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는 미니스커트 마 혜 경 하얀 살갗 위로 허락 없이 몇 자 새기고길게 늘어진 군더더기 사유를싹둑,자른다 가라, 딱딱하게 죽은 것들은.비바람에도 흙을 꼭 붙잡고몽돌 꽃으로 피어나는야무진 것들만 남아라안으로 손잡은 키 작은 민들레처럼무릎 너머 행간 사이로 보일 듯 말 듯아슬아슬 죄를 품고 있는 씨앗 하나.
수리공 마 혜 경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드려요대야미 큰 도로 모퉁이에는 오래된 봉고차를 가지고 외형 복원하는 남자가 있다 정작 자신의 차는 문이 찌그러지고 광택을 잃어가지만 구부정한 그림자는 일어서는 요령을 모른다 세상이 모두 미끄러지는 한낮. 떨어진다 녹슬고 갈라진 틈으로 빛이 채워진다 기억이 선명해지고 어떤 그림자는 지워지고 있다 그 길 모퉁이에서 남자가 오래 빛나고 있다 어딘가 부딪치고 긁힌 내 차도 거기 가면 말짱해질 수 있을까 어딘가 상처 나고 흠집 난 내 기억도 거기 가면.
성장통 마 혜 경 주머니에 시간을 넣는다구멍으로 모래가 떨어지고 쌓여서 시간이 된다떨어진 시간은 모래가 된다모래는 뒤집으면 시간이 되지만시간은 뒤집을 수 없고주머니에 꽂은 두 손은 떨어지지 않은 채아이는 무사히 어른이 된다어른이 된 아이는 어른이 아닐 때가 많다침을 뱉고 어른 흉내를 내지만아주 가끔 어른일 뿐이다사람들이 모래처럼 떨어질 때누군가는 시침으로 지팡이를 만들고 아이는 꿈을 꾼다떨어질 때마다 키가 크는 아이는어른이 되어도 아무것도 아닐 때가 많다모래도 시간도 구멍으로 떨어지지만 구멍은 떨어지지 않고주머니 안의 손은 떨어지는
피카소 사진관마 혜 경 그곳 바닥에는 깨진 거울이 있었고파편들은 대체로 누워있었다문득 내가 궁금했다빛이 예리하게 바닥을 지날 때다행히 두 눈동자만큼은 조각의 한가운데 자리 잡아잘리거나 어긋나지 않았으며어제를 재연하듯 경직되었다스틸사진과 닮았다고 생각을한 게아마 시계에서 조각조각 소리가 날 때였을까 그곳 바닥, 거울 눈동자 속에서시간이 찰칵 조각나고빛은 표정을 지우고 있었다두 눈동자만큼은 사라지지 않고정면을 응시한 채 기억되고 있었다내가 조각나고 있었다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마 혜 경 나는 평범한 날, 개로 태어났다비싼 사료 구경은 못해봤고먹다 남은 음식이나 상한 것들이 나를 키워냈다병식이 어머니가 값을 정하고아버지가 때가 됐다고 하자햇살 좋은 어느 날, 화성 오일장에 나가게 되었다세상은 녹슨 철망이 덧칠 되어 있었고 그 뒤로 다양한 신발들이 오고 갔다그것은 날카로운 발톱을 숨긴 채 침묵으로 고요했다안과 밖의 기준을 찾고 있을 즈음,얼굴에 철조망이 겹쳐진 두 사람이 보였다이쪽에서 신기해했더니신기한 표정이 돌아왔고그들은 주저하듯 곧 네 개의 무릎을 펴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장난감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