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당신이 떠날 채비를 하면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눈 그치면 가세요힘없이 말하는 사이에 눈발은 더욱 거세졌습니다부득불 떠나는 당신의 발자국을 흰 눈이 덮습니다 멀어지는 당신의 모습 뒤로 함박눈이 쏟아집니다당신이 있던 자리에 흰눈이 소복소복 쌓입니다 삶은 그저 살아지는 것 노심초사 하지마세요떠나면서 한 당신의 말 위에도 흰 눈이 쌓입니다1번 찍은 사람들의 거대한 상실감 위에도 눈은 내리고2번 찍은 사람들의 자르고 싶은 손가락 위에도 눈은 쌓이고기권한 사람들의 무책임 위에도 눈이 내립니다퇴행과 역행하는 정치 언어들이 폭설처럼
2부 청춘예찬 12 떨어지고 나니까 깨지고 나니까시가 쓰고 싶었다인생은 가슴 뭉클 더 깊어졌다그렇구나, 시인이 굳이대학에 가야만 하는가펜대를 굴려야만 하는가비를 노래하고 바람을 노래하면 그뿐개똥 골목길 나무를 노래하고새를 노래하면 그뿐꾀죄죄한 절망과 희망 하냥 사랑하고또 미워하면 됐지싸구려 츄리닝 속허여멀건 멀대 목 파묻으면 됐지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으면 됐지긴긴밤 와룡생 무협지도 끝이 났어라밀려오는 대미의 진한 허무씹고 또 씹었으면 됐지삼선쓰레빠 찍찍 끌명복개천 속 끈적한 그리움 찾아귀 기울여 속삭이고 속삭이면 됐지, 흐흐흐담배
플라스틱은 오래 전부터 일상 생활용품은 물론 포장재, 절연재, 단열재, 전기·전자제품, 자동차 등에 폭넓게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장점이 현재의 ‘생산-소비-폐기’의 선형 경제구조와 맞물려 일회용 플라스틱을 만들어 냈다.하지만 일회용(single-use)으로 디자인돼 재사용이 불가능하고 한 번 쓰고 나면 폐기해야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정의는 국가마다 다르지만, 보통 여러 차례 재사용하거나 순환시킬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것을 말한다.일회용 플라스틱 : 평균수명 6개월, 분해되는 데 500년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의 분야별 비
은 오상준이 작곡한 안중근 의사의 생애 마지막 1년을 다룬 한국 창작 뮤지컬로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20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의 후손들의 참관 하에 초연되었다. 뮤지컬을 원작으로 2022년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현재 상영 중이다.영웅주의나 민족주의에만 호소할 수밖에 없는 직선적인 짧고 빈약한 스토리를 벽돌 배경과 철골, 영상을 적절히 활용해 다양한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무대 효과와 암전 없이 빠르게 전환하는 장면으로 몰입도를 높이면서 스테이지의 한계를 극복
'2022 흑룡강 냉수어·겨울어획철(2022黑龙江冷水鱼•冬捕季)'행사가 12월 27일 개막된다. 개막식이 열릴 태양도 호텔에서 겨울 낚시대회가 열리는 하얼빈시(哈尔滨市) 호란구(呼兰区) 대정자산(大顶子山) 온천관광구에 이르기까지 연선의 호구대교(呼口大桥), 연도역(沿途驿站), 대정자산 서비스센터 등에 경관 체험구를 설치해 허저족 고기잡이 및 수렵문화 전시를 할 예정이다.허저족(赫哲族) 문화는 헤이룽장성(黑龙江省)의 '중국 북방 고기잡이 및 수렵 문화의 발원지(中国北方渔猎文化祖源地)'라는 대표적인 지위를 가장 잘 나타내는 문화이다.
못다 핀 꽃잎에 전하는 애도 / 김주선 휴먼 판타지 드라마 《내일》이 뜨고 있다. 죽은 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사자가 아니라, 죽고 싶은 사람들을 찾아가서 살린다는 위기관리팀 저승사자의 이야기다. 얼핏 톰 크루즈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맥락이 비슷하지 않나 싶어 한 회분을 시청했지만, 글쎄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가 일어나기 전 예지자들이 범죄를 예측해 미리 처단하는 치안 시스템이라면 《내일》은 극단적 선택을 앞둔 관리대상자를 찾아가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준다는 것이다. 판타지건 SF영화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
2부 청춘예찬 9 배고픔이고 뭐고 나는넓적다리께까지 흘러내려 온 촌충에 시달렸다그게 수치스러워 점심 하늘낮달처럼 히쭈그레했다 희읍스름했다 습작 시대 웬만한 애들 거의 엎드리고수학 시험 시간 수학 시험 문제지에모자도 그리고우스꽝스럽게 권총도 그리고시내 삐끼 다리도 그리고조용조용 어느 소녀 얼굴과다시 그 얼굴 코 밑에찍찍 숯검정 수염도 칠하고두구두구 책상 드럼이나 치다가속절없이 먼 산 바라다간 어느새손가락 깨물며, 물어뜯으며깨알같이 쓰는 시란정말 맛있습죠만까구있네우리 곧 구겨버릴라요
2부 청춘예찬 5 동무애들은 조금 크고 길죽해지면서거지반 공장이나 구둣방에 가거나와리바시를 깎거나 농짝을 짜거나구두닦이 딱쇠를 나가거나 했는데곤지, 재떨이, 헨리, 명가이, 조지 다 그랬다길동이 같은 애들은거지를 나가기도 했고어느새 감방에 갔다 오기도 했다 너구리 이빨 빠진 사기 밥그릇에새빨간 망둥이 장국밥너구리네 아부지빵에 갔다 나왔다아!별 달았다아!우리는 한 숟가락즤는 꼭꼭 두 숟가락
과수원과 잠농(蠶農)을 겸했던 우리집은 살림방까지 누에에 내주어야 할 만큼 농사가 컸다. 잠란지(蠶卵紙)에 붙은 누에씨가 꼬물거리기 시작하면 여러 채반으로 나누었다. 한 번씩 허물을 벗고 잠을 잘 적마다 키가 쑥쑥 자라나 잠실 시렁에 층층이 채반을 올려서 키워야 했다. 뽕잎이 한철일 때 잠실 문 앞에 서 있으면 잎을 갉아 먹는 벌레 소리가 지적지적 빈대떡 지지는 소리처럼 들렸다. 먹고 자고 그렇게 네 번째 허물을 벗은 후에야 제 몸 하나 웅크릴 관을 만드느라 실을 토해냈고, 나비로 환생할 꿈을 꾸었다.인간의 잠드는 욕망은 잠벌레(누
1993년 제작된 영화 미스터 다웃파이어에서는 음식물을 잘못 삼켜 기도가 막힌 사람에게 이물질을 제거해주도록 도와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처럼 기도가 막힌 사람에게 꼭 필요한 신속한 응급처치가 바로 하임리히법이라는 것입니다. 환자가 숨쉬기 힘들어하거나 목을 감싸며 괴로움을 호소할 경우 기도폐쇄로 판단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119의 신부를 요청합니다. 환자 스스로 기침이 가능하다면 기침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이물질을 뱉어낼 수 없다면 환자의 등 뒤에서 주먹 쥔 손을 배에 닿도록 놓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주먹을 감
쌀이 논에서 식탁에 이르는 전 과정 데이터 체인을 실현한다. 바이오과학기술은 DNA 지문감식과 분자육종 핵심기술을 이룩하였다.쌀농사, '경치', '문화관광+' 신형 비즈니스는 순풍에 돛 단 듯 거침없이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오상시는 주도산업 강화라는 대주제 아래 쌀산업과 디지털경제, 바이오경제 및 '문화관광+', 창의디자인의 융합발전을 추진했다. 2022년, 오상쌀의 브랜드 가치는 710.28억 위안으로 7년 연속 랜드마크 제품으로 부상되 쌀류 전국 1위를 차지했다.오상시는 한 톨 쌀의 '인기'를 타고 전통산업의 고급화, 디지털
11월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SSG 랜더스 김광현과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이 한국시리즈 1차전에 이어 5차전에서 다시 맞붙는다.김광현은 명실공이 국내 최고의 좌완투수, 최고 160km 패스트볼을 던지는 안우진은 국내 최고의 우완투수다.시리즈 전적 2승2패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가운데 1차전에 이어 5차전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1차전에서 두 투수는 모두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1차전에서 김광현은 5와 ⅔이닝 동안 안타 5개와 볼넷 3개를 허용하고 4실점(2자책점) 했다. 야수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에러를 지지르면서 비
나뭇잎 가리개 / 김주선 프라하의 어느 길거리에서 소년 조각상의 성기를 움켜쥔 여인의 사진 한 장이 단톡방에 도착했다. 여행 중인 친구가 보내온 사진이었다. 설거지도 쌓아둔 채 아침드라마를 챙겨보던 여인들이 일제히 단톡방으로 모여들었다. 조각가 ‘밀로스 젯(Miloš Zet)’의 「청년(Youth)」이라는 작품이라는데 ‘프란츠 카프카’의 소년 시절의 모습이라는 둥 다녀온 사람마다 분분했다. 오래전부터 유럽에서는 내로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각상을 만들어 세우는 게 유행인 시절이 있었다. 관공서든 대학교든 길거리든 어디를 가나 흔하게
국내에서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건국대에서 학사를, 이화여대에서는 석사를 그리고 단국대학교에서 박사까지 수학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사범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과 최고교육자과정 디플롬을 취득하고 전문연주자 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대만에서 활동 중인 플루티스트 장주연이 피아니스트 첸 웨이치(Chen Weichih)와 함께 한국에서 듀오 리사이틀을 개최했다.첫 곡인 윤이상의 '가락'은 한국 전통 음악의 정서와 도교의 철학을 음악에 담으면서 국악에서 자주 쓰이는 주요음, 시김새, 농현 등의 연주 기법을 플루트를 통해 이식하려고 시도한 작품이다
1부 모개(木瓜) 시절 3아무튼 왜, 가난한 시절집집마다 모개가 한 명씩은 있잖냐이런 모개들은 어렸을 때부터식구들이 겪는 고생 옴팍 다 뒤집어썼다식구들이 한데 살기가 어려워여기저기 흩어지다 보면 한둘쯤누가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됐는지도무지 알 바 없었다어렸을 적 밤하늘 뭇별을 올려다볼 때마다흩어진 식구, 모개 생각에 가슴 애리곤모개(木瓜)할퀴고멍들고툭 튀어나온 마빡아무도 닮지 않아허구한 날 골목 구석쟁이에 꾸물꾸물감꼭지 사과껍데기 주워 먹어이수교 굴다리 밑주워왔단 모개야탑삭부리 아버지만이품에 꼬옥 끌어안고이 세상에 가장 이쁘다두만내
음악 전공자들에게 가장 큰 공부와 성장의 기회는 무대에서 연주하며 관객을 직접 만나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인해 너무나 많은 걸 잃어버리고 희생했다. 소통과 공감의 예술인 음악에서조차 궁여지책으로 대면 & 원격이라는 방식으로 수업을 해야만 했으며 들려주고 못하고 같이 하지 못한 채 그저 혼자서만 하다가 드디어 모여서 같이 했다. 음악은 또한 질서와 협력의 예술이지 않은가!삶에 의욕을 잃고 무기력에 빠진 이들이여, 새벽녘의 가락시장이나 노량진시장에 가보라! 아님 사원증을 목에 걸고 바쁘게 출근하는 아침의 여의도나 광화
옛 그림 속 이야기와 우리 음악, 춤과 무예를 통통 튀는 구성으로 만나볼 수 있는 이색 콘서트 ‘화통콘서트 - 옛 그림 중구와 소통하다!’(주최 서울 중구, 주관 문화예술감성단체 여민, 이하 화통콘서트)가 9월 1일(목)~2일(금) 오후 7시 30분(총 2회)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다. 화통콘서트는 옛 그림으로는 처음으로 문화재청이 ‘문화재 문탁은 낮게, 프로그램의 품격은 높게, 국민의 행복은 높게’를 주제로 추진하는 생생문화재 사업에 선정됐다.이번 콘서트는 2018년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2022년 문화재청의 집중 육성 사업에
지난 8월 18일 오후 2시, 남한산성에 있는 ‘현촌(鉉村)’ 식당에서 평화철도의 이사와 집행위원 등 14명이 모여 천영세 전 민주노동당 대표(현 평화철도 이사)의 팔순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팔순(八旬)은 80세의 우리식 한자어이며 일본식 한자로는 산수(傘壽)라는 표현도 있다고 한다. 축하 자리에 모인 이들은 오리·닭 백숙 요리에 약주를 곁들였으며 정성희 집행위원장(평화철도)의 즉석 사회로 팔순 축하 케익 커팅 및 시식, 팔순
지난 8월 10일 오후 3시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는 Action One Korea 한국, 여순항쟁 서울유족회 등 16개 시민단체가 공동주최하고 6.15남측위 정책위원회, 소통과혁신연구소, (사)코리아국제평화포럼, 통일시대연구원, 한국진보연대 등이 주관한 ‘우크라이나 사태와 부상하는 신세계질서’란 제하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유튜브 ‘마로니에방송’으로 중계됐다. 그러나 토론회 초반, 현지 사정으로, 30여 분간 손정목(통일시대연구원 부원장)
깔따구가 돌아왔다/김주선 밥 한술 뜨고는 잠이 들었다. 설핏 잠에서 깨어보니 남서향 커튼 틈으로 빛이 들어와 칼날처럼 침대 깊숙이 찌르고 있었다. 해시계는 오후 3시쯤, 암막(暗幕)을 활짝 열어젖히고 빛을 따라 아른거리는 먼지를 가만 보았다. 어디로 숨어버렸는지 요 며칠 눈앞에서 성가시게 굴던 날벌레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실눈을 떠야 할 만큼 눈이 부셨다. 여전히 동공은 열려있고 눈알이 빨갛다.오전에는 월차를 내고 안과에 다녀왔다. 비문증(날파리증)이라니, 참 가지가지 했다. 유리체를 혼탁하게 하는 뿌연 부유물을 들여다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