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살라야 하는 둥지들안타까운 질서케익으로 유지되는 식구피아노 건반 위에 올려놓은 공깃돌유일한 장난감아무런 무게가 없는 누군가의 고름반복적으로 멸시되는 믿음날짜가 다가올수록 산책이 잦은 옆집 아이미세한 가난이 힘든 줄 모르는 개잊을 수 없는 지네 우는 소리매일 같이 지진, 그리고 여진거꾸로 도는 법을 알아버린 나사튕겨져 가는 힘을 감수하는 바닥잘게 부서지는 모래곱게 빻아서 다시 태어나고 싶지만눈물 만이 가능한, 헤아릴 수 없는 빈 벽돌 자리들근방에 뿌려진 오줌 자국지붕이 내려앉은 순서내가 참을 수 없는 것무수한 망치질이 아닌 지겨운
얼어붙는 것들 서글프다상상력마저 막막하게 고갈되고너와 나 우리 모두의 희망 무참히 짓밟힌다언 손 호호불며 밝혔던 촛불의 꿈은어느새 추억이 된다가물거리는 희망마저 꺼트리려는 세력들두 눈 부릅뜬 국민들 시선 아랑곳없이권모술수 동원하여 정의를 깨뜨리고 불의를 보호한다공정과 상식 헌신짝 만든다울분과 분노를 넘어 꽁꽁 언 언어다시 찾아온 추위 속에 던져진다코로나19의 공격은 멈추지 않고생명들의 통곡소리 드높다다시 찾아온 추위에 마침내 언 살이 터지고더러는 부지하지 못한 채 목숨 끊긴다쓰라린 가난은 겨우 살아 남은 목숨
'7막 7장'의 저자이자 경영자인 홍정욱 27년 만에 '50 홍정욱 에세이'를 출간했다.저자는 만 50세를 맞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고민하는 과정을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한 번도 밝히지 않았던 속내와 지난 10년간 SNS를 통해 올린 사진을 추가해 총 50편의 에세이를 담았으며, 자신을 둘러싼 오해, 그 이유 등에 대해 진솔하게 서술했다.저자가 이번 책을 낸다는 사실을 밝혔을 때도 많은 언론에서 그의 행보를 예상하기에 바빴고, 그의 한마디는 항상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로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하지만 이번 책 '50 홍정욱
이시백 소설의 풍자와 해학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새롭게 펴내는 장편소설 『용은 없다』는 이전의 소설과 많이 다르다. 그것은 우화와 설화를 통해 민중의 근대사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풍자와 해학은 여전한 작가의 장점이지만, 마치 보르헤스의 기법을 차용한 듯 가상과 실제의 문헌을 동원해 다른 차원의 해학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민중의 삶을 디테일하게 그리면서 국가권력을 우스개의 대상으로 풍자한다. 오늘날 비판에 웃음이 사라지면서 비판 자체가 삭막해지는 세태를 작가는 소설적으로 넘어서고 싶었건 걸까?몽룡과 아지의
첫눈쑥대머리맑은종이컵동시몇 줄찌그리고 싶습니다날리고 싶습니다퉤퉤,오형!나두이제그깟이십만원꿔줄수있소
별겨울에 쏟아지는 별은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이리도 추운 날씨에 밤새 홀로 반짝이다 시린 새벽이 오면쏟아 놓은 별빛을 뒤로한 채있던 자리로 돌아갑니다.어릴 적에 별을 보며 갖던 생각은수많은 사람의 꿈을 하나씩 간직한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제 별은 아주 멀리 조그맣게 빛나는좀생이자리 별이었지요.어제 밤에도 별빛이 쏟아졌나 봅니다.새벽길 마른 풀잎에별빛이 내려앉아 서리가 되었습니다.어느 별은 황배기 잔등에서 울음으로 얼고또 다른 별은 얼다 만 냇가 가장자리에 앉았습니다. 늦게까지 남아있는 새벽 별은그리운 이를 찾지
예전부터 품어왔던 질문이 있다.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동일 작곡가의 A라는 작품이 B라는 작품보다 우위에 있고 유명하지? 당신이 성악가라면 슈베르트의 600곡이 넘은 가곡 중 몇 곡이나 외워서 부를 수 있는가? 아니 몇 곡이나 들어봤고 알고 있는가? 당신이 만약 피아니스트라면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다 연주해 보았는가? 아님 바흐의 평균율 피아노곡집 1&2권을 다 아는가? 그밖에 곁가지(???)로 감히 폄하될 수 없는 베토벤의 바가텔이나 바흐의 건반 모음곡, 인벤션, 신포니아 등에 대해서는 얼마나 아는가?악보집에 실린
꿈 없는 잠이 있을까. 다만 기억하지 못할 뿐이리라. 냄비의 물이 찌개를 끓이듯 잠은 꿈을 끓인다. 최근 며칠 동안 내 잠은 무슨 꿈을 끓였던 것일까? 온동네를 돌며 구걸해온 여러 가지 음식물들을 한꺼번에 쓸어 넣고 끓이는 다리 밑 걸인들의 죽처럼 빈곤하고 스산한 잡탕이 대부분이다. 꼬리지느러미가 달린 고등어 뼈, 갈치 대가리, 양파 껍질, 파 뿌리……. 잡탕 속에는 이런 박테리아성 쓰레기에 불과한 것들도 함께 끓고 있었다. 그런 죽에서는 걸레나 행주 냄새가 날 뿐, 그것이 무슨 죽인지 분명치가 않다. 그러나 내 머리가 아직 번쩍번
사람을 어디까지 용서해야 할까 몰랐다는 게 용서의 대상인가알지 않은 죄는? 알지 못한 채불이 나고알지 못한 채폭발하고알지 못한 채죽는다 언제까지 알지 못할래 니가 알지 못한 게정말 모른 거야모른 척 한 거야 알고도 모른 척 한 걸몰라서 모른 척 하지 마 너는 알지 못하지만다른 이는 다 알아 너만 모르는 건알지 못한 게 아냐 언제까지 알지 못함에 숨어아는 걸 아닌 척 할 거야? 동굴은 넓지 않아나올 땐 눈을 잃어 너는 시력을 잃어지금처럼 잃어 How much should I forgive people? Is it object of
코로나19 위기 일상이 멈춰버린 시간한파경보 뚫고 산길 걷는다언 살 터져 손등 쓰린 가난이 몰려오고눈물 마르고 시린 가슴 찬바람 속에 팽개쳐질 때배신과 배반의 전선이 확대된다어느 편에 서야할까갈팡질팡 갈피 잡지 못하는 마음들이 흔들리고아무리 추워도 공무원들의 임금은 춥지 않다언택트 부르짖으며 살려달라는 아우성 높아가는데부정적 편견에 갇혀 외면하는 핑계와 이유 견고하다곳곳에서 부도와 폐업의 쓰나미가 밀려오고실업수당으로 연명하는 삶이 위태롭다산모퉁이로 휘몰아치는 칼바람에 발걸음 휘청인다앙상한 나무가지들도 살려달라고
무슨 이유로 불려 나갔는지는 이제 희미하다. 그 때 생긴 이마 위의 흉터도 잘 봐야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희미해졌다. 그러나 그 선생의 성난 괴물 같은 모습은 아직도 눈에 어른거린다. 그는 겨우 열두 살 먹은 6학년 어린이의 머리통을 수박 들 듯 두 손으로 움켜쥐고 들어서 칠판에다가 두두두두 소리가 나게 연속으로 쳐 박았다. 그가 동작을 멈추고 내 머리를 붙들었던 두 손을 뗐을 때 나는 어지러워서 그대로 주저앉을 뻔 했다.한 반에 백 명이 넘는 아이들을 통제하며 수업을 진행해야 되는 교사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아무리 말썽
관광버스였는지 일반 시내 버스였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비좁은 버스에 옹기종기 낑겨 앉아 노래를 부르며 소풍을 떠났다. 첫 노래는 교가였다. 앞부분은 기억이 안 난다. 뒷부분, 그러니까 후렴만 기억난다. “혜화, 혜화, 혜화, 하늘과 땅과 나라의 은혜로 우리는 변함이 없구한다.” ‘없구한다’가 무슨 뜻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아마 ‘없으련다’라는 뜻일 것이다. 김밥과 사이다와 삶은 계란을 가지고(어떤 애들의 가방에는 바나나도 있었다) 학교 밖으로 멀리 나간다는 것만으로 들떠서 아이들은 자못 씩씩하게 노래했다. 교가보다 더욱 씩씩하게
배려와 경고가 함께하는 곳무덤가를 향해 달려가는 탁한 바람들당신은 나와 함께 살고걸음은 늘어질 때 채비를 마친 숨하얀 정장하얀 구두팽팽한 무지개 끝을 잘라내면 태어나는 덥수룩한 갈기의 한 종류를 찾아 이상하게도 아침마다 우리는 장미꽃밭에 있고색깔을 갖기 위해 버린 것들이 곳곳에 피어 있고그건 진부한 궁리야, 계획적인 기후들집요하게 살아남는 우울 그러게요우리는 왜 닮아갈까요하얗게 춤을 추는 무용수와가장 지저분한 취미를 가진 대장장이와하나 뿐인 하이힐, 그런 옷차림으로 당신은 유명해졌나요경고는 여전히 장미보다 붉던가요 흔적을 좇는 것들
˹나는 아침식사에 나의 벗을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다. 나의 벗인 커피를 빼놓고서는 어떠한 것도 좋을 수가 없다.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원두는 나에게 60가지 영감을 준다.˼ 베토벤 여길 가도 카페. 저길 가도 카페.눈 감고 아무 곳이나 걸어가면 또 나오는 카페.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는 사람이 보인다.친구와 함께 카페 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심지어 이 글도 카페에서 나왔다.어느새 우리의 일상 속 큰 문화적 지분을 차지한 카페.거리두기를 위해 집에 있노라면 문득 자주가던 단골 카페의 쌉싸름한 원두향이 그리워
부재중- 마혜경 벨이 울리자 엄마가 걸어온다밥 먹고 다녀라왜 안 오냐고 말하지만작은 목소리가 오다가 죽어다른 것을 끌고 왔는지도 모른다 아프다는 말이 오다가 아파서 죽고서럽다는 말이 서러워 죽어조심해라 걱정 마라를 끌고 왔는지도 모른다 보고 싶다는 말이 오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죽으면눈물보다 먼저 오는 말 나는 괜찮다 그래서 세상에는일방적인 모른 체와 하소연뿐인 통화가 있는 것이다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야 할 사람이 있는 것이다
Snow Flurries Words of winter nightare like snow flurries: Tip of your frozen tongue coldlyTip of my stuck heart thickly Love gets gray whitely;Vale comes in step strongly Cold midwinter, on snowy night 내 시 내 번역이다. vale이 계곡이기도 하지만 러브와 슬랜트를 맞추려 작별로 썼다. 라임은 두운과 각운을 말하지만 슬랜트는 슬랜트 라임이라고 중간 단어들의 글자 맞춤을 말
혜화 초등학교 때 친하게 지낸 아이들 중에 이름을 기억하는 아이들은 몇 안 된다. 모두 마지막 과외를 같이 했던 아이들인데 그중 하나는 성이 진 씨이다. 진은 아버지가 정신신경과 의사라고 했다. 집이 서울대학교 문리대 맞은편에 있었는데 , 마당이 있는 2층 양옥이었다. 그 집에서 남녀 예닐곱 명이 함께 과외를 했다. 또 다른 아이는 명륜동 성균관 대학교 올라가는 큰 길 오른쪽의 한옥에 사는 아이인데 이 아이는 성이 이 씨이다. 이 아이의 집에도 자주 놀러 갔던 것 같은데 집이 늘 조용했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기억은 없다. 또 한 아
길을 잃고 헤매는 꿈을 자주 꾸게 된 것은 1963년 5월 5일에 몇 시간 동안 미아가 되었던 일만 원인이 아닌 듯하다. 거기에는 더 근본적인 무엇이 작용하는 것 같다. 우선,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 슬하를 떠나서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옮겨 다닌 사실과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악몽 같은 학교생활도 거기에 포함되는 것 같다. 그 와중에도 ‘어린이 노래자랑’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계동집 이층 큰 방 라디오의 다이얼을 맞춰서 듣기도 했고, 책가방을 메고 라디오 가게 앞을 지나다가 한참 서서 듣기도 했다. 라디오 무대에 나온
민달팽이 달팽아 내 달팽아어찌 홀로 집이 없느냐한 켠 누일 관조차도 없구나넌 정말 유별나구나 나와 부모님은고요속에서 서로를 알았다우린 분명 서로를 사랑하지만우린 아마 서로에게 죄인이다 침묵 속 찢어지는 비명들리지 않음에도 들리는 울림평화를 종식하는 관현악 속에서조용히 웅크려 종전을 기다린다
아이스크림 주세요- 마혜경 기차에 오른다 중절모 쓴 남자가 오르고 다리를 끄는 할머니가, 엄마 옷자락을 잡은 아이가, 아가씨가 기차에 오른다 스티로폼 박스를 맨 여자가 마지막으로 올랐다 사람들이 표를 들고 있다 뚱뚱한 여자는 표가 없다 오선지 목주름엔 물방울이 맺혔고 박스엔 누런 테이프가 감겼다 왜 표가 없을까 가슴과 어깨에 모서리가 없어서 일까 그럼 그녀는 뭐가 있을까 헤이, 손을 든 남자,헬로, 지폐 흔드는 아가씨 모서리 없는 그녀가 걸어간다아이의 콧등 아가씨의 인중과 남자의 입술을 향해표 대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들고 이 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