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를 심었다 하얀 발, 때타지 않은 하얀 발바닥이 하늘 올려다볼 수 있게그 위에서 잡귀들이 쉬었다 갈 수 있게 나도 데리고 가달라고 했다, 쪽팔리게 땋은 머리처럼 우거진 숲검은 손톱을 가진 것들과 갖지 못한 거들 사이에서 일어나는도깨비불을 보고 싶었다고 했다, 변명하면 가슴이 작아지나요 문드러진 이빨로 밤공기 삼키는 고라니같은 방향으로만 찍혀 있는 들개 발자국이상하게 졸음이 몰려온다아비를 심고무언가 움틀 때까지 기다리면알 수 없는 미련으로 자궁을 꽉꽉 채워넣으면 나 목 놓아 운다, 울음소리에서 싹이 자라나세상에 없는 빛깔로 발바닥
바라보기 바라는바 모든 것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사람들은 기다림에 지치고믿지도 않는 신께 기도를 한다. 바라던 바가 채워지고 지나치게 넘치면기도하던 신은 잊어버리고귀한 인연마저 끝나기를 바란다. 인생을 새옹지마 과유불급이란 말로 설명하려 해도다 채울 수 없는 부족함이 있다. 삶의 한 귀퉁이를 찢은 과거의 행위에 후회도 하고후회는 돌이킬 수 없고 회한으로 남는다. 가끔은한 걸음 더 들어가기보다는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나 아닌 내가 되어 자신을 바라보면 좋겠다.태산을 보려면 태산에 들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설탕과 소금 사이- 마혜경 그녀는 공모전에서 오백만 원 상금을 받았다한턱낼 땐 좋았지만 계산을 하고 나오니친구들의 질투가 한 눈에 들어왔다아흔다섯 할머니, 손녀를 다독이며 시상에, 설탱이 있으믄 아 소김도 있어야 안 허냐. 그녀의 오백만 원달콤하지만 오늘은 너무 짜다
더 이상 길은 없었다어디로 가야하나어떻게 가야할까왼쪽은 높다란 절벽오른쪽은 까마득한 낭떠러지험한 풍파 헤치며 걸어온 길문득 뒤돌아 본다울퉁불퉁 느끼며 걸어왔는데어라 마냥 평탄하다되돌아가야할까그럴순 없잖아어두웠던 그 길 다시 갈순 없잖아확증편향 편견에 갇혀 있는왼쪽 절벽과 오른쪽 낭떠러지누추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절망하는 사이산비둘기 몇 마리 푸드득푸른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른다푸른 하늘엔흰구름 두둥실 떠간다저 하늘의 구름처럼 자유로울순 없을까막힌 길 위에서 서성이며 가야할 길을 찾는다그렇지길이 없다면 만들면서 가
출판도시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출판도시 인문학당 연말 시리즈 강연 중 ‘2021 도약! 프로젝트’가 11월 28일(토) 오후 1시, 3시에 진행된다.이번 연말 강연은 ‘2020 마음 연말정산’, ‘2021 도약! 프로젝트’, ‘오! 크리스마스, 나만의 소품 만들기’라는 각각 다른 주제로,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계획할 수 있는 내용으로 준비했다.출판도시 인문학당은 책과 관련한 수준 높은 인문학 강연을 통해 책과 인문학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 및 이해도를 높이는 프로젝트이다. 출판사·작가·독자 간 만남의 기회를 제공해 독서 운동 확산 및
모과 가을 색은 화려하다.만산을 물들이는 붉은 단풍이 그렇고바닥을 온통 노란 양탄자로 뒤덮는 은행잎이 그렇다. 우리네 먹거리를 책임지는가을 들녘은 화려함보다는 넉넉함이다.태양 닮은 홍시가 그렇고익어가는 사과나 배가 그러하다. 교정을 걸으며 우연히 모과 한 개를 주웠다.과일 망신은 모과라는 말이 떠오른다.노랑도 이렇게 투명한 노랑이 있구나!여름에 슬쩍 지나간 무지개에서찬란하게 빛나는 노랑만을 담았구나. 가을 색을 담은 노란 냄새를 맡는다.겉이 조금 울퉁불퉁하면 어떠랴이런 향기로운 냄새를 주는 너는분명 내면도 향기로움으로 가득하겠다.
아픈 손가락을 꺼냅니다-마혜경 어미가 돼가지고 지 새끼를 그라믄 못쓰지어머니가 예원이네 강아지를 안고 왔다어미가 젖을 안 줘 금방 죽을 것 같다는 게 이유다어머니는 방석을 깔고 수건을 덮어주며 보살핀다어미젖을 목 묵어 어쩌긋냐 미음으로 때워야제어머니는 먼저 간 큰아들이 그리운가 보다어미, 개 어미가 되고 싶나 보다
11월 18일 수요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사)서울윈드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에 앞서 한국관악계의 산 증인인 숭실대학교 김응두 교수를 만나 음악회와 한국관악발전을 위한 여러 의견을 들어보았다.
슬픔이 말을 걸다- 마혜경 아무도 말 걸지 않는 카페 구석에서혼자 적막을 지우고 있다어둠을 끌어당기고 밟은 후전류를 환상적으로 퍼트리면벽에 새겨진 적막은 사라지고 더이상 울지 않는다 주인을 떠난 목소리가들어 줄 주인을 찾아간다찻잔들이 소란스럽게 테이블을 오고간다의자가 당겨지고 누군가는 웃는다 적막이 지워진 벽에 이제 슬픔 하나만 남았다강한 전류에도 사라지지 않고빛으로도 지울 수 없는오래된 슬픔이 말을 걸어온다 문이 열리면차가운 바람과 함께 슬픔에 도달해조용한 대화를 하고 싶다
모세 성인이애급 땅에서이스라엘 백성을해방시켰다는 이야기 속에젖과 꿀이 흐르는가나안으로 가자 했지. 이집트나 팔레스타인바그다드 그 어디에도가나안은 없었다.여기 베트남 생활 7개월야고보와 모세가백성들을 이곳으로인도했다면 아마이곳이 가나안이었으리. 5월에 볍씨 뿌리더니8월에 추수하고석 달 놀리더니12월에 써레질을 시작한다.그 사이 석 달엔다시 올라오는 벼와 풀을땅 주인이 베어다가소며 돼지 사료로 쓰고 가뭄 걱정 홍수 걱정시름 한 번 없이3월이면 춘수(?)하고8월이면 하수(?)하는가나안 땅 베트남 물산이 풍부하니사람마다 미소요바쁠 것 없이
엄마가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가 되어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었다.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코로나가 내 삶 속으로 툭, 떨어진 순간이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엄마는 이미 안방에서 마스크를 쓰고 자가격리 중이었다. 굳게 닫힌 안방 문 앞에서 나는, 내 목을 타고 넘어오는 수많은 걱정의 말들을 집어삼키기 위해 몇 번이고 주먹을 쥐어야 했다. 엄마, 나 왔어. 딸 왔어? 밥은 먹었고? 오늘 별 일 없었어? 나는 억지로 밝은 목소리를 내며 재잘재잘 이야기했다. 오늘은 카페에서 전공 공부를 했는데, 너무 어려워서 고생했어. 그리고는
제발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까닭은내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내가 나를 사랑할 줄 모른다면나 아닌 당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까닭입니다.또다시 왜 당신을 사랑하냐 물으신다면나는 모르겠다고 고개를 좌우로 저으렵니다.내 마음을 엿보려 하시는 당신의 속내가그저 내 마음을 안타까이 하기 때문입니다.사랑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사랑에 꼭 이문을 따질 일 아닐 것이라그러니 부탁입니다.왜? 사랑해? 이유는?묻지 말아 주세요. 제발
*본 시리즈는 아마추어 작가들, 그 중에서도 대중문화 쪽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집필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작품이 좋은 작품인지 알아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온 오프라인에서 피드백을 받는 것이라는 건 일전에 언급한 적이 있다. 앞서 말하지만 이 글에서 말하는 좋은 작품의 기준은 작품의 내적인 깊이, 순문학이 가질 수 있는 문학적 성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대중소설로서의 좋은 작품을 말하는 것이며 냉정히 말하자면 대중소설계에서 좋은 작품이란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더 잘 팔리는 작품이 해당된다. 다시 요점으로 돌아가서 사실 작
*본 시리즈는 아마추어 작가들, 그 중에서도 대중문화 쪽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집필되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할 건 글의 전체적인 리메이크에 대한 부분이다. 리메이크라고 표현했지만 보통 흔히 생각하는 그 리메이크와는 조금 다르며 쉽게 말하자면 작품의 ‘대폭 수정’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오탈자를 조금 잡거나 하는 수준의 수정이 아닌 ‘환골탈태’ 수준으로 작품을 뜯어 고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자유연재 게시판에 연재를 하고 있는 작품이 있을 때 스스로의 기준에서 보나 독자수로 보나 성과나 나쁘지는 않지만 더 이상 진척이 없거나
이불에서 만나지 못할 사람은 없다 흰색으로 된 파이프로길 끝자락에서 무척이나 많이 맞았다고내 어린 소년이 자랑했다 다 맞으면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우리는 축하의 의미로 짜장면을 먹었고먹다 남은 단무지로 멍을 지웠다 아이들은 손으로 혓바닥을 가리키며 날 찾아다녔다다리에 곰팡이가 피었다옆집 할아버지가 잠든 채 죽어가던한낮이었다 우리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속닥거렸다그때마다 슬쩍 보이는 초록빛이내 뺨에 닿을 때너는 집으로 돌아가기 싫다 말했다 내 품에 매달린 소년이거처를 잡지 못한 악몽을 끌어안았다지나치게 부푼 새콤한 냄새 내일이 되면다
나무를 오해하지 않기- 마혜경 섣불리 베지 마라땅과 나란히 눕지 않겠다중력과 태양에 당당해지기 위해 기도 중이다마른 가지를 보고 손목을 꺾지 마라그 하나로 사라지지 않는다내 끝은 처음이 아니다 어이없게도 밖에서 나를 찾는다면나는 없다계절이 흙에 가득 고이면 밀어낼 뿐이다 너희들의 언어로 말하겠다꽃도 피는 게 아니라 안에서 밀어내는 것이다 어머니도 별도詩도그렇게 밀어서 세상을 만나지 않았었나
코로나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아이들은 오랜 시간 학교에 갈 수 없었고,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확산 추세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우울·무기력감·외로움·소외감을 느끼고 자해·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야기도 들리곤 한다.이런 상황이지만 “코로나 때문에 힘든 것이 있느냐”고 묻는 어른들을 찾아보기는 힘들다.오히려 “도대체 집에서 놀기만 하고 게임만 했지, 한 것이 없다”고 질책한다.오랜 시간 청소년들의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과 함께해온 저자는 ‘서울시 코비드19 심리지원단’ 단장으로 “1학기부터 이
사랑법 윤한로용산으로 밀양 현장으로 강정마을로 삼보일배로투사로 애국자로 농사꾼으로 살았으니뱃놈으로 사제로 머슴으로 내던져졌으니맨날맨날 싸우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아니다, 밑바닥에 깔리기 위해이름마저 구들장으로 바꿨으니, 방구들장 신부님안중근 도마 의사를 존경해서엄청 존경한 나머지왜적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쏘는 동상까지 세웠으니우리나라 곳곳, 골골을 짯짯이 사랑해서너무 사랑한 나머지본적마저 경기도에서 저 전라도 장성 땅으로 파 갔으니그러나 하느님께도이 세상 것 본인이 좋아하는 걸루 하나쯤희생 봉헌해 드려야 했기, 회로다 하자!그러구
콜라에 대하여- 마혜경 검은 물결 사이로 희고 작은 방울들쏴아아 쏴아아, 포말을 그리다콧등에서 톡 토독, 심장을 두드리는 소리 누구를 만나든 주저하지 말아라오차 없이 정확하게 목적만을 도려내는비록 속은 안 보여도 뾰족한 맛 짜릿한 바다 멀리 갔나 싶더니 다시 돌아와목청껏 노래하는 달달한 밤하늘톡 토독, 영혼을 갉아내는 소리 칼날 같은제국 같은
“오늘도 코로나 19 소식 전해드립니다. XX 지역에서 추가확진자가 ••” 지긋지긋한 일상의 반복. 매일 우리는 우리를 지독하게 괴롭히고 있는 바이러스의 소식에 시달리고 있죠. 사람들은 우리에게 익숙했던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합니다. 내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보며 밥을 먹고. 소풍을 가고, 쇼핑도 하고, 축제도 즐기고.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우리도 모르게 스며들어 있던 소소한 행복들,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느낄 수 있게 되었죠. 나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이번 연도에 새로 대학에 입학하여 흔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