩을 챙기고하늘을 걷고 있다태양을 가로질러 구름을 둥글게 깎으며낯선 얼굴을간판을의자를 향해 날아간다 겁쟁이들의 이 짧은 표류는 여행으로불리면서 하늘에 이름이 각인된다바람이 먼저 읽을 것이다
가로수가 익는다그림자처럼 몰려오는 이튿날의 새벽터미널에는 여섯 사람의 뒤축에 달라붙은 노랑들이어수선한 대화들을 새기고 있다 먹빛 미신을 뒤집어쓴 까마귀들이속이 텅 빈 은행잎들을 열어보인다반으로 접힌 포춘쿠키를 쪼개며잘 익은 운세를 확인하던 아버지 나는 전광판 속에서 한 뼘씩 다가오는 미래를 확인하며불길한 새들의 울음을 뒤축으로 짓이긴다 겨우내 먹을 열매를 숨겨두고 잊어버리는 산짐승들의 습성처럼가을의 마지막 은행잎을 반으로 쪼개놓고는자기가 누구인지 잊어버리곤 하던 아버지이튿날의 무릎에 달라붙은
무릎- 마혜경 홀로 있는 것들은땅과 나란해야 싱그럽다 들판의 소나무암소가 뜯는 억새풀이글거리는 태양과 빗살무늬 폭우 아래자고로 기울어야 숲이 된다 길상사 초롱불 아래첫새벽 여는 보살의 다리에는삼천 번의 흔들림이 스며있다 두 다리를 접어 마음의 빚 바닥에 털어내오롯이 꺾여야 사람이다
미국 제46대 대통령 후보로 도널드 트럼프와 경쟁하고 있는 조 바이든의 자전 에세이 ‘약속해주세요, 아버지(미래지식출판사)’가 10월 15일 출간된다. 미국에서 출간 당시 진실하고, 꾸밈없고, 매우 상세하게 쓰인 조 바이든의 에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조 바이든은 36년간 미국 상원에서 델라웨어주의 상원의원을 지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의 제47대 부대통령을 지냈다. 같은 시기에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와는 정치적 동반자로서 외교 문제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등 활발한 정치, 외교 활동을 펼쳤다.
사는 데는 연습이 없다.맞다.그런데 연습 중이다. 살아온 세상과 다른이역만리 땅에어찌 살려 했겠는가? 거기도 사람이 살더이다.했던 교만으로아니?무책임으로 산 죄 값으로오늘도꽝응아이 큰 비를 만난다. 오토바이 앞가슴에주먹만 한 빗방울이심장을 때린다. 아! 나는좀 더 큰 빗방울을 기다린다.내 삶의 페이지를 장식할오늘, 지금이지만누구에게나 주어진오늘, 지금은금보다 소중하다더라.
연일 비상 사이렌을 울리며 음압 병동이 마련된 종합병원 응급실을 향해 달려가는 구급차의 긴 행렬이 우리 시민들의 가슴을 울린다.자태를 뽐내며 시샘하는 봄꽃들도 코로나19의 재앙 앞에서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악마의 재앙으로 쑥대밭이 되어버린 대구의 현 상황이 온 세상에 알려지면서 ‘2020 대구의 봄은 숨이 멈춰 버리기 일보 직전이다. 전국 각지로부터 자원봉사를 자처한 수많은 의료진과 의료물품 그리고 구급차 비상 사이렌 울음소리가 하모니 된 현실 앞에서 우리 대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고난의 길을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버티고개 - 마혜경 약수동에서 한남동 넘어가는 정상폐지 손수레 위에 태양이 아스라이 앉아있다밀고 끄는 기억과 햇볕으로밥을 지어먹는 노인붉은 태양은 무게를 지우기 위해들숨을 참고 있다 장충동 내리막 길땀에 젖은 노인이 아래로 굴러간다풍등을 닮은 태양이 위로 멀어진다 한 송이 꽃으로 밥물을 재는 사람과낱알로 버티는 꽃망울이 붉에 핀 그곳어쩌면 두 개의 태양이 만나는 곳
작가 소개서울공대 재학 중 6.25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켄터키주 베리아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수재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중년 이후 글 쓰는 직업으로 일관했다.평생 모국어로 쓴 한 권의 수필집 출판을 소망했고 마침내 그 뜻을 이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출간을 앞두고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1998년 유명을 달리한 그의 인생철학은?사람은 왜 사나? 살라고 태어났기 때문에 산다. 어떻게 살면 좋을까? 행복하게 살면 된다.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러셀의 행복
응, 나 미아가 되었다 왼발이 도망갔다사소한 방랑일까 세 발로 걸으려 할 때마다 애인은 지긋이 손등을 밟았다 헛구역질을 했다끝도 없는 숲이 옆구리를 스쳤다우는 게 아니라,우는 게 아니라,나는 단지 떠나간 균형 감각에 대해 생각할 뿐이야애인에게 사탕을 쥐어줬다뒷정리를 잘 하는 사람이었다배웅을 해주지 못해빈 곳이 시큰거린다고 했다 외딴 집, 덩그러니바람 소리가 새는 낡은 집으로,나아가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숨이 막혔다바람개비를 후후 불면 기분이 좋아졌다 세 개의 날개를 가진 나방이불빛을 쫓아 뛰어드는데,움켜쥘 수 없었다미안해, 나에겐 남
손정현 PD의 현장 중심 실전 드라마작법서 ‘나는 왠지 대박날 것만 같아!’가 오디오북으로 나왔다. 종이책과 전자책에 이어 출판사 이은북이 출시했다.손정현은 20년차 드라마 PD로서 tvN 드라마 ‘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는 순간’, SBS 드라마 ‘조강지처클럽’, ‘보스를 지켜라’, ‘키스 먼저 할까요?’ 등을 연출했다.수많은 방송국에서 매해 수십 편의 드라마를 방영하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남는 ‘인생 드라마’는 단 몇 작품에 지나지 않는다. 소위, ‘대박’ 드라마들을 어떤 스토리텔링의 차이가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런 드라마를
예스24와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구 서울역사)가 10월 9일 한글날을 기념해 ‘한글 기획전’을 진행한다. 조선말 큰사전의 역사를 소개하고, 한글과 관련된 사전 및 도서를 추천하는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이번 행사는 우리나라 고유의 글자인 한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고, 일제의 억압 속에서도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산물인 조선말 큰사전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조선말 큰사전은 75년 전 옛 서울역 뒤 운송창고에서 발견된 원고로 1957년 출간한 사전이다.예스24는 기획전에서 소개된 도서를 1권 이상 구매 시에는
비행기 방귀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비행기가 씽씽비행기 지나간 길에하얀 방귀 자국그건 방귀가 아니야.비행운이야.
각진 것들은 모서리를 가진다. 둥그런 것들에선 찾아볼 수 없는 날카로운 모서리. 각진 책상, 각진 가방, 각진 문, 각진 창틀. 이것들은 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모서리에 부딪히거나 긁히면 상처가 생기거나 멍이 든다. 심하면 찢어지기도 한다. 모서리가 있는 것들은 날카롭고 예민하다. 대신 각이 딱 잡혀 있기 때문에 균형이 무너지는 일은 없다. 사람 또한 그렇다. 겉모습만 보고선 알 수 없는 은근한 모서리를 가지고 있다. 건드리면 안 되는 콤플렉스일 수도 있고 자존심일 수도 인정 욕구일 수도 있다. 모서리에 대한 해석은 하나를 콕
엎친 데 덮친 일들이 이어져온 시간본질을 벗어난 언어들이 미친듯이 춤추고구황 되어야할 고구마조차 여물지 못했구나긴 장마 폭우 태풍 견디며 잎은 무성한데결실 잉태하지 못한 고구마뿌리를 보면서그래도 캐야하는 현실 서글프다시작이 반이라면 끝은 전부태산이 아무리 높아도 하늘아래 봉우리오르고 나서야 높이와 깊이 넓이를 알 수 있다고구마를 캐는 일도 마찬가지첫 고구마를 캘 때는 그저 신기하고 신비로워 힘든 줄 몰랐다그러나 캐면 캘수록 팔다리가 저려오고 온 몸이 쑤시는구나아버지 등같은 밭이랑 파헤치니풀 뽑다가 쓰러진
태초에 어둠이 있었다?야훼께서 어둠을 거두시고? 오늘 이역만리 타향에서어둠을 경험하다. 우리에게 주어지는밝음과 어둠은 공평하다. 어둠 안에서나만의 어둠을 느끼는 소중한, 고귀한, 은혜로운? 누구나 어둠에서 태어났고누구나 어둠으로 사라지리라. 나 사라지는 날나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는 희열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내 고향 노래 부르며 기뻐하리라.
친구여, 나는 오늘 그대에게 평소의 사담이 아닌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자 합니다. 내 본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는 외행성에 불시착한 표류자의 마지막 고백이자 기록입니다. 자아의 상실에서 오는 두려움을 친구여 당신은 아시나요? 이름 모를 병원. 나를 껴안고 우시는 부모님. 귓속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지금도 생생히 되감기는 장면입니다. 내가 처음으로 보청기를 장착한 때이고, 처음으로 내 이름 석 자를 들었던 때입니다. 이때 내 몸을 지배한 것은 ‘듣는다’라는 환희가 아닌 ‘들린다’라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처음 접하는 감각. 내가 원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