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사 반이정의 는 일상에서의 스침, 느낌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관찰일지와 같다. 예술가는 남이 보지 못하는 것, 남이 느끼지 못하는 것, 남이 듣지 못하는 걸 듣고 보고 느끼면서 남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에 다양성과 다채로움을 그리고 영적인 풍요로움을 심어주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반이정의 접촉(touch)에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 재 발견되고 간과했던 여러 일상의 요소들이 "아~~이런 식으로 느끼고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구나"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 또한 기발한 발상에 놀
돔부 할미 지호맹이랄거! 끽뿌시기 한 대 피우곤 한 홉큼비뚤어진 손마디로하염없이 쓸고 앉았네 밥에 놔 먹으라고아주 달다고 보은 버스 차부 앞에해거름고동색 뙤약 얼굴들 그잘난 시작 메모생선 채소 나물 곡식 약초 국밥 막걸리 신발 모자 옷가지 병아리 강아지 잡동사니 다 좋다만, 막걸리 한 사발로 점심 때우고 미처 팔지 못한 돔부콩 한 줌 펼쳐놓고 쭈구리고 앉은 노을녘 할매들 저 서글픈 모습에랴. 그러나 그런 할매들 이젠 보은 장에 가도, 청산 장에 가도, 괴산 장에 가도 찾아보기 어렵다.
일하는 아이들 새 쫓고 애 보고꼴 베고 쇠죽 쑤던 아이들이 새 쫓고 애 보고꼴 베고 쇠죽 쑤던 마음들을 순전히새 쫓고 애 보고꼴 베고 쇠죽 쑤던 말로다 썼네 삼십 년 전안동 시골 학교 이오덕 선생님이 엮은일하는아이들 케케묵어 너덜너덜해졌지만책상 위에 놔두면 누가 훔쳐 갈세라가슴도 졸이면서읽고 또 읽던1990년도 삼천 원짜리 작은 책 거기서 시를 알았고머리 허얘아직도 거기서 시를 배우네 시작 메모두메산골 초등학교 아이들이 쓴 글을 모은 은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마음들이다. 소 먹이고 나무 하고 담배 심고 마늘 캐고
방송인 김태균 님 수필이다. 재밌을까 해서 찾아봤는데 진지한 내용이라 글이 알차 보여 샀다. 내 돈 내 산. 글이 막힘이 없고 자연스럽고 수려하다. 지나친 묘사와 억지로 꾸민 현학적 문구도 없어 잘 쓴 글이다. 우리 아버지도 월남전 가고 중령 제대하셨는데 비슷한 부분이 많다. 아버지는 정보 쪽에 있었는데 전쟁 가서 전투 한 번도 안 해보셨다. 항공기만 타고 사진 찍느라. 덕분에 많은 군인들을 살려 무공훈장을 타셨다. 보훈처가 황당하다. 태균 님 아버님은 같은 병으로 돌아가시지 않아 보훈 대상자가 아니었다고. 아마 고엽제 때문에 암이
2. 바람의 순리 동부의 군사 1천을 이끌고 국내성에 당도한 두충은 일단 성의 동문 밖에 군막을 쳤다. 그리고 그곳 들판에서 군사들을 조련시키던 어느 날 밤, 그는 갑옷을 벗고 평복으로 갈아입었다. 그의 옆에는 말구종으로 따라온 사기가 있었다. 사기는 기마부대 소속으로 기마대장 해평의 수하가 되었으나, 그가 스스로 두충에게 찾아와 간절히 이번 출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하는 바람에 그 소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평복으로 옷을 갈아입는 두충을 보고 사기가 물었다.“어디를 가시려고요?”“성내에 좀 다녀올 일이 있다.”“그러면 소
인터넷 기사를 읽다가종이접기 김영만 아저씨를 만났다.아마 나보다 조금 연배일 듯이미 다 커 버린 서른서너 살어린이들에게아저씨는 여전히 '코딱지들'이라 불렀다더군. 그럼! 맞지.환갑 아들도 팔순 아빠 눈에는 어린이니까.댓글을 보다 빵 터졌지.'아저씨, 제 나이 반으로 접어 주세요'나이가 색종이라면어릴 적에는 어떤 색일까?초로의 나는 어떤 색일까? 나이를 반으로 접은 다음꼭 해야 할 일이 있어요.종이접기는 손 다림질을 해야나이가 다시 펴지지 않아요.기왕이면 대문 접기로 해서나이를 여닫으면 어떨까? 그러나 어쩌겠나. 나이 먹는다는 게어깨
고백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구는 하나가 아닙니다.사람 하나가 지구입니다.어쩔 때는 사람이 우주이기도 합니다. 세상이라는 널디 넓은 공간에 놓여진 나는 미약합니다.길다면 긴 삶을 산 저로서는 달리 공부할 것이 없을 듯합니다. 두 가지 공부를 다시 하려고 고백합니다. 하나는 운전입니다.면허 후 운전한 시간이 3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과속 스캔들 주인공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다른 하나는 술입니다.남자 문화란 가부장 문화이고남자다운 문화는 폭음이라는 어리석음으로 젊음의 낭비했습니다. 이제 지구의 일원이고자 합니다.우주의 주인이고자 합니다. 나
조선 시대 여성들의 생존전략기 혹은 아내의 역사우리는 조선의 여성, 특히 '아내'로의 역할에 충실했던 이들의 삶이 구속적이고 순종적이기만 했을까? 조선 역사 500년 동안 여러 차례 사회적 변화가 있었다. 조선이라는 새 나라의 '개국'도 큰 사건이었고, 사화와 당쟁, 거듭된 외침을 겪으며 역사의 강은 몇 번이나 굽이쳤다. '아내'들의 모습도 역사의 변화에 따라 굽이쳤다.명료하고 담백한 필치로 동서양 역사를 전달하는 이야기꾼 백승종 교수는, 조선사의 결절점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아내의 변화된 삶에 현장감을 더해 증언한다. 때론 남편의
1. 화농성 종기 국내성은 출정을 며칠 앞두고 어떤 미묘한 긴장감과 믿기지 않는 호승심으로 들떠 있었다. 이미 지방의 동서남북 각 부에서 보낸 군사와 말갈족을 합하여 1만, 전국에서 모병하여 훈련시킨 군사와 국내성 중앙군인 경군과 숙위군에서 차출한 병력 1만 5천 등 도합 2만 5천의 병력이었다. 또한 원정 도중 평양성에서 5천의 군사를 차출하여 총 3만의 대군이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 중 전국에서 모병한 장정들은 전쟁 경험이 없어 두려움에 떨었고, 변방을 지키던 군사들과 말갈병은 사기가 충천하여 들뜬 분위기 속에서 출진 명령이 떨
고스케 안에 있던 어떤 끈이 뚝 소리 내며 끊겼다. 아마도 그건 아버지 어머니와 맞닿아 있기를 바라는 마지막 마음의 끈일 터였다. 그것이 뚝 끊겼다.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나오는 말이다. 사업에 실패한 가족과 야반도주한 아들 고스케가 아버지에게 느꼈던 끊어진 마음의 끈이다. 아들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강물로 차를 몰고 갈 심산이었던 부모였다.컬트 삼총사가 해체된 게 궁금했다. 그저 한 사람이 너무 뛰어나서 팀을 떠났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은 실제로 해체된 후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더 친했던 두 사람의 뒷담화
닭울음소리 끝나지 않은 새벽반려견 '구름'이와 산책을 준비하며 비우고 내려놓는다집착하는 못된 욕심도 버린다마음의 평화보다 더 큰 행복 어디 있으랴반려견 '구름'이와 새벽 산책 나서며 첫걸음 떼는 순간양극을 향해 냉혹한 자본의 칼바람 불어온다'착취=성공'을 가르치는 천박한 자본주의'약육강식'만 강요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경쟁탐욕의 콘크리트로 쌓아올린 양생 덜된 건물 와르르 무너지고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종교는 끝없이 타락하고함께 나누며 정답게 살던 공동체는 해체되고못된 돈이 혈육의 정마져 끊어버리는 참혹한 현실에서도
지기럴 똥구멍이 찢어져라가난하고 어렵던 시절이어라그래도 개떡 인심은 좋았으니그 누가 개떡 먹는 걸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라 치면즈이도 그것밖에 먹을 게 없지만별도리 없어라한 쪼가리 떼어 주고 말았으니꺼끌꺼끌 말라붙어양중엔 차돌멩이만큼이나 딱딱한 개떡그 한 쪼가리를 또 애꼈다간미웁고도 싫어라마침내 막내 모개한테까지 떼어 주니어린 마음에도 묘리 없어라개떡은 본디 떼어 주고 또 떼어 주란 것인가감출 수도 숨길 수도 없는 것이던가이 구석 저 구석 굴러다니며 발로 채이기까지나누고 나누어도 왜 그렇게 남는 것이냐이따금 그립고도 목이 메네그려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