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과 2020년 2019년의 해가 저물고, 2020년의 해가 떠올랐다. 새해의 마지막과 시작은 늘 가족과 함께해야 한다는 엄마의 성화에 이기지 못하고 강릉에 갔다. 차를 타고 3시간을 내리 달려 도착한 강릉은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곳이었다. 방한용 귀마개를 두고 온 것이 후회될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부는 안목항을 거닐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2019년의 나는 참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20대가 되었고, 예술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들어가 나와 비슷한 전국의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으며, 대학과 가까운 곳에 거처를 얻게 되
강릉시립도서관(관장 정영미)이 12월 11일(금), 12일(토) 이틀간 『강릉 북 콘서트』를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온라인으로 개최하여 코로나 블루의 치유를 주제로 시민들의 우울한 마음을 달래줄 예정이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주관으로 진행되는 이번 북 콘서트는 11일(금) 17시에는 약 1시간 반 동안《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의 공동저자인 이시형, 박상미 박사를 초청하여 진행한다.12일(토) 13시에는 공연작가 미우의 《공포의 새우눈》을 주제 도서로 한 그림책 1인 극장, 14시 30분에는 강릉책문화센터 자체 출
한국 번역 문학은 오류가 많다. 영문과를 나오고 외국 명문대에서 박사를 하고 교수를 해도 주어, 서술어, 동사, 명사 구분도 틀린 책도 많이 봤다. 어느 교수도 나처럼 번역을 개탄한다. 나도 번역이 완벽하지 않지만 아무리 틀려도 저런 식보단 나은 거 같아 번역을 해보았다. 문학의 부재는 인간성의 상실이다. 외국 좋은 작가들의 많은 시들을 어감을 잘 살려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Bard of Avon(에이번의 시인)’, 출생지를 따라 별칭이 붙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국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시를 보이고자 한다.William
나는 카페에 갈 때 메뉴를 고민하지 않는다. 메뉴 가짓수가 적든 많든 내 선택은 항상 정해져 있다. 에스프레소, 더블 샷. 나는 에스프레소가 좋다. 카페에 가면 항상 에스프레소만 주문한다. 테이크 아웃이 안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에스프레소를 주문한다는 것은 곧 카페인 중독자들에게 뿌리내린 아메리카노 체제에 반하는 것이다. 주문할 때마다 주위 아메리카노 광신도들에게 (이 유형이야말로 추운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이해할 수 없는 유형이다.) 신기한 시선을 받는 건 이미 적응됐다. 확실히 평범한 기호는 아닌 듯하다. 내
아직 전차가 다니던 시대의 동성중학교 본관은 인접한 혜화동 성당처럼 붉은 벽돌로 지은 2층건물이었다. 누군가가 서대문 형무소 같다고 했을만큼 우중충하기도 했다. 동성학교 건너편 골목으로, 또 낙산 언저리로 과외를 다녔던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말까지 내가 그 학교를 다니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다. 1966년 봄 첫등교 때, 교사들이 교문 안 비탈길에 서서 학생들을 마중하고 있었다. 그 중 한 교사는 비탈 맨 위의 큰 나무 밑에 따로 서서 시선을 먼 데다 두고 있었다.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날도 그런 자세로 서 있던 교사, 그 분
거미줄- 마혜경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소설 읽다 잠들어 새벽에 발견한 밑줄처럼간결하고 촘촘하지만 바람이 지나다니는 집 껍데기를 매달아 죽음을 볕에 태우는파티 말고 애도가 한창 진행 중인 곳거꾸로 매달려도 떨어지지 않는 그 집은욕심이 하루만큼이라서어떤 글을 써도 아침이면 빈칸으로 인쇄된다 이슬 속에 태양이 맺혀 문패가 필요 없고거울은 더더욱 쓸모없는주소가 아카시아 줄기와 콘크리트 벽 사이쯤으로 전해지는 이런 집이라면 빈 몸으로 매달려 흔들리고 싶다
골목오래된 골목을 접어들면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골목은 아이의 놀이터였고세상 삶을 배우는 학교였지요.거기에는 수없이 많은 놀이가 있었고놀이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답니다.사람 하나 겨우 빠져 나오는 고샅을 벗어나면 말이지요.수많은 길을 걸었지요.그 많은 길을 걸으면서 지나친그보다 더 많은 길이 있었구요.지금도 얼마 남지 않은 길을 걷고 있고요.'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골목길을 벗어날 때는 나도 몰래 지나온 길을 뒤돌아봅니다.길 위에 떨어진 나의 시간들과 그리움을 한번 더 보려는 거지요.세상을 향한 걸음을
나는 충만하지 않다고 느낀다누군가 내게 집 밖은 위험하니 잠자코 있으라 말해줬으면 싶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건 당연한 것을 안다 근데 사람이야 나조차도 증오 덩어리인데 선한 노인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다 아무도 발견할 수 없는 동굴에 집을 짓고 살고 싶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따라오는 애인이 생겼으면 어떨까글이라고는 내 글밖에 모르는 애인근데 애인도 사람이겠지내 동굴을 내어주면 툭 발로 차버리지 않을까 머리부터 발 끝까지 가득 차있는 모습은 근사하겠지부엌 한 켠에 과자상자처럼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것언젠가 내 기분이 허무해질 때가
시창작 교실 7 윤한로내 스물서넛 살 대학 때 등단하공고등학교 문학 선생질 36년 만에겨우 낸 첫 번째 시집'메추라기 사랑노래’ 그걸 또 읽공시 쓰는 대학 동기 하나가 문자를 보냈는데오합지졸천방지축시러베 잡놈들먼먼 변방 것들이니들로 구들 깔고주추 놓고 기둥 세우고 지붕 얹고월려, 거기 추임새까지 넣어어엿한 집 한 채순한 목수처럼 뚜딱 지었으니여라고맙고나 다른 것도 아니고나,나를 목수라 하다니너무 고마워 몸둘 바를 모르겄구나 시작 메모그때 여기저기서 내 시는 전혀 시적 긴장이 없다, 발상이 밋밋하다, 비유, 상징, 메타포 따위가 약하
낮잠너 때문인 줄진작 알긴 알았는데 동지가 가까이 오니네가 미워!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모르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1.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2.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대한민국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 말은 틀린 말이다1.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2.대한민국의 주권은 검찰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검찰이 휘두른다이게 이해하기 쉽다조직에 충성하는 괴물권력에 주눅드는 선출권력진실과 정의 팽개치는 패악과 함께하는 기득권그 추운 겨울 언 손 비비며 어깨동무하고 밝혔던 촛불소중한 '촛불의 꿈'을 짓밟으려는 난동이 일어나도국민들이 부여한 촛불
멜로드라마-마혜경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장갑을 벗고 눈을 비빈다소맷부리도 액정을 닦는다흐린 정경이 소매 끝에 붙는다 왼발 뒤꿈치에 나뭇잎이 붙어있다오른발로 밟고 왼발을 든다나뭇잎이 오른발에 붙는다집게로 누르고 오른발을 든다나뭇잎이 집게에 붙는다 넌 의지가 약한 게 흠이야뭐든 잡고 늘어지는 버릇, 나무를 꽤나 흔들었겠어얼마나 홀가분했을까 너의 추락을 모의하는 동안 나뭇잎은 말이 없다할 말을 달라붙는 일에 모두 소모했으므로나뭇잎은 손을 만나 추락한다발을 향한 추락은 추락이 아니다 흐린 정경이 눈동자에 붙는다핸드폰에 담아 주머니에 넣
고양이 모국어- 마혜경 눈동자는 말이 없다긴 수염이 남은 말들을 털어냈다그것이 발톱에 각인 되었다저리가, 멋대로 돌 던지는 사람들에게발은 발톱을 길게 뽑았다세상을 할퀴고 지나갔다그들의 언어는 정제되지 않아자주 숲에 숨는 버릇이 있다 적막한 길에서날카로운 발자국을 읽은 적이 있다눈동자에 오래 머물렀다
앞장서서 걸으며 생각해 보니, 스님과 내가 호텔 마리아 옥상에서 만났다가 다시 다르질링에서 만날 때까지 두 어 달 동안 스님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들어본 일이 없었다. 내가 물어본 일도 없었다. 스님과 작별하기 전에, 그러니까 내가 버스에 오르기 전에, 스님에게 그것을 물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그러자 궁금한 것들이 두서 없이 떠올랐다. 림빅의 누구네 집에서 묵었는지, 며칠이나 체류했는지, 람만의 룸부네도 아는지, 까말라와 까말라에게 스웨터를 떠서 입힌 여행자를 아는지...... 마침내 질문의 핵심을 찾은 나는 걸음을 멈
글쓰기는....타인이 읽었을 때 이로운 글을 써야 한다. 자신의 감정에 취해 쓰는 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글이란 내가 경험한 사실을 기반으로 배우고, 느낀 점을 자유롭게 펼쳐 나가는 것이다. 좋은 글은 누가 봐도 쉽게 이해되고, 읽을 때 가슴이 따스해지는 글, 즉, 공감을 자아내야 한다. 있는 글대로 느끼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주체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글쓰기에서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감성 글쓰기를 하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목차를 보면 1부 글은 나 자신, 2부 무엇을 어떻게 표
나로 인해 생겨난나를 따라 움직이는 너는분명 내가 백이라면너는 나의 혼일 게다. 볕을 등지고휴대폰 셔터를 누르다가나는 나의 혼을 보았다. 녀석은 검은 옷을 입었고나에게 들킬까 봐바닥에 납짝 엎드려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몸을 돌려 해를 바라보니녀석은 내 뒤로 숨더군. 바닥에 비친 녀석의 모습은내 생김과 흡사했는데키가 제멋대로 자라더군. 나 살아 있는 동안 늘 함께하다눈감고 잘 때면자유여행을 한다지? 나 죽어 없어지더라도녀석은 남는다 하니이제 내가 나를 사랑하자.
고스케 안에 있던 어떤 끈이 뚝 소리를 내며 끊겼다. 아마도 그건 아버지 어머니와 맞닿아 있기를 바라는 마지막 마음의 끈일 터였다. 그것이 뚝 끊겼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에 나오는 말이다. 사업에 실패한 가족과 야반도주를 하고 있던 아들 고스케가 아버지에게 느꼈던 끊어진 마음의 끈이다. 나도 그런 마음의 끈이 끊어졌었다. 말을 하는 건 화해를 할 수 있다는 거다. 동생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 미안해하면 받아 줘야하기 때문에. 남 뒤통수를 치는 사람과 신의를 이어가고 싶지 않다. 끊어진 마음의 끈은 다시 붙지
세레나데가을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가을비에 떨어지는 낙엽에서또 다른 희망을 봅니다.그리움으로 물든 낙엽은 추억과 함께 떨어져 쌓입니다.다가오는 겨울을 기다립니다.아픔 없이 자란 사람은 타인의 고통을 모릅니다.가슴에 심어둔 그리움은 아픔입니다.긴 기다림의 시간을 견딘 자 만이따뜻한 계절을 만납니다.가을이 가고겨울이 오고그 겨울의 시간이 지나면사랑하는 당신을 만날 수 있을런지요.누구나 가슴 속에별 하나씩은 가지고 삽니다.내 가슴의 별이 반짝이는 날나는 노래하렵니다.당신을 위한 세레나데를...
버스 종점을 둘러싼 짙은 운무 속에서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다. 점점 가까이 들려오는 그 소리는 다음날부터 시작될 파업에 적극 동참하자는 선동이었다. 확성기 소리가 아주 가까워지자 운무 속에서 시위대가 나타났다. 피켓이나 플랜카드를 들고 나타난 시위대는 구호를 외치며 우리를 향해 육박해 오고 있었다. 무선 통신기를 든 경찰들이 맨 앞이었다. 경광등을 켠 경찰차들도 따랐다. 시위대의 거창한 행렬이 우리 앞을 지나서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취생과 몽사는 떠났지만 스님은 아직 내 옆에 서 있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들을 달로 보냈다. 젊은 노동자는 바의 한쪽에 앉아 술잔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는 옆에 앉아있던 늙은 노동자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인간을 달로 보냈다는 것은 사실 거짓말일지도 몰라요.”젊은 노동자의 말을 듣던 늙은 노동자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옛날부터 많이 듣던 헛소리로군. 지금은 그런 음모론이 사라졌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야.”“제가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하세요?”“그럼 자네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저는 거의 맞다고 생각하고 있어요.”그의 말을 듣고 있던 늙은 노동자는 목을 축인 후에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