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수요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사)서울윈드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에 앞서 한국관악계의 산 증인인 숭실대학교 김응두 교수를 만나 음악회와 한국관악발전을 위한 여러 의견을 들어보았다.
슬픔이 말을 걸다- 마혜경 아무도 말 걸지 않는 카페 구석에서혼자 적막을 지우고 있다어둠을 끌어당기고 밟은 후전류를 환상적으로 퍼트리면벽에 새겨진 적막은 사라지고 더이상 울지 않는다 주인을 떠난 목소리가들어 줄 주인을 찾아간다찻잔들이 소란스럽게 테이블을 오고간다의자가 당겨지고 누군가는 웃는다 적막이 지워진 벽에 이제 슬픔 하나만 남았다강한 전류에도 사라지지 않고빛으로도 지울 수 없는오래된 슬픔이 말을 걸어온다 문이 열리면차가운 바람과 함께 슬픔에 도달해조용한 대화를 하고 싶다
모세 성인이애급 땅에서이스라엘 백성을해방시켰다는 이야기 속에젖과 꿀이 흐르는가나안으로 가자 했지. 이집트나 팔레스타인바그다드 그 어디에도가나안은 없었다.여기 베트남 생활 7개월야고보와 모세가백성들을 이곳으로인도했다면 아마이곳이 가나안이었으리. 5월에 볍씨 뿌리더니8월에 추수하고석 달 놀리더니12월에 써레질을 시작한다.그 사이 석 달엔다시 올라오는 벼와 풀을땅 주인이 베어다가소며 돼지 사료로 쓰고 가뭄 걱정 홍수 걱정시름 한 번 없이3월이면 춘수(?)하고8월이면 하수(?)하는가나안 땅 베트남 물산이 풍부하니사람마다 미소요바쁠 것 없이
엄마가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가 되어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었다.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코로나가 내 삶 속으로 툭, 떨어진 순간이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엄마는 이미 안방에서 마스크를 쓰고 자가격리 중이었다. 굳게 닫힌 안방 문 앞에서 나는, 내 목을 타고 넘어오는 수많은 걱정의 말들을 집어삼키기 위해 몇 번이고 주먹을 쥐어야 했다. 엄마, 나 왔어. 딸 왔어? 밥은 먹었고? 오늘 별 일 없었어? 나는 억지로 밝은 목소리를 내며 재잘재잘 이야기했다. 오늘은 카페에서 전공 공부를 했는데, 너무 어려워서 고생했어. 그리고는
제발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까닭은내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내가 나를 사랑할 줄 모른다면나 아닌 당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까닭입니다.또다시 왜 당신을 사랑하냐 물으신다면나는 모르겠다고 고개를 좌우로 저으렵니다.내 마음을 엿보려 하시는 당신의 속내가그저 내 마음을 안타까이 하기 때문입니다.사랑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사랑에 꼭 이문을 따질 일 아닐 것이라그러니 부탁입니다.왜? 사랑해? 이유는?묻지 말아 주세요. 제발
*본 시리즈는 아마추어 작가들, 그 중에서도 대중문화 쪽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집필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작품이 좋은 작품인지 알아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온 오프라인에서 피드백을 받는 것이라는 건 일전에 언급한 적이 있다. 앞서 말하지만 이 글에서 말하는 좋은 작품의 기준은 작품의 내적인 깊이, 순문학이 가질 수 있는 문학적 성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대중소설로서의 좋은 작품을 말하는 것이며 냉정히 말하자면 대중소설계에서 좋은 작품이란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더 잘 팔리는 작품이 해당된다. 다시 요점으로 돌아가서 사실 작
*본 시리즈는 아마추어 작가들, 그 중에서도 대중문화 쪽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집필되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할 건 글의 전체적인 리메이크에 대한 부분이다. 리메이크라고 표현했지만 보통 흔히 생각하는 그 리메이크와는 조금 다르며 쉽게 말하자면 작품의 ‘대폭 수정’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오탈자를 조금 잡거나 하는 수준의 수정이 아닌 ‘환골탈태’ 수준으로 작품을 뜯어 고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자유연재 게시판에 연재를 하고 있는 작품이 있을 때 스스로의 기준에서 보나 독자수로 보나 성과나 나쁘지는 않지만 더 이상 진척이 없거나
이불에서 만나지 못할 사람은 없다 흰색으로 된 파이프로길 끝자락에서 무척이나 많이 맞았다고내 어린 소년이 자랑했다 다 맞으면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우리는 축하의 의미로 짜장면을 먹었고먹다 남은 단무지로 멍을 지웠다 아이들은 손으로 혓바닥을 가리키며 날 찾아다녔다다리에 곰팡이가 피었다옆집 할아버지가 잠든 채 죽어가던한낮이었다 우리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속닥거렸다그때마다 슬쩍 보이는 초록빛이내 뺨에 닿을 때너는 집으로 돌아가기 싫다 말했다 내 품에 매달린 소년이거처를 잡지 못한 악몽을 끌어안았다지나치게 부푼 새콤한 냄새 내일이 되면다
나무를 오해하지 않기- 마혜경 섣불리 베지 마라땅과 나란히 눕지 않겠다중력과 태양에 당당해지기 위해 기도 중이다마른 가지를 보고 손목을 꺾지 마라그 하나로 사라지지 않는다내 끝은 처음이 아니다 어이없게도 밖에서 나를 찾는다면나는 없다계절이 흙에 가득 고이면 밀어낼 뿐이다 너희들의 언어로 말하겠다꽃도 피는 게 아니라 안에서 밀어내는 것이다 어머니도 별도詩도그렇게 밀어서 세상을 만나지 않았었나
코로나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아이들은 오랜 시간 학교에 갈 수 없었고,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확산 추세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우울·무기력감·외로움·소외감을 느끼고 자해·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야기도 들리곤 한다.이런 상황이지만 “코로나 때문에 힘든 것이 있느냐”고 묻는 어른들을 찾아보기는 힘들다.오히려 “도대체 집에서 놀기만 하고 게임만 했지, 한 것이 없다”고 질책한다.오랜 시간 청소년들의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과 함께해온 저자는 ‘서울시 코비드19 심리지원단’ 단장으로 “1학기부터 이
사랑법 윤한로용산으로 밀양 현장으로 강정마을로 삼보일배로투사로 애국자로 농사꾼으로 살았으니뱃놈으로 사제로 머슴으로 내던져졌으니맨날맨날 싸우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아니다, 밑바닥에 깔리기 위해이름마저 구들장으로 바꿨으니, 방구들장 신부님안중근 도마 의사를 존경해서엄청 존경한 나머지왜적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쏘는 동상까지 세웠으니우리나라 곳곳, 골골을 짯짯이 사랑해서너무 사랑한 나머지본적마저 경기도에서 저 전라도 장성 땅으로 파 갔으니그러나 하느님께도이 세상 것 본인이 좋아하는 걸루 하나쯤희생 봉헌해 드려야 했기, 회로다 하자!그러구
콜라에 대하여- 마혜경 검은 물결 사이로 희고 작은 방울들쏴아아 쏴아아, 포말을 그리다콧등에서 톡 토독, 심장을 두드리는 소리 누구를 만나든 주저하지 말아라오차 없이 정확하게 목적만을 도려내는비록 속은 안 보여도 뾰족한 맛 짜릿한 바다 멀리 갔나 싶더니 다시 돌아와목청껏 노래하는 달달한 밤하늘톡 토독, 영혼을 갉아내는 소리 칼날 같은제국 같은
“오늘도 코로나 19 소식 전해드립니다. XX 지역에서 추가확진자가 ••” 지긋지긋한 일상의 반복. 매일 우리는 우리를 지독하게 괴롭히고 있는 바이러스의 소식에 시달리고 있죠. 사람들은 우리에게 익숙했던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합니다. 내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보며 밥을 먹고. 소풍을 가고, 쇼핑도 하고, 축제도 즐기고.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우리도 모르게 스며들어 있던 소소한 행복들,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느낄 수 있게 되었죠. 나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이번 연도에 새로 대학에 입학하여 흔히
개인적으로 음악가들이 인문학이네 토크네 힐링이네 따위의 부재를 붙여 연주만 하는 게 아닌 해설과 설명을 곁들인 콘서트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유튜브 방송 역시 떨떠름하다. 대중들에게 클래식을 알리고 소개한다는 명목하에 요 3~4년 사이에 부쩍 생겨난 이런 현상은 처음의 순수한 음악에 대한 봉사와 사명이라는 취지에서 한참 벗어나 연주력 떨어지고 노래 안되는 사람들이 새로운 활로로 대중들과 접촉하는 수단으로 삼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에고를 들어내고 성공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게 전락되어버려 웃음과 애교 팔면서
이상한 동물원에서- 마혜경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북극곰과 한 남자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최악의 디자인이야 재주 좀 부려보시지두 발로 오래 서있네미련 곰탱이그러나 세 번 중에 한 번은 같은 생각을 한다 세상에나, 쯧쯧쯧 이렇게 서로를 관람하는데티켓은 왜 한쪽에서만 끊어야 할까
내 탓은 목적 없이 나에게 돌아와싫었어 귀신이 되지 못한 것들의 침묵이내가 숨을 성을 쌓았어 성난 아버지의 표정을 모아밥상을 만들고 구멍난 양말에 머리를 집어넣고 싶었어망령이 되면 좋은 것 이 방은 항상 떳떳하고그릇들, 사진들, 처연한 병들깨지지 않는 대신녹아버리고 그랬어평범은 평화호피 무늬에 그려진 눈들을 하나 둘 세고바닥엔 얼음나비 누군가 말했는데누군가 바람을 불었는데 성냥을 키면 하늘을 향하는 불꽃이그래, 흔들렸어 내 손은 목적없이 나를 떠나가마구 깨문 자리 싫었어어디론가 닿으면 기별을 남겨줘불꽃 위에 얼음을 올려두었어 내가
고구마를 샀다.이역 땅홀로 사는 몸이라500원에 네 개 뒀다 먹으려는 심사로다라에 담아 둔 지 이십여 일먹으려고 살피니넷 중에 두 녀석이 썩어 간다. 아버지 생전에감자 썩은 건 먹어도고구마 썩는 건 못 먹는다는 썩은 것 중 하나에연자주 예쁜 싹이 돋는다.아! 썩어야 싹이 나는구나. 기다림도 그리움도미움도 외로움도속에서 푹 썩어 가야연초록 싹이 나는구나. 도대체내 안에 있는 상처도얼마나 더 썩어야연초록 싹이 난단 말인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소독도 자주 하고 나름대로 하는데도 도통 손님이 없어서......."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친구의 힘없는 목소리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제 겨우 자리를 잡는 것 같다고, 단골손님도 제법 늘어 좋다며 한껏 부풀어 있었는데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힘듦으로 지쳐가는 모습에. 우리네 삶이라는 게 한 치 앞을 모른다는 말처럼, 느닷없는 상황에 걱정이 앞선다. 코로나19로 모두 힘들고 어려운 날을 보내지만 그중에도 친구처럼 소상공인들에게는 힘듦이 배가 되는 것 같다. 그 힘듦을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우
내 짝궁- 마혜경 밥 안 먹는 누렁이 발맘발맘 따라가니분홍머리 흰둥이와 폴짝폴짝 꼬리잡기누렁아, 밥 먹어야지 집에 가자 빨리 와 다가가면 도망치고 약 올라 쫓아가니흰둥이 찾아 나온 전학 온 그 아이하얀 손 피아노 소리 콩닥콩닥 발그레
어느날 문득국토가 두동강 나던 그 시절골육상잔의 피비린내가 산하를 물들이던 시간인민군과 국방군이 혹은 빨치산과 토벌대가대립하던 역사인민군이 점령했을 때도국방군이 수복했을 때도빨치산이 해방을 외칠 때도토벌군이 빨갱이를 잡을 때도이 골짜기에는 사람이 살았다이 편을 요구할 때는 이 편이 되고저 편을 요구할 때는 저 편이 되어풀잎으로 살았다서슬퍼런 이념의 벼린 칼날에 베이고편견에 갇힌 우직한 군홧발에 짓밟히며잘리고 문들어져도 생명줄 놓지 않았다정성을 다하여 꽃을 피우고꽃이 피니 나비가 나는아름다운 자연은 변함이 없건만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