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케 안에 있던 어떤 끈이 뚝 소리를 내며 끊겼다. 아마도 그건 아버지 어머니와 맞닿아 있기를 바라는 마지막 마음의 끈일 터였다. 그것이 뚝 끊겼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에 나오는 말이다. 사업에 실패한 가족과 야반도주를 하고 있던 아들 고스케가 아버지에게 느꼈던 끊어진 마음의 끈이다. 나도 그런 마음의 끈이 끊어졌었다. 말을 하는 건 화해를 할 수 있다는 거다. 동생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 미안해하면 받아 줘야하기 때문에. 남 뒤통수를 치는 사람과 신의를 이어가고 싶지 않다. 끊어진 마음의 끈은 다시 붙지
2020년의 절반이 빠르게 지나갔다. 자영업자였던 우리 아빠는 백수가 되었고 현재는 가끔 하는 잡다한 일 외에는 일을 쉬고 계신다. 뉴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떠들던 일이 어느 순간 나의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금방 지나갈 것 같던 태풍이 아예 집을 짓고 머물러 버리니 누군가는 포기해야 할 것이 생겼다.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상의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많은 것이 바뀌었고 당연했던 것이 가장 어려워졌다. 더군다나 나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 모든 것을 느끼며 하루 빨리 이 상황이 마무리되길 바래야했다. “몸에 손대지마세요.”, “저
모세 성인이애급 땅에서이스라엘 백성을해방시켰다는 이야기 속에젖과 꿀이 흐르는가나안으로 가자 했지. 이집트나 팔레스타인바그다드 그 어디에도가나안은 없었다.여기 베트남 생활 7개월야고보와 모세가백성들을 이곳으로인도했다면 아마이곳이 가나안이었으리. 5월에 볍씨 뿌리더니8월에 추수하고석 달 놀리더니12월에 써레질을 시작한다.그 사이 석 달엔다시 올라오는 벼와 풀을땅 주인이 베어다가소며 돼지 사료로 쓰고 가뭄 걱정 홍수 걱정시름 한 번 없이3월이면 춘수(?)하고8월이면 하수(?)하는가나안 땅 베트남 물산이 풍부하니사람마다 미소요바쁠 것 없이
엄마가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가 되어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었다.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코로나가 내 삶 속으로 툭, 떨어진 순간이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엄마는 이미 안방에서 마스크를 쓰고 자가격리 중이었다. 굳게 닫힌 안방 문 앞에서 나는, 내 목을 타고 넘어오는 수많은 걱정의 말들을 집어삼키기 위해 몇 번이고 주먹을 쥐어야 했다. 엄마, 나 왔어. 딸 왔어? 밥은 먹었고? 오늘 별 일 없었어? 나는 억지로 밝은 목소리를 내며 재잘재잘 이야기했다. 오늘은 카페에서 전공 공부를 했는데, 너무 어려워서 고생했어. 그리고는
“오늘도 코로나 19 소식 전해드립니다. XX 지역에서 추가확진자가 ••” 지긋지긋한 일상의 반복. 매일 우리는 우리를 지독하게 괴롭히고 있는 바이러스의 소식에 시달리고 있죠. 사람들은 우리에게 익숙했던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합니다. 내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보며 밥을 먹고. 소풍을 가고, 쇼핑도 하고, 축제도 즐기고.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우리도 모르게 스며들어 있던 소소한 행복들,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느낄 수 있게 되었죠. 나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이번 연도에 새로 대학에 입학하여 흔히
고구마를 샀다.이역 땅홀로 사는 몸이라500원에 네 개 뒀다 먹으려는 심사로다라에 담아 둔 지 이십여 일먹으려고 살피니넷 중에 두 녀석이 썩어 간다. 아버지 생전에감자 썩은 건 먹어도고구마 썩는 건 못 먹는다는 썩은 것 중 하나에연자주 예쁜 싹이 돋는다.아! 썩어야 싹이 나는구나. 기다림도 그리움도미움도 외로움도속에서 푹 썩어 가야연초록 싹이 나는구나. 도대체내 안에 있는 상처도얼마나 더 썩어야연초록 싹이 난단 말인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소독도 자주 하고 나름대로 하는데도 도통 손님이 없어서......."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친구의 힘없는 목소리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제 겨우 자리를 잡는 것 같다고, 단골손님도 제법 늘어 좋다며 한껏 부풀어 있었는데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힘듦으로 지쳐가는 모습에. 우리네 삶이라는 게 한 치 앞을 모른다는 말처럼, 느닷없는 상황에 걱정이 앞선다. 코로나19로 모두 힘들고 어려운 날을 보내지만 그중에도 친구처럼 소상공인들에게는 힘듦이 배가 되는 것 같다. 그 힘듦을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우
삶은 여행이다.내 여행은 깊이를 알 수 없는깜깜한 곳에서 시작됐다.분간조차 할 수 없는 곳 빛을 찾아또 다른 여행을 했다.뭔가 다른 곳을 향해때론 함께 걷기도 했고때론 외롭다는 생각 없이홀로 가기도 했다. 나 아닌 나를 만났다.그곳이 행복의 끝이었다.거기가 내 여행의마지막인 줄 알았다.아니었다. 나 아닌 나는내가 아니었다.그는 또 다른 그였다.그도내가 그 아닌 줄 알았다.그는 그를 찾아 떠났다. 새로운 여행을 한다.살아가는 인생의모든 여행은나를 찾아감의 시작이다. 내 발길 머무는여행의 마지막 문을 닫을 땐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날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겨난지 벌써 8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지난 8개월동안 사람들은 새로운 생활방식에 적응해야했다. 예를 들어 은행업무나 학교수업, 회의 등 비대면으로 해결해야하는 상황들이 굉장히 많아졌고 실내에 들어갈땐 수시로 체온을 측정해야했다. 처음엔 이런 방식들이 어색하기도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제는 마스크를 써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고 어디든 입구에 체온계와 손소독제가 있다. 물론 우리가족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는 대학교 실습 전공 졸업반임에도 학교에 나가지 못한채로 종강을 했고 화장품 방문판매를 하셨던 엄마는
삶이라는 그 길은새들이 지저귀고 꽃이 핀아름다운 여행은 아니다. 움푹 패인 수렁에절절히 담긴 사연뾰족이 튀어나온 돌쩌귀에가슴 에이는 상처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허전한 빈 가슴은내가 아닌 너만의따스함이 필요한 것 내게 필요 없는 짐을지고 가는 까닭은불필요를 필요로 하는또 다른 여행자에게나누려는 따뜻한 향기 삶은 길이가 아닌 깊이인 것을길 위에서 나누는진한 사람 냄새인 것을더하기가 아닌 나누기인 것을
요즘 코로나 떄문에 다들 힘드시죠.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아프고 힘들지만 더욱 더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바로 발달 장애인들과 그들의 가족들입니다. 저는 금천구의 한 장애인 자립 생활 주택에서 발달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 가족 중에는 장애인이 없지만 몇 년 째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고 또 지역 커뮤니티에서 장애인들과 그들의 부모님과의 교류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힘들어 하는 코로나 상황에서 그들이 얼마나 더욱 더 힘들어 하고 있는지를 내 일 처럼 생각하며 안쓰러워 하고
우리는 탄생이라는 역에서 출발했다.그 역에는 커다란 아픔 후에엄청난 축복도 함께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내가 왜 가야만 하는지 모른 채가라니까 갔고 남이 가니까 따라갔다. 간이역을 지나며 봄꽃의 향을 맡았고조금 큰 역을 지나며 가끼우동을 먹었다.맛은 있었지만 이름에서 왜놈 냄새가 났다. 어느 날 역사(驛舍)에서 역사(歷史)를 바꾸겠다는왜놈 냄새나는 역장을 만났다아직 난 역사(歷史)를 모르는데···어딘지는 모르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내 뒤에는 스물여덟 살 아들도 기차를 탔고그 아이도 아직 역사(驛舍)와 역사(歷史)를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