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놀랍게도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새해 목표로 흔히 건강 챙기기,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등 다양한 위시리스트를 세운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아니겠나. 거창한 목표보다는 하루에 짧은 시 한 편씩 스텝을 밟아보자. 해당 시집은 19년 로 등단한 김희준 시인의 작품이다. 2020년 여름, 갑작스러운 사고로 영면했다. 젊은 나이에 유고 시집이 된 이 작품은 시인의 생일이자, 시인이 하늘로 간 지 49일이 되는 날 출간되었다. 분석 전 시인의 아름다운 시를 더 볼 수 없음에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삼가
백사의 꿈 / 김 주 선 용 두 마리가 승천했다는 영월 쌍용리는 농업이 주업일 만큼 비옥한 땅이었다. 38번 국도변 일대는 석회암 지대여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석회동굴이 많았다. 1962년 비옥한 농경 지대에 시멘트를 생산하는 양회공장이 들어서고, 70년대 건설 붐이 일자 광산업자들이 마을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외지 사람이 몰려 지역경제가 살아나자 인구가 늘었고, 무엇보다 중학교가 생겼다. 돈이 돌고 삶이 기름질수록 사람들은 욕심이 늘어갔고 더불어 몸에 좋다는 음식이라면 뭐든지 갈구했다. 그 무렵, 이웃에 뱀집이 이사를 왔다.
7. 충정 하대곤의 예상대로 국내성 사자가 책성을 다녀갔다. 고구려 변방을 지키는 각 성에도 동시에 사자들이 대왕의 군대 동원령을 가지고 떠났다고 했다. 한 달 안에 가려 뽑은 군사를 국내성으로 보내라는 어명이었다. 군대의 규모는 정해져 있지 않았는데, 이는 각 성에서 어떤 성의를 보이는지 두고 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하대곤은 고민 끝에 보병 1천의 군사를 보내기로 했다. 기병도 보내고 싶었으나, 그럴 경우 해평을 기마대장으로 삼아야 하는데 보병 전체를 지휘하는 두충까지 두 장수가 빠지게 되면 책성의 공백이 너무 컸다. 그래서
김소월은 음력 1902년 8월 6일 평안북도 구성에서 태어나 1934년 12월 24에 사망한다. 본명은 김정식이고 소월은 흰 달이란 필명이다. 맑고 고운 그의 심성과 시심이 잘 나타나는 듯하다. 오산학교와 배재고등 보통학교를 거쳐 도쿄대 상과를 중퇴한다. 1920년 시 「낭인의 봄」으로 데뷔하고 1926 동아일보 정주지국 설립했지만 실패한다. 1981년 금관문화훈장, 1999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선정 20세기를 빛낸 한국의 예술인을 수상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다.스승 김억의 애제자였으며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관계처럼
시를 쓴다는 것은나의 살아 있는 행위이자처절한 몸부림이다. 머리에 시가 지나가는 것이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순간의 영감을 기록으로 남기고스스로의 자유에 즐거워한다. 간밤에 싯말 하나 생각해 내지 못해불면을 자초하고 몇 날 머리 속에 넣고 다니다.야! 이거야! 무릎을 치는 전율의 기쁨! 살면서 나의 교만으로기록하지 못한 글이 한두 개랴마는 신은 우리에게잊어라, 잊으라고 시간을 주셨다. 잃어버린 내 시를 어째야 할꼬?오늘은 죽은 내 시에 술 한 잔 붓고안주 한 첨 줘야겠다.
산사겨울은 맑은 계절이다.차가운 공기가 맑고바라보는 시선이 맑고정신이 맑아진다.허전한 산속에 허름한 절이 있다.진입로에는 개천이 흐르고일주문 너머엔 험상궂은 사천왕이 버틴다.목탁소리 들리고풍경소리 들리고염불 외는 소리 들린다.물소리 들리고산새소리 들리고바람소리 들린다.온통모든소리맑다.
어릴 적 여름이면 날마다남한강에 멱을 감으러 다녔는데요내가 열 살 먹던 해그날이 그날인 그 어느 날이었습니다또래 계집들과 사내애들이겉옷은 벗어 마른 돌로 눌러놓고빤스 바람으로 퐁당퐁당 잘도 뛰어드는데뒤에 섰던 나는 그만 홍동지가 되었습니다웬일로 나는 빤스를 안 입은 맨 불알이었던 것입니다거기에는 갑자기 말 붙이기가 서먹해진정옥이도 있었는데 말입니다할 수 없이 갑작스레 배앓이를 시작한 나는부아가 치밀어서 땡볕 아래강 건너로 돌팔매질만 해댔습니다 내가 어렴풋 짐작하는 한 사내는지금 껏 그 강가에서 만만한 돌들을 고르고 있으니참, 그 강
6. 밀사 해는 서산의 등고선 끝자락에 올라앉아 곧 그 너머로 굴러 떨어질 듯 위태로운 자세로 버티고 있었다.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노을빛은 초록의 들판을 검붉은 빛깔로 수놓았고, 그 노을을 등지고 말을 탄 검은 그림자가 책성의 성문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말의 속도는 결코 느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말 위의 사내가 크게 서두르는 기색도 없어 보였다.주변 산세와 잘 어울려 제법 높다랗게 지붕을 이고 있는 성문은 자못 중량감이 느껴졌다. 좌우로 이어진 석성의 높이는 두세 길은 좋이 되어 보여, 들판 멀리서도 성안이 잘 들여다보이
수많은 생각 고민 걱정과 함께하는 인생길단 한 순간이라도 생각없이 걸어볼 수 있다면누구든 그렇게 걷는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산맥을 솟구쳐 떠오른 해를 바라보다가너무나 눈부셔 고개 떨구면황급히 돌틈으로 숨어드는 다람쥐 한마리구멍 속에 살찐 알밤은 저장해두었을까청설무에게 빼앗기지는 않았을까다람쥐를 걱정하는 순간함께 걷던 반려견 구름이가 돌틈에 코를 박는다더 깊이 들어가렴 다람쥐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구름에게 갈 길을 재촉한다생각없이 걷다가 문득 생각 나 뒤돌아보면지나온 길 아득하다처음 이 길로 들어설 때생각없이
자신이 살아온 삶과 바라보는 세상을 노래한다. 한 권의 시집 속에 시인이 살아온 인생의 발자취가 담겨있다. 그저 시집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그의 삶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또 우리는 어떤 눈과 마음을 가지고 타인과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시인이 속삭이는 듯 싶다. 시인들의 광대하고 넓은 세상을 몇 개의 단어와 문장으로 압축한 작품들, 그래서 시집은 읽기가 어렵다. 우리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아름다운 단어와 문장들, 그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을 마주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시집을 펼쳐들곤 했다. 시인
고향 떠난 지 이십 년 만에소식 들었다스물일곱 늦지도 않은 나이에장가보내 달라고 제초제 먹은장가갈 욕심에 두어 모금 마시고두어 모금 뱉어 낸촌수로 따지면 종조할아버지뻘어린애들 잠지를 잘 만지던 근덕이 형지금은 어엿한사장님되었다 한다중학교 중퇴하고수몰되기 전까지 농사만 짓던제초제 먹고 나서 내리 한 달그해 처음 나온 부라보콘만바보처럼 빨아먹던얼금뱅이 근덕이 형이도토리 같은 마누라 얻고자식도 아들 딸 구색지게 두어서목욕탕 사장 슈퍼마켓 사장종친회에 돼지 한 마리 내고금박 찍힌 명함 한 장씩주욱 돌렸다 한다참 드물게 고향 떠나 성공한 소
영면하소서 기품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내면에 가지고 있는 공력과 어우러진 것이어야 한층 돋보인다. 설원에 우뚝우뚝 고귀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는 자작나무를 본다.백설과 어우러진 백색의 표피가 눈에 띈다.백자작의 기품이다. 껍질을 벗겨 불쏘시개로 사용하면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잘 탄단다.누군가를 위한 불쏘시개가 된다는 것은 자기 희생이다. 외양의 아름다움보다 내면의 미가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듯이자작나무의 희생이 나무의 미를 더한다. 그깟 일계급 특진이나 옥조 무공훈장 따위가 무슨 소용이랴.타인의 생명을 구하려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