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모개(木瓜) 시절 5보리밭고랑 깜부기 훑치랴냇갈에 개구리 뒷다리 구워 먹으랴거무튀튀한 사촌형들여자 냄새 역한 사촌누이동생나는 끼니 때마다 빨리 먹고 자리를 뜨려고추장 한 가지로만 후딱 비벼먹기 일쑤였다작은집에 내 별명은 고추장 벌거지가 됐다―어머니는 두고두고 이 별명을 가장 가슴아파하셨지어머니와 식구들이 그립고도 야속했다심지어 밤마다 악을 쓰며 울던 모개와감꼭지니 개떡을 놓고 다투던 작은누이까지도엄청 보고 싶었다 내 벗은분교 마당 한 켠 둥구나무 한 그루였다사촌형을 피해, 그 나무에 기대면이른 잘새들 왈치고무엇보다 멀리 해거름
1부 모개(木瓜) 시절 4그때 나 또한영동 국민학교에 입학해서 일학년을 다녔는데어느 날 어머니 손에 이끌려상주 국민학교로 전학을 갔다먼 고모네가 거기 살았을 게다그러나 한 달도 채 안 돼다시 영동국민학교로, 그것도 처음 반으로전학을 되돌아왔다선생님과 애들 앞에창피스럽기 이루 말할 수 없었고내 손을 꽉 거머쥔어머니 손이 싫었다온통 트고 갈라져 겨울이고 여름이고소나무 껍데기처럼 꺼끌꺼끌한 손가자 이눔아,어머니는 또 한번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이번에는 작은아버지 댁이었다사방이 산으로 꽉 막힌두메 분교 마을이었다썩은새 추녀, 돼지울 마당,
1부 모개(木瓜) 시절 3아무튼 왜, 가난한 시절집집마다 모개가 한 명씩은 있잖냐이런 모개들은 어렸을 때부터식구들이 겪는 고생 옴팍 다 뒤집어썼다식구들이 한데 살기가 어려워여기저기 흩어지다 보면 한둘쯤누가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됐는지도무지 알 바 없었다어렸을 적 밤하늘 뭇별을 올려다볼 때마다흩어진 식구, 모개 생각에 가슴 애리곤모개(木瓜)할퀴고멍들고툭 튀어나온 마빡아무도 닮지 않아허구한 날 골목 구석쟁이에 꾸물꾸물감꼭지 사과껍데기 주워 먹어이수교 굴다리 밑주워왔단 모개야탑삭부리 아버지만이품에 꼬옥 끌어안고이 세상에 가장 이쁘다두만내
1부 모개(木瓜) 시절 2마침내 어머니는검고 치렁치렁한 머리카락까지 잘라서 팔았다백수가 된 아버지는 들앉아형 누이들이 담배꽁초를 주워 오면그거나 피우면서 시간을 겪었다두 분은 걸핏하면 다퉜는데아버지는 휘딱 집을 나가한 달이고 두 달이고 반 년이고소식이 없을 때도 많았다이스라치더두덜도 아닌꼭 어제만큼 떨어졌네양재기에 한 홉큼빨간 알갱이들꼭두새벽 이슬 머금어좀 시금털털하제?아버지 외입 가 돌아오지 않는된 밤파랗게 걷히고
『내 삶은 시』나도서관 갔다 오는 사람처럼벌 버섯 치는 사람처럼촛불 나가는 사람처럼아, 씨뱅이 모자에 똥배낭 하나 걸머메곤1부 모개(木瓜) 시절 1우리는 결딴이 났다심천, 조동, 용산, 황간 이런 데서산골 국민학교 선생으로 떠돌던 아버지가선생 노릇 때려치곤 무턱대고 산판에 손을 댔는데바로 망하고 말았다어머닌 남의 집 식모를 나가고형은 다니던 고등학교를 관두자트럭 조수로 나갔다열네댓 살 앳된 소녀 누이는 영동 역전에 나가광주리 머리에 이고사과니 조기 따위를 팔았다허구한 날 모개는악을, 악을 쓰며 울었다어머니는 젖을 떼려 젖망울에 쓴
섬 학교 다닐 때 명동에 나갔는데(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그러니까 차와 사람들 많고 으리으리한 곳이거니그런데 거기에 '섬'이라는 술집이 있는 게다돌담에 겨우 기댄 꾀죄죄, 썩은 술집이어맘에 들었다설마, 또 어떤 시인이 들러 이름을 지어 주진 않았겠지(그 섬에 가고 싶다) 시작 메모한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란 시를, 그 관념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이제 나는 순수보다 참여를, 관념보다 실제를, 미약하지만, 이상보다 실천을 훨씬 더 좋아하게 됐다. 순수들보다 더 순수한 참여들이여.
권상우 좋을 때도까구 있네슬플 때도까구 있네기쁠 때도까구 있네사랑할 때도까구 있네이별할 때도까구 있네깔창 한 장 날리곤외로울 때도까구 있네썩은 바바리코트 하나 걸치고어디서 개기다 온우리들 권상우의사랑법, 싸움의 기술 시작 메모얼마나 아름답냐. 저 천민자본주의로 떡칠한 오늘날 개돼지들 사랑법보다.
슬픔 어이 저기 좀 보라구집채만 한 떡갈나무 한 그루대형 트럭 위에 쓰러져 끌려온다백만 도시 한복판뿌리 채 뽑혀 가히 장관인 게가지엔 푸른 잎사귀 가득떫은 도토리, 요란한 매미 소리 매달았다아직도 골짜기에 처박힌 드키온통 아스팔트 쓸면서 오누나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왠지도살장에 실려가는소 한 마리 돼지 몇 바리보담싫여순교 성인 모냥, 미친 오랑캐 적장의 산발 머리 모냥 오히려 이 도시에남이 것 훔치고 속이고 등쳐먹는 몹쓸 도둑들, 날라리들, 사기꾼, 딴따라들죄다 슬풰그날 슬픈 홍어를 먹을 듯 시작 메모부요가 슬프고, 저질스런 풍요가
물끄러미, 물끄러미- 석진이와 예지의 사랑 이야기 나의 노래는나의 시는 이 세상에서그대 하나만들어 주고 그대 하나만알아 주고 그대 하나만웃음지어 주면만족입니다 별 같은 눈에백합꽃 같은 마음이여 나의 노래는나의 시는 아무리 버벅거릴지언정아무리 서투를지언정 이 세상에서그대 하나만눈물지으면대만족입니다 시작 메모우리에겐 언제나 볼 불그레한 소년 같은 석진아, 그리고 아직도 마음씨 앳된 소녀 같은 예지야, 너희들 사랑, 모르는 새 시나브로, 조금씩 깊어져 어느덧 여기에 이르렀구나. 기쁘고 고맙다.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베풀어 주신 은총과 축복
ㅠㅠ 2 까옥 까옥 까옥이거나먹으라네햐, 똥가이 같은 놈새까만 눔이많이도 컸다ㅠㅠ 시작 메모내 어릴 때 쓰던 욕들, 엿먹어라, 먹이던 주먹 감자들은 분노와 미움이면서 때로는 진실과 감동과 사랑이었다. 그건 못 먹고 못 배우고 못 가지고 못 입고, 못 좋아하던 못 사랑하던, 못 슬퍼하던 우리들의 아름답고 외로운 시였다. 이 ‘ㅠㅠ 2’도 에 보낸 작품이다. 거기서는 시 끝에 ‘저, 한갓 울음 팔이 따위는 아니다’라고 하며 행을 덧붙였다. 까마귀 형님 앞에 한참 주접을 떤 꼴이다. 그래서 이젠 그걸 빼 버렸다. 울적하던 가
산 거기에 가는데학식이 필요한가돈이 필요한가명예가 필요한가신앙이 필요한가얼굴이 필요한가그러나 꼭 한 가지나는 필요합디다허름한 신발에허름한 잠바에허름한 주제에허름한 웃음에얼뱅이 모자 똥배낭 하나 걸머메곤아아나같은새끼도거저갑니다요도서관 가듯, 촛불 나가듯 허름한황혼에 시작 메모몇 시간째 폭우가 쏟아진다. 지금 나라는 온통 물을 겪고 있다. 같이 겪어야 할 텐데. 마음도 갈수록 무뎌지고 게으르다. 얼마 전 문학 계간지(시와 산문)에 이 시를 보냈는데, 그만 ‘퇴직에 부쳐’라고 부제를 달았다. 그걸 왜 달았던가. 얼굴 뜨겁다. 너무 한심스
병신춤 2 절룩절룩 추랴 퉤퉤뒤뚱뒤뚱 추랴 퉤퉤자빠지듯이 추랴 퉤퉤궁구르듯이 추랴 퉤퉤기듯이 추랴 퉤퉤빌듯이 추랴 퉤퉤북처럼 추랴 퉤퉤장구처럼 추랴 퉤퉤부지깽이처럼 추랴 퉤퉤절굿공이처럼 추랴 퉤퉤바가지 쌍판들 퉤퉤누더기 마음들 퉤퉤아나, 염병할 퉤퉤월려, 땀병할 퉤퉤흘레붙드키라도 출깜삭용두질하드키라도 출깜삭지게작대기로 얻어나 맞듯 추랴 퉤퉤접시물에 코나 박고 칵, 빠져 죽듯 추랴 퉤퉤 시작 메모이제 세상에서는 이러면 몹시 불편하다고 한다. 메스껍다. 그 ‘불편하다’란 말 누가 만들어 썼는지 몰라도. 부유한 자들이여, 또 부요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