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모기를 잡으려다 놓치면날아간 모기 생각에 다시 모기가 오려니 하고한참을 그곳만 바라본다. 흥정을 하다가 거의 다 잡은 손님이돌아보고 다시 온다고 떠나면정말로 다시 오기를 바라며수도 없이 밖을 쳐다본다. 어떤 이유에서 건 떠난 연인을 못 잊어 하는 것은날아간 모기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과 지나간 손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삶에 미련이 없는 것도 아쉬운 일이다만미련을 포기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받아들이기가 쉽지만은 않겠지만..
내려놓기 오줌을 누는데오줌이 쉽게 안 나온다.숨을 들이마시고쉬~~~하며 숨을 내쉰다.오줌발은 션찮지만쫄쫄쫄 나온다. 사는 것이 고되고 힘들 때잠시라도 쉼이 필요할 때숨을 크게 들이마시고후~~~하며 숨을 내쉬면가슴 안에 응어리진 덩어리가조금은 작아진 듯한 마음이 든다.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내려놓는 것은 아닐까?무거운 마음을 지구 중력 방향으로쉬~~~, 후~~~하면마음의 짐이나 몸속 찌꺼기도덩달아 내려가는 느낌이 든다. 살면서 버리기 힘들어쌓아놓은 짐들일랑오줌 누는 것처럼한숨 쉬는 것처럼 내려놓으면한결 가볍게 살아질 것이다.
호박꽃 우리네 인생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짜증이나 화를 참 많이 내고 살아갑니다. 내 뇌에 저장된 메시지는 그들은 나라고 인지하기 때문입니다.엄마에게, 자식에게,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소한 일로 화를 냈던 일들을 떠 올려 봅니다.믿거니 생각하며 함부로 대했던 지난 시간을 후회합니다. 며칠 동안 내리던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빛나는 아침에 호박꽃이 환하게 핀 것을 보았습니다.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겠는데 그날은 발길을 멈추고 꽃을 바라보았습니다. 크기며 모양이며 색깔이 참 곱고 예뻤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그들도
능선 아버지께서는 그 길을 장등이라 했다.내가 그 길을 걸었을 때는 유년기였다.열 살 남짓했던 나는 소 고삐를 쥐고 시내의 불빛을 내려다 보았다.산자락 아래 멀리 보이는 수 많은 불빛이 아름다웠다. 세월이 지나산악회를 따라 등산을 하면서여인의 부드러운 곡선처럼 펼쳐진 능선을 걸었다.어릴 적 장등은 기억에서 삭제된 채로.. 능선이 부드러운 여인의 맵시가 되는 동안은수없이 많은 세월이 지났으리라.셀 수 없이 많은 빗물과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에제 몸을 내어 주었으리라. 나는 장등을 걸었고수많은 산자락을 밟았고산자락은 사람들의 발자국을 아
종기 배꼽 옆에 피부가 벌개지더니이내 종기가 되더군옷을 입을 때마다 가로부치며아프게 하더니 곪기 시작했어항생제 먹을 생각은 하지 않았고더 곪으면 짜낼 요량이었지 사나흘 지나니 누런 고름이 보이더라고알콜에 솜에 연고에 밴드를 준비하고아픔을 참아가며 새끼손톱 만하게 커진 종기를 짰어피고름이 꽤 나오더군아팠지, 아프다마다 살아가면서 아픈 일이 어디 한두 가지던가?아픔을 참아내는 수많은 공부를 해봤잖아.고름이 살 되던가?아픔을 견디다 짜내던가 도려내야 하지 않던가?잠깐은 참는 것보다 극심한 아픔이 오더라도 짜내며 살게도려내며 살게 세월 지
사랑 신께서 존재한다는 가정하에내가 신을 이해하지 못하면신께서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다.내가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그 사람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이해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할 수는 없다. 이해한다는 것은온전히 그 사람을 알아 가는 과정이다.공유하는 시간은 서로를 이해하는 학습 과정이다.그 과정을 통하여 서로를 신뢰해야 한다. 인간이 관계를 만들어가는 초석은 믿음이기 때문이다.온전한 믿음 안에서만 이해와 사랑이 존재한다. 사랑은 관심을 먹고 자라는 나무이다.
아이와 분수 한여름아이와 분수는친구가 되지요. 분수가 하늘로 솟아오르면아이의 마음도 덩달아 오르고하늘로 뿜던 물줄기가 잠깐 쉬면아이들도 잠깐 쉬고 물줄기가 씩씩하게 소리를 내면아이들은 까르르 까르르아이들 발바닥을 분수가 간지르면이이들은 더욱 신나 소리 지르고 여름 한 철 분수는 아이들 동무여름 지나 분수가 쉬는 동안아이들은 또 그만큼 자라고...
비가(悲歌) 처연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맞았습니다. 빗줄기는 맨살을 파고드는 칼날 같았습니다.귓가를 때리는 비가 나를 더욱 슬프게 합니다. '悲歌'는 이런 날에 들어야 제맛이지요.전축 위에서 돌아가는 늘어진 LP판 노래는 더더욱 슬프게 들립니다. 가슴을 도려내 보려 합니다.썩을 대로 썩었을 속내를 그여 보고 싶습니다.문드러진 그 가슴에는 당신이 남긴 자국도 남아있습니다. 모두 지난 일이라,잊으라, 잊어버려라 합디다만어찌 그리 쉽게 잊힐리야! 이슬비가 냉이 꽃씨에 오종종 매달립니다.냉이 씨앗이 하트모양인데 빗방울과 부조화로 어울립니다.
기다림 때로는 안타깝고 더러는 힘들기도 합니다.간혹 설레고 행복하기도 합니다. 기다림에는 반드시 사람이나 사람으로 인한 상황이 있습니다.기다림에는 또한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대상이 있기에 그 사람과의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조급함은 대상과의 관계를 잇지 못하게 합니다.조급함은 내가 살아왔던 끈을 놓거나 끊기게 합니다. 기다림의 지루한 시간에는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도 포함됩니다.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내 안의 사람으로 여기며 살아왔는가를 성찰하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얽히고설킨 관계의 연속입니다.기다리는 것 하나만으
신록 모두 숨을 죽였어요.모두 죽은 줄만 알았었지요.죽음은 어둠에 갇혀있고어둠은 죽음을 늘 품고 있는 줄만 알았지요. 까맣게 죽은 줄만 알았던 가지에봄비가 내린 것은 얼마 되지 않은짧은 시간이었어요.아기가 손가락 오물짝거리듯가지 끝이 움직였어요. 세상에나!색깔이 연초록으로 변해갔어요.작은 몸짓이 이토록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에요.나는 기적의 시작을 봤을 뿐이고요. 장엄하다는 말은 쓸 일이 많이 없잖아요.저는 잠깐 낮잠을 잤다고 생각했어요.어머나!그 짧은 시간에 세상이 바뀌었어요.베토벤 교향곡은 들리지 않았어요.어마어마한
산철쭉 어찌 이리도 곱단 말인가?그 많은 수줍음은 또 무슨 일인가?사알짝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을 떨굴 것 같은...
말의 온도 말에도 온도가 있습니다. 공기 중의 온도는 기온몸의 온도는 체온이라 합니다.말의 온도는 말온이 적당할 듯싶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전하는 따뜻한 말은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차가운 말 한마디가 어떤 이의 가슴에 꽂혀 평생을 원수로 살기도 합니다. 기왕이면 말의 온도를 높힐 필요가 있습니다. 시를 쓰며 '따뜻한' 이라는 낱말을 쓰니까 저의 손가락이 따뜻해지는 걸 느낍니다. 말이 따뜻해지려면 먼저 가슴의 온도를 높여야 합니다.가슴이 차가운 사람은 남을 이해하지 못합니다.잘못한 이는 본인인데 늘 무리에서
있다와 없다 나는 생각한다.고로 나는 존재한다.아무 생각 없이 고등핵교 윤리책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맞다와 틀리다는 세상을 양분합니다.내가 옳으면 너는 옳지 않아야 합니다.인간 세상이 흑과 백으로 나뉩니다.하지만 세상은 그대로입니다.인간의 자로 세상을 본 까닭입니다.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갈나무와 등나무의 생존 전략일 수 있습니다.내 모고치를 좀 더 가져와야 식솔들을 평안히 멕여 살리고내 어깨에 뽕을 조금 더 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팡세는 사고를 깊게 했나 봅니다.철학을 했으니 밥 먹고 생각만 했을 법합니다.옳고 그름의
빗소리 나는 중력을 체험하고 있다. 아홉 시부터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믿었다.손에는 접이 우산이 들려있다.저녁나절에는 벚꽃잎이 바람에 날려 제멋대로 꽃비를 뿌리더니아홉 시 귀갓길엔 고맙고 고마운 봄비가 내린다. 우산을 쓰고 길을 걷다가빗소리가 고마워 우산을 거뒀다.빗방울이 머리에 닿을 때마다 고맙다고 말을 걸었다.봄철에 발생한 커다란 산불을 잠재워준 비님이 고마워서였다.빗소리가 참 감미롭다. 모든 떨어지는 것들에는 중력이 작용한다.내 탐욕도, 어리석은 마음도 중력에 의해 떨어졌으면 좋겠다.
그냥 좋다 따뜻한 봄날에 내가 눈을 뜨고 세상을 볼 수 있어서 아침에 밝은 해가 환하게 웃어줘서 코끝에 묻어나는 바람이 가져오는 부드러운 냄새가 있어서 때가 되면 어김없이 꽃대를 올려 연보랏빛 미소로 반짝이는 제비꽃을 볼 수 있어서 상큼한 냉이랑 쌉싸롬한 쑥으로 콩가루 버무려 끓인 된장국을 맛볼 수 있어서 누가 뭐라 해도 가장 기분 좋은 것은 내 곁에 늘 네가 있어서...
지금도 시간은 내가 존재하는 동안만 존재한다고자기 중심적 생각으로 살 수 있다.하지만 시간은 내 존재 전에도 있었고내 존재 이후에도 흐른다. 분명한 것은 기준점이 ‘나’라는 것이다.예수의 탄생이 기원후 원년이란 것은서양사적 기준일 뿐이다.나를 중심으로 내 역사는 쓰여질 것이다. 모든 역사적 기록은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 졌을까?아니다.모든 역사적 기록은 승자의 기전체적 서술일 뿐이다.사마천의 형벌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리라. 오늘도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고꽁꽁 얼었던 개울물은 역사처럼 흘렀다.나도 그 시간만큼 자랐거나
댓가 참 건방졌지.오후 늦은 시간에 커피라니거기다 옆에 있는 잔에도 손을 뻗은걸? 밤이 하얗게 물들었어. 그래도 위로가 되는 건그 시간에 온통 네 생각만 했어. 넓어진 방안을 네가 가득 채운 밤이었다고
봄, 그날엔 따뜻하다는 언어에는포근한 엄마의 품을 품고 있습니다. 봄은 적어도 이별이라는 의미랑은 거리감이 있습니다. 그사람이 내 마음에서 멀어져 간다 해도봄날에 이별 이야길랑은 잠깐이라도 참아주세요. 산수유가 노랑 하늘을 만들고매화꽃들이 참았던 하양과 붉은빛으로 세상을 수 놓고 있잖아요. 더러 세상을 살다 보면 서운한 일도 많아서멀어지고 싶은 일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별의 말을 하시려면 조금만 참았다 하세요.한창 피어나는 꽃들이 지거들랑 하실 수 없을까요. 꽃이 지는 동안당신이 사랑하고 아파했던 시간을 생각한다면 봄, 그만큼은
봄이 오려나 보다 아이들 숨결이 부드러워진다.잦은 잔기침이 안으로 자리한다.햇살도 덩달아 제 몸의 온도를 높인다.봄이 오긴 오려나 보다. 봄은 많은 소리를 간직하고 온다.보이지 않는 땅속에서는 한층 바쁘다.고로쇠나무 뿌리들이 물질을 한다.쭐쭐쭐 빨아올린 수액을 인간이 도둑질을 한다.머지않아 꽃들은 팡팡팡 꽃눈을 열어 제낄 것이다. 아프지 않은 사랑이 있으랴마는저마다 꽃들도 수많은 아픔을 이겨내는 인고의 시간을 보냈으리라.지고 난 사랑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꽃들에게 배울 일이다.아픔을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방법을 물어봐
당신 너의 숨결이 살갗을 간지럽히면내 마음결에는 어느새 부드러운 파문이 입니다.살갗에 돋은 잔털이 떨리고간지럼은 어느새 행복한 떨림을 가져옵니다. 목젖이 보이며 깔깔대는 소녀의 웃음은 아니지만볼우물 살짝 패이는 보이듯 말듯 웃어주는 미소는마음결에 파문을 만들고가슴에 일렁이는 파도로 다가옵니다. 바라만 보아도 흐뭇해지기란쉬운 일이 절대 아닌데어려운 일을 쉽게 만드는 당신은나에게는 선물 같은 사람입니다.당신이 있어 그냥 행복하답니다. 세상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다지만당신과 함께라면 거친 파도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익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