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살다 보면 살아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고통이나 고난이 꼭 나만 선택해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아픔은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성장시키기도 한다. 운명의 파도를 헤엄칠 때 두려움을 떨친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혹여 고통의 시간을 지나며 죽음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수 많은 일들과 마주하며 흘린 땀과 눈물은 얼마나 될까?살다 보면 모든 것이 잊혀지고 사라지지 않았는가?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는지금, 여기,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이를온 마음으로 대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거다. 살다 보면 살아지고 사라지
라빈드라나드 타고르(Rabindranath Tagore)는 1861년 5월 7일 인도 캘커타에서 태어나 1941년 8월 7일 사망한다. 191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비유럽인이며 아일랜드 유명 시인으로 노벨문학상을 탄 예이츠와 절친이다. 소월과 백석의 시는 예이츠 시를 오마주했으며 타고르의 시는 한용운이 오마주한 듯하다. 한용운 시의 ‘님’은 타고르 시에서의 절대자가 연상되고 비슷한 시상과 구절들이 많다. 타고르는 인도 문학을 서양에 소개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고, 서양 문학을 인도에 소개하기도 했다. 현대 인도의 뛰어난
정한수 북두칠성이 뒤꼍 샘물에 담기면어머니는 하얀 대접에 물을 담았다.대접은 부엌 북쪽 정갈하게 소지된 자리에 앉히고어머니의 기도는 시작된다. 그 시각북두칠성은 동서로 길게 흐르는 은하수 강물을 국자에 담는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칠성님께 비나이다 천지신명 하눌님께두 손모아 비나이다 더도 말고 둘도 말고그저 우리 자손들이마음먹은 일들일랑칠성님의 뜻과 같이잘 되게만 해줍소서 손바닥은 일에 찌들어소나무 껍질만큼 거칠어 지셨지만자식들 위하는 마음만은세상 어떤 것보다 부드러운 손길로칠성님께 치성을 드리셨다. 부엌문에 북두칠성이 걸치면쌀밥을
카오스 내 냉장고가 눈물을 흘려도나는 눈물이 나지 않는다. 내가 눈물을 흘려도 냉장고는당연히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냉장고를 믿었는데과연 냉장고가 나를 믿었을까?삼성이면 어떻고 엘지면 어떻겠냐차가운 장롱이면 그만이지. 세상 모든 것들은 독립 채산제이고그 안에서 자신의 냉장고를 관리하는 것이다. 할 수 없이 하는 쓸데없는 수많은 짓으로인간들은 잘도 살아간다.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혼돈이다.커다란 혼돈 이후 빅뱅이 생겨나듯카오스 이후의 세상에는 코로나 19의 창궐을 막을 수 있을까?어둠
내가 너를 너를 얼만큼 사랑하냐며는호수에 떨어지는 빗방울만큼 예쁘게 피어나는 연꽃에빗방울이 떨어져새하얀 꽃잎에 닿을 때네 이마에 입 맞추고 아침을 맞이했으면 좋겠어. 우산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처럼네 마음을 두드리고 싶어 내가 너를 두드릴 때마다네 마음이 열려비 갠 하늘에 해맑은 햇살이 비추듯환한 웃음으로나를 맞이하면 좋겠어. 너를 얼만큼 사랑하냐며는그 하늘을 수놓는 하얀 구름만큼 바람이 구름을 흩어 놓아도구름은 하늘에서 뛰어놀듯내 마음도 네 안에서마음껏 뛰어놀고 싶어
우리 셋 귀때기가 떨어져 나갈 듯 추운 밤동네 싸구려 호프집 그런 데선처음으로 만났구나우리 셋, 나와 마누라와 아들래미어른이니 내 먼저 한 잔고생이 많구먼 당신도 한 잔자, 대학도 떨어졌으니 장하다니놈도 한 잔오리털 파카 속 자꾸만 삐져나오는깃털 풀풀 날리며군대 얘기 학교 때 얘기 왕년에 얘기식구꺼정 술 마시면 미주알고주알 맛있구나트집 잡힐 일 없고 도망갈 사람 없고술값 때문에 머리 안 쓰니 좀 좋으냐대학이 다가 아녀라 공부가 최고 아녀라착하게만 살면 되지라그 구라 어디 가면 누가 또 들어 주냐연신 풀며 쨍그랑쨍그랑 시작 메모우리
장모님 듣그럽다한나 둘 서이또 한나 둘 서이만그 많던 말 다 버리고전복죽 냄새나 풍긴다해도 달도 별도아닐 기고꽃피고 새 울고 시냇물 흐르는 건더더욱 아닐 기고옛날 아부지나 문딩이 강출이도아닐 기고아따, 담배 말요바가지 말요화투 말요듣그럽다는데두그럼 그년! 말요맞댄다 맞댄다활활 아궁이에 불 때듯 눈을 하고손뼉 치며 글썽, 눈물 한 방울 맹글은 채 시작 메모어린애와 같아지길, 더 나아가 갓난아기와 같아지길. 가고 싶은 곳 무턱대고 가다니 얼마나 좋을까. 세상은 온통 아버지 같은 사람들 어머니 같은 사람들, 아들 딸 친구 애인 같은 사람
홍어 아리고 쓰고뒷간 어둠 다 빨아먹고삭을 대로 삭아 무지막지바다 불바람처럼북두갈고리 뱃놈처럼사나운 맛염병할 맛입천장 홀랑 까지며으악코 비틀어 쥐고눈 딱 감고 배웠네만나이 먹을수록 뺑이칠수록점점 더 좋고 깊어지누그 빌어먹을 맛 시작 메모세례를 받고 성당 대부님께 첫 홍어를 배웠다. 나와 나이는 같지만 신앙, 영혼의 아버지이다. 이 아버지는 막노동 하시는 분으로서 술과 홍어, 막말이 엄청 쎄시다. 처음 홍어를 거절했다가 된통 혼났다. 대관절 자네가 뭔데 이 좋은 걸, 이 끼끗한 걸 마다 하냐. 대부님한테는 바닷바람에, 뒷간 냄새에 삭
미련 생명을 가진 모든 것 가운데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것들이 존재할까?아프지 않고 열리는 열매가 있을까? 나무에 상처를 주면 껍질이 뭉치고 줄기를 보듬어거죽의 상처를 스스로 치료한다.씨앗이 맺혀 영글어 가려면생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견디며 꽃이 피고수많은 바람과 비와 천둥과 번개를 견디고 난 후비로소 자손을 번식할 열매를 맺는다. 내가 살아온 자취를 되돌아보아도여기저기 수없이 많은 통증을 달고 살았고기막히게도 수많은 통증을 스스로 견디고 치료하며 살았다.인간에게 오는 모든 병은인간 스스로 자기 몸뎅이를 학대함에 비롯된다.암이라는 녀석
흥부에게 복을 듬뿍 안겨주고놀부에겐 벌을 주었던 민족의 새서울에 살 땐 볼 수가 없어서 멸종된 줄 알았다산촌에 살다보니 반갑게 찾아오는구나제비야 반갑다전염병 환경오염인간들의 탐욕으로 인한 여러 재앙들이 몰아닥쳐도꿋꿋하게 버텨내고 살아줘서 고맙다처마 밑을 기웃거리며 몇 해나 고민하더니집을 짓고 알을 낳는구나새끼를 네마리나 부화했네제비야 고맙다탐욕의 무리들이 넘실거리는 도시는 네가 살 곳이 못된다나랑 처연하게 여기서 살자인간에겐 불편한 것이 많은 곳이지만먹구름 몰려와도 바람불면 흩어지고비바람 몰아쳐도 끝내 햇빛을 없애지는 못하
하트 만들기 사랑의 모양을 만들 때엄지와 검지를 살짝 비틀기도 하고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합하기도 합니다.혹은 손 날을 뭉쳐서 만들고머리 위로 두 손을 올리기도 합니다.혼자 그리는 하트는 마음이 시켜야 하고둘이 그리는 하트는 두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두 사람이 왼손과 오른손을 올려 만들면두 사람 얼굴에 미소도 따라옵니다. 라일락 이파리가 하트 모양이고초롱꽃 이파리도 하트 모양입니다.금낭화 예쁜 꽃은 하트 주머니풍선초 씨앗에는 하얀 하트를 넣었습니다.들판에 흔하디 흔한 냉이 씨앗이 하트 모양입니다. 자연은 인간에게 서로 사랑하라고수많은
마이애미, 그리고 세월호 그날도 평소와 다름 없었다.플로리다 다운타운을 벗어난 지하철은내 마음처럼 무심히 앞으로 갔고나는 지하철 객차처럼 아무 생각 없이 마이애미로 향했다. 그 날은 기분이 매우 업되어 있었다.내년에 고3이 되고 아마 이 여행을 끝으로 입시전쟁의 전사가 될 것이다.300여명의 설레는 마음이 모여서인지연안부두 잔잔한 물결에도 배는 더 출렁거렸다. 죽음은 그렇게 다가오고 있었다.아무도 모르는 죽음의 시각은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지만마이애미의 죽음과 세월호의 죽음은 인생이라는 x축에억울함이라는 y축이 만나는
홀로 쏠로 홀로라고 모두 외로운 것은 아니다.쏠로라고 늘 고독을 베개 삼아 잠드는 것이 아니듯 밀림보다 울창한 인생길은누구나 혼자 걸어가는 여정이다.가끔은 날 위해 피어난 듯한들꽃을 만나고청아하게 지저귀는 새들의뮤지컬 잔치에 초대받기도 한다. 홀로는 폭풍이 몰아치는 날도아픈 날도 견뎌야 하는 자유이자 설움이기도 하지만자유의 사고가내 영혼을 정화 시키고내 마음을 살 지운다. 나의 홀로가 너를 만나는 행운이내게 찾아온다면내가 간직한 자유를네 가슴 한 아름 안겨 주고 싶다.
웃음 치료 마지막은 우리 모두 한바탕 웃는 일이다그러나 잘 못 웃어여러 사람 앞에 끌려 나가는 불상사가 없도록푸헤헤헤 억지로라도 크게 더 크게발을 동동 구르고두 팔을 높이 치켜들고저것 봐 저것 좀 보아 손뼉 치며벽을 때리며 하염없이 쓸며배를 부여잡으며일그러진 얼굴로 씁쓰레한 얼굴로더욱더 찌푸린 얼굴로 몹시 불유쾌한 얼굴로이를 악문 얼굴로 복수에 불타는 얼굴로이제야 비로소 삶의 그 깊은 본질을 파악한 듯허무의 극에 달한 얼굴로멸치 콩나물 대가리 같은 얼굴로뜯어보니 웃음이란 웃음은 몽조리 잃어 버린 얼굴로자, 강의실이 떠나가라우리 모두
새들 봄이 오고 날이 풀리니웬 날이 빨리도 밝으니곳곳에 새들 마구 울어라개나리 덤불 골목 쓰레기노친네 자개장롱 속노래하는 것도 아니고나뭇가지 물어 날라집 짓는 것도 아니고노는 것도 아니고큰 놈이 작은 놈족치는 것도 아니고쪼으고 때리고 맞는 것도 아니고암놈 위에 수놈이거시기 세고 센 놈이 올라탔구나대이구 좋댄다들입에 겨우 풀칠만 하는작것들이란, 추리닝 바람에 맹하게 듣고 있노라니삼십 년 전 대학교 때구나연못시장 새집여인숙마치 그 새들이 날아왔다고나 할까시계 잽히고 가방 잽히고밤마다, 까구있네라면서 깽판을 부리던 선배들그 나쁜 형들까지
흔들리는 언어- 마혜경 바닥을 정하고 높이 올라간다지붕이 필요 없는 바닥은 바닥만으로 집을 짓는다높이 올라간 재료들은 높다고 떨어지거나 굴러가지 않는다집을 짓는다는 마음이 집을 짓는다빙 둘러 벽을 세우면 속을 파낸 집이 된다 햇살이 잠시 지붕이 될 때가 있다그때 바람은 햇살을 가지런히 빗은 후집주인의 표정에따라 꿈을 조금 더 연장한다그 집에는 주로 나뭇가지를 닮은 발들이 잠을 자는데새집증후군이 없으니 두통이 있다는 걸 꿈에도 모른다 다만 챙겨야 할 것이 있다잠버릇이 심해 떨어져도설령 그것이 꿈일지라도저희로서는 책임질 수 없습니다,에
인생 산다는 것은 너와 내가 부대끼며 길을 걷는 것인가 합니다.부대끼며 함께 하는 시간의 밭을 일구는 것인가 합니다.홍시를 좋아하시던 어머니께 두서너 번 드린 적이 있지만‘찾아가 반길 이 없으니 그를 섪다’고 노래한 박인로님의 글귀도 떠오릅니다. 걸어온 길은 참으로 험난했습니다.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갯길도 있었고칠흑같이 어두운 밤길도 있었지만가끔은 동이 터 오르는 길도 만났고달콤한 바람도 맞았습니다. 오늘도 그리 넉넉한 삶은 아니지만이만큼 이나마 사는 것은그동안 걸어온 길에 흘린 땀의 결실이겠지요.땀에는 조밥과 술찌기미를 함께한
지나가다 멈춤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이게 한다.또 다른 멈춤은 죽음을 의미한다.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는교통 캠페인도 생각난다.지구에 있는 삼라만상을 포함한우주의 질서는 지나감에 있다. 하늘에는 날짐승이 지나가고비행기도 지나가고구름도, 바람도, 해도, 달도 지나간다. 땅에는 물도 흐르고수많은 차들도 흐르고사람도, 시간도, 생각도, 인생도 흘러간다.촘촘히 가는 게 아니라 헐렁하게 흘러간다. 지나가지 않으면 흐르지 않고흐르지 않으면 썩어 간다.지나가는 것은 성장을 주고 죽음을 주고 망각을 선물한다. 지나가는 모든 것을 위하여
리얼스토리(real story) 아파트 주차장 여중생 성추행범이 잡혔다범인은 땅딸막한 사십 대 일용 노동자로처자식도 다 거느린 사내였다해거름쯤 평소와 같이 연장 가방을 챙겨들고그 일 벌써 새까맣게 잊었겠구나뒷주머니에 스포츠 신문 한 장 쿡 찔러 넣고웬일로 좀 일찍 들어온다 싶더니, 오든마튼, 붙잡혔다 번짐 처리 얼굴에서꼭 애 것도 같고 고양이 것도 같고어찌 보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변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어어,당신들도대체뭐야 하며둬 번 딱 잡아떼다간, 개길 듯갑자기 꼬리를 내린다무슨 생각을 했는지? 죄송하다며, 자기가 죽을죄를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는 1875년 12월 4일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났지만 독일 국적이며, 1926년 12월 29일 스위스 요양원에서 백혈병과 패혈증 합병증으로 의사의 팔에서 눈을 뜨고 사망한다. 의사 말로는 죽음을 너무나 두려워했다고 한다. 어느 글에서 장미의 시인이니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신화를 만든 거고 그냥 백혈병으로 죽었다고 하지만, 원래 백혈병은 가지고 있었고 연인에게 장미꽃을 따 주다 가시에 찔렸다. 면역이 약해 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했으니 직접 사인은 패혈증이다. 신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