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학교 다닐 때 명동에 나갔는데(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그러니까 차와 사람들 많고 으리으리한 곳이거니그런데 거기에 '섬'이라는 술집이 있는 게다돌담에 겨우 기댄 꾀죄죄, 썩은 술집이어맘에 들었다설마, 또 어떤 시인이 들러 이름을 지어 주진 않았겠지(그 섬에 가고 싶다) 시작 메모한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란 시를, 그 관념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이제 나는 순수보다 참여를, 관념보다 실제를, 미약하지만, 이상보다 실천을 훨씬 더 좋아하게 됐다. 순수들보다 더 순수한 참여들이여.
권상우 좋을 때도까구 있네슬플 때도까구 있네기쁠 때도까구 있네사랑할 때도까구 있네이별할 때도까구 있네깔창 한 장 날리곤외로울 때도까구 있네썩은 바바리코트 하나 걸치고어디서 개기다 온우리들 권상우의사랑법, 싸움의 기술 시작 메모얼마나 아름답냐. 저 천민자본주의로 떡칠한 오늘날 개돼지들 사랑법보다.
슬픔 어이 저기 좀 보라구집채만 한 떡갈나무 한 그루대형 트럭 위에 쓰러져 끌려온다백만 도시 한복판뿌리 채 뽑혀 가히 장관인 게가지엔 푸른 잎사귀 가득떫은 도토리, 요란한 매미 소리 매달았다아직도 골짜기에 처박힌 드키온통 아스팔트 쓸면서 오누나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왠지도살장에 실려가는소 한 마리 돼지 몇 바리보담싫여순교 성인 모냥, 미친 오랑캐 적장의 산발 머리 모냥 오히려 이 도시에남이 것 훔치고 속이고 등쳐먹는 몹쓸 도둑들, 날라리들, 사기꾼, 딴따라들죄다 슬풰그날 슬픈 홍어를 먹을 듯 시작 메모부요가 슬프고, 저질스런 풍요가
물끄러미, 물끄러미- 석진이와 예지의 사랑 이야기 나의 노래는나의 시는 이 세상에서그대 하나만들어 주고 그대 하나만알아 주고 그대 하나만웃음지어 주면만족입니다 별 같은 눈에백합꽃 같은 마음이여 나의 노래는나의 시는 아무리 버벅거릴지언정아무리 서투를지언정 이 세상에서그대 하나만눈물지으면대만족입니다 시작 메모우리에겐 언제나 볼 불그레한 소년 같은 석진아, 그리고 아직도 마음씨 앳된 소녀 같은 예지야, 너희들 사랑, 모르는 새 시나브로, 조금씩 깊어져 어느덧 여기에 이르렀구나. 기쁘고 고맙다.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베풀어 주신 은총과 축복
ㅠㅠ 2 까옥 까옥 까옥이거나먹으라네햐, 똥가이 같은 놈새까만 눔이많이도 컸다ㅠㅠ 시작 메모내 어릴 때 쓰던 욕들, 엿먹어라, 먹이던 주먹 감자들은 분노와 미움이면서 때로는 진실과 감동과 사랑이었다. 그건 못 먹고 못 배우고 못 가지고 못 입고, 못 좋아하던 못 사랑하던, 못 슬퍼하던 우리들의 아름답고 외로운 시였다. 이 ‘ㅠㅠ 2’도 에 보낸 작품이다. 거기서는 시 끝에 ‘저, 한갓 울음 팔이 따위는 아니다’라고 하며 행을 덧붙였다. 까마귀 형님 앞에 한참 주접을 떤 꼴이다. 그래서 이젠 그걸 빼 버렸다. 울적하던 가
산 거기에 가는데학식이 필요한가돈이 필요한가명예가 필요한가신앙이 필요한가얼굴이 필요한가그러나 꼭 한 가지나는 필요합디다허름한 신발에허름한 잠바에허름한 주제에허름한 웃음에얼뱅이 모자 똥배낭 하나 걸머메곤아아나같은새끼도거저갑니다요도서관 가듯, 촛불 나가듯 허름한황혼에 시작 메모몇 시간째 폭우가 쏟아진다. 지금 나라는 온통 물을 겪고 있다. 같이 겪어야 할 텐데. 마음도 갈수록 무뎌지고 게으르다. 얼마 전 문학 계간지(시와 산문)에 이 시를 보냈는데, 그만 ‘퇴직에 부쳐’라고 부제를 달았다. 그걸 왜 달았던가. 얼굴 뜨겁다. 너무 한심스
병신춤 2 절룩절룩 추랴 퉤퉤뒤뚱뒤뚱 추랴 퉤퉤자빠지듯이 추랴 퉤퉤궁구르듯이 추랴 퉤퉤기듯이 추랴 퉤퉤빌듯이 추랴 퉤퉤북처럼 추랴 퉤퉤장구처럼 추랴 퉤퉤부지깽이처럼 추랴 퉤퉤절굿공이처럼 추랴 퉤퉤바가지 쌍판들 퉤퉤누더기 마음들 퉤퉤아나, 염병할 퉤퉤월려, 땀병할 퉤퉤흘레붙드키라도 출깜삭용두질하드키라도 출깜삭지게작대기로 얻어나 맞듯 추랴 퉤퉤접시물에 코나 박고 칵, 빠져 죽듯 추랴 퉤퉤 시작 메모이제 세상에서는 이러면 몹시 불편하다고 한다. 메스껍다. 그 ‘불편하다’란 말 누가 만들어 썼는지 몰라도. 부유한 자들이여, 또 부요하지만
퉤퉤 2 왜 늦은 밤산사 토방 같은 데다 사람들 뫄 놓곤잘난 체 이빨까는 게 싫여또 그 앞에 빙 둘러앉아 홀짝홀짝 차를 마시며마냥 헬렐레하는 것조차도 너무 싫여마침내 안 되겠다, 이쯤 찌그러져얐다몸무게를 줄이러 가는 척 자리를 뜬다별이 반짝이는 하늘, 그러나 밖은 너무 춥다바람과 구름 별과 나중에는 기껏 오동나무나 담벼락이런 것들과 얘기를 할 수밖에무얼 빨러 나 여기 쫓아왔나거기 침을 뱉거나 발로 차거나 긁거나 할 수밖에퉤 진실은 제발재미없기를 감동적이지 않기를사뭇, 심각 진지하지 않기를시골구석에서 올라온 듯더듬더듬 말 잘 못해 어
퉤퉤 1 퉤 천구백삼십 년대 지금처럼 그때도시인 박사 선상님들애법 먹물깨나 먹었단 이들퉤퉤 너도 나도 유식한 말왜말 찌꺼기 좇아 쓸 때봄봄 산골나그네 만무방 동백꽃김유정이만큼은 우리말 잘 살려 썼다비리직직한 총각눔들새끼 꼬고 산에 낭구하면서장인님 붕알 잡고 늘어지면서지게작대기로 대이구 얻어터지면서까무잡잡한 시골뜨기 가시내들밭 매면서 빨래하면서 나물 캐면서머스마들께 여시 떨면서잡수풀 구렁에다간 냅다 훌치면서땡전 한 푼 없는 따라지들흑흑, 땅바닥에서 먹고땅바닥에서 기고 땅바닥에서 자면서오갈 데 없어땅바닥 사랑을 나누면서웃고 울고 쫑알대
촛불 시론 좀 투박스러워도 없어 보여도덜떨어져 보여도시가 좀 안돼도씹혀도 좀 쪽팔려도멋대가리 잔대가리굴리지 말아야 하는데무얼 쓸 때마다쓴답시고 나도 모르게멋대가리 잔대가릴 굴리게 되곤굴리는 족족, 어떻게 된 건가!내가 퍼다 쓰는 말은 왜말 찌꺼기끼어드는구나 달라붙는구나생각까지 왜말 생각느낌까지 왜말 느낌진실을 죄, 죽이는구나영혼 마냥, 배부르누나 썩어 문드러지누나쉽고도 그저수수하게 촌스럽게 꾸밈없이 써야만 했어먹고 자고 엉엉 울고 히히 웃고엄마 말로다 써야만 했어끊으려 끊으려고 해도벽에다 머리를 갈아도끊을 수 없구나 떨굴 수 없구나
우리 문장론 2 왜 또 느닷없이 떠오르냐양주탈춤 묵중 녀석들 수작 속에월려? 라고 막돼먹은 머슴 말 한 마디이건또뭐여 시방뭐라케소 어쭈쯤으로 알아먹을란다아무튼 고릿적 촌구석에서나 쓰던참으로 귀한 말이라 내 얼마나 반갑더냐쟁글쟁글하더냐 그래이희승 이숭녕 신기철신용철형제국어대백과사전들 샅샅 뒤져도네이버 다음 구글 다 두들겨도눈 씻고 밑 씻고 찾아봐도우리나라 날고 긴다는 시인 작가님들 어떤 시에도쓴 적 없어라나를 깨끼리춤 추고 싶게 만드냐주먹다 봉창을 줴지르게 만드냐딱 흙텀뱅이 말아무렴 게 그리 쉽게 나올 리야옛날 고릿적 머슴들이나 쓰던
우리 문장론 1 다른 거 볼 필요 없고임방울님 토끼타령 보면 어디선가 토끼란 놈 술에 다뽁 취해 앗뿔싸용왕더러 그만 여,여,용겜이라 해 버리는데또 어디선가 자라란 놈은호랭이캉 맞부닥뜨릴새 기가 막힌지라죽기 살기로 호랭이 알불을 기냥 캭, 깨물어 부리는데먹고 자고 싸고 뒹굴던 씨부리던저 아름다운 쌍놈 말 쌍놈 얘기하늘 같은 쌍놈 마음잘도 냈네 잘도 썼네땅바닥에 지게작대기로 쓰드키 염병할 거이 좋구나 퉤우리 방울이 성님 대관절똥이란 똥 훌, 몇 바가지나 자셨길래씨부랄 거이 좋구나 퉤 그러니 이제어디 어디 어디서 나온누구 누구 누구들뭣
최서해 쑥 들어간 눈에 툭 튀어나온 광대뼈못 먹어서 그런지 삐쩍 말랐다가난과 절규 그리고 왜놈들, 도저히 이 땅에 살 수 없어두만강 건너 오랑캐령 넘어 간도 땅추위에 떨고 처절하게 굶주리며날품팔이 나무꾼 두부장수 비럭질 하다못해 도둑질까지 했구나, 선생 작품 속 우리 민족들은아궁이 잿더미 속에서 귤껍질을 뒤져 먹거나빚에 쫓겨 아내와 딸을 빼앗기거나매 맞거나 찢기거나 되놈 개에 물려 죽고쳐죽일 눔들, 깎아 죽일 눔들,마침내 원한에 이글이글 사무쳐 복수를 하고 살인을 하고 불을 지르니그래! 선생 글은 천재성도 없다풍부한 상상력도 없다
남부호프 화장실 감룡아 승호야 꿀꿀한가소맥으로 입가심을 하더니, 82 둘한테엮였다 이제 늙고 지친 애들 특별히아무것도 하지 않는 애들 혼자 사는 애들절은 아몬드 땅콩 몇 알싸운다 씹는다(아작낸다)마치 보석 알이나 되듯어떻게? 잘 나가나?어딘가 멀리 끌려갔다 온 것 같은녹은 눈, 들면 바짝 쫄아라 나아무데도 끌려가 본 적 없어그 마음 모르지만 눈빛만은 잘 알지 이윽고꼬장을 피운다저 시대의 아픔이 흘리고 간 머나먼 학번들한때 시를 쓰고 운동을 하고밥 먹듯 합숙을 했었지꼬장 버겁기 이루 말할 수 없으매좀 됐군, 짐짓 비척 걸어주방 옆 녹
언저리 산유회를 가다 그저산 언저리에서 그저시의 언저리에서 그저삶의 언저리에서 그저술청 언저리에서 저 황혼의 초췌에 비칠거리는 영혼끈적한 눈길 옛날걔네들 아직도그대로네 망가질 듯오오냐, 망가지지 않는다 시작 메모우리는 모든 중심과 중앙 패권 거절했다. 권위 부 저잘남 안위 지성 사색 따위 다 거절했다. 외모 따위 거절했다. 다들 존만했다. 문학이고 사랑이고 시대고 언저리를 맴돌았다. 실패하고 찢어지고 갈라지고 채이고 밤마다 절망에 절어서 깔창을 몇 장씩 날리곤 마침내 연못시장 보은 연지 새집 호텔들에 떼거지로 망가졌다. 새처럼 깃들
돌국 햇빛 친친암튼 벼논 하늘에비뚜름 긴 목 왜가리 서고 심드렁갸들아 오면찌그러진 살강 냄비에주먹 자갈 여나믄맑비린 또랑물 몇 줌훔쳐다 붓네 냇갈 삭정이 불 활활 휘휘버들캉 다 걷어 내네퉤애오라지퉤 돌만 넣고 물만 붓고가뭄에 땀 뻘뻘갈그치는 웃통 벗고 햐언제 가득 신발 벗고 버럭바가지 마음이야 달겨들어 퍼마시겨갸들 속곳 누덕한 쪼가리 삶아 마시듯병도 씻네퉤눈도 밝데뭐 시작 메모‘개 돼지’는 될지언정 ‘개돼지’는 되지 말아야지. 그러려면 먹지 말아야지. 자지 말아야지. 싸지 말아야지. 듣지 말아야지. 보지 말아야지. 말하지 말아야지.
개미집 연못시장에 해 떨어지고돈 떨어지고런닝구 떨어지고 시 쓰는 또라이소설 쓰는 또라이아무것도 쓰지 않는 또라이 퉤, 다들존만 해 가지구 시작 메모노가리로 뛰던 개미집 시절 막가던 젊음,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빌빌대던 나날, 청자 담배에 절어 술이나 퍼먹던 시대, 날마다 날마다 깔창 한 장씩 날렸지. 아, 우리들 뉘리끼리한 런닝구 시절, 시와 흘레붙던 저 존만한 청춘을 나는 이제야 나한테 바치는구나.
시 도깨비 홍두깨니 신발짝이니 빗자루니 고무래니몇십 년 묵으면사람 마음 백히고욕심 백히고 때도 묻어도깨비가 된다던데밤중만치 괜 사람 홀리고방구들장 뽑아 던지고밥숟가락이며 솥뚜껑이며 요강단지며동당이치며 심술부린다던데 글이니 시니 이런 것들도몇십 년 깔짝거리다 보면웬 기쁨에 슬픔에 아픔에 눈물에 콧물에절망까지 쪽쪽 다 빨아먹어 마침내즤 시가 저한테씨름하자 들고 홀리려 들고밤새 쿵쾅거리며 깨부수고 흐트러뜨리고 그러단산내끼로 칭칭 묶듯 묶어 놓곤 노래시키고 얘기시키고난장판을 치는 데야도깨비보다 더하면 더했지퉷퉤,라빗자루니 똥막대기보담도 별
물푸레 별 벨라뎃다*저년은 나쁜 년 벨라뎃다저년은 못된 년 퉤무식하고 교만한 년 그저그렇고 그런 년 * 프랑스 루르드의 천주교 성녀 시작 메모만 권 책을 읽느니 단 한 번 희생 선행이 훨씬 낫구나. 온갖 지식 지혜 다 갖느니 양심의 가책 한 번, 그 괴로움이 훨씬 값지구나. 세상 부귀 영화 명예 영광 속에 빛나느니, 겹겹 몸을 두르느니, 나쁜 년, 못난 년, 야비한 년, 사람들 모욕과 분노 증오로 손가락질, 얼굴에 침뱉음 당함이 훨씬 기쁘구나. 애시당초 귀하고 부유한 몸으로 태어나느니 벌거숭이 물방앗간 천민 딸로 태어났음이 훨씬 더
아 그렇구나, 2020 보라, 사람이 아프니 다 아프다하늘도 땅도 나무도 새도 버러지도풀도 돌도 구름도 시간도 강물도식당도 철물점도 올갱이집도이발소도 미용실도 통닭집도 농약상회도튀김집도 구멍가게도 도장집도 자전거포도철길도 들길도 미동산도 임도길도논도 밭도 시골 공소도 비닐하우스도 콩나물공장도 원남이도 월려씨네도 한 반천은 허물어진 빈집도거기 고욤나무도 나뒹구는 장화도아픈 사람도아프지 않은 사람마저도 그러나 이 아픔 지나가면이 시간 이겨 내면 겪어 내면 하늘도 돌아오고새도 나무도 바람도 구름도덩달아 돌아오고낮과 밤 아침과 노을 어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