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샀다.이역 땅홀로 사는 몸이라500원에 네 개 뒀다 먹으려는 심사로다라에 담아 둔 지 이십여 일먹으려고 살피니넷 중에 두 녀석이 썩어 간다. 아버지 생전에감자 썩은 건 먹어도고구마 썩는 건 못 먹는다는 썩은 것 중 하나에연자주 예쁜 싹이 돋는다.아! 썩어야 싹이 나는구나. 기다림도 그리움도미움도 외로움도속에서 푹 썩어 가야연초록 싹이 나는구나. 도대체내 안에 있는 상처도얼마나 더 썩어야연초록 싹이 난단 말인가?
삶은 여행이다.내 여행은 깊이를 알 수 없는깜깜한 곳에서 시작됐다.분간조차 할 수 없는 곳 빛을 찾아또 다른 여행을 했다.뭔가 다른 곳을 향해때론 함께 걷기도 했고때론 외롭다는 생각 없이홀로 가기도 했다. 나 아닌 나를 만났다.그곳이 행복의 끝이었다.거기가 내 여행의마지막인 줄 알았다.아니었다. 나 아닌 나는내가 아니었다.그는 또 다른 그였다.그도내가 그 아닌 줄 알았다.그는 그를 찾아 떠났다. 새로운 여행을 한다.살아가는 인생의모든 여행은나를 찾아감의 시작이다. 내 발길 머무는여행의 마지막 문을 닫을 땐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날
삶이라는 그 길은새들이 지저귀고 꽃이 핀아름다운 여행은 아니다. 움푹 패인 수렁에절절히 담긴 사연뾰족이 튀어나온 돌쩌귀에가슴 에이는 상처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허전한 빈 가슴은내가 아닌 너만의따스함이 필요한 것 내게 필요 없는 짐을지고 가는 까닭은불필요를 필요로 하는또 다른 여행자에게나누려는 따뜻한 향기 삶은 길이가 아닌 깊이인 것을길 위에서 나누는진한 사람 냄새인 것을더하기가 아닌 나누기인 것을
태초에 어둠이 있었다?야훼께서 어둠을 거두시고? 오늘 이역만리 타향에서어둠을 경험하다. 우리에게 주어지는밝음과 어둠은 공평하다. 어둠 안에서나만의 어둠을 느끼는 소중한, 고귀한, 은혜로운? 누구나 어둠에서 태어났고누구나 어둠으로 사라지리라. 나 사라지는 날나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는 희열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내 고향 노래 부르며 기뻐하리라.
하노이 돌풍 여름이익을 대로 익어 가나 보다.어디 숨 쉴 작은 구멍이라도있어야 하는데무르익은 여름이 오늘심술을 부렸나 보다.돌풍이 불고 가지가 꺾이고뿌리 깊지 않은 나무는쓰러져 담장을 부수고 사람도 분노가 쌓이면겨울을 녹여 봄이 오듯이가슴에 쌓인 분을 녹여야 한다.숨구멍 하나쯤은남겨 놓아야 한다.내 안에 자라는 나무에스스로 가시를 만들고그 가시에 심장을 찔리고 허파에 상처내고아파하고 후회하고무르익은 여름에세월의 약을 먹이면가을을 잉태하듯우리네 가슴에도세월이란 시간을 주고기다려야 한다.
바닷가 저 먼 하늘진주보다 맑은달이 오른다. 40여 년 전에도총성이 고막을찢을 듯하던 그때도저 달은 올랐다. 나 지금 바라보지만그날누이 죽어 가는 자리에아홉 살 응우엔도바라봤을 텐데 그 아이 살아 있다면내 나이쯤 지니고이곳 어디쯤에서 늙어 가겠지.혹 나 그 애 만나면미안했다고내가 대신 미안하다며두 손 꼭 잡고 싶다.
저기는 별르 베고고 옆은 모가 쑥쑥 자라고요기는 써레질조기는 훌훌 씨 뿌리고 저기는 옥수수 따고고 옆엔 말리고요기는 새싹이 쑥쑥조기는 씨앗 심고 이 좋은 나라에40여 년 전양놈 아저씨랑한국 놈 청년들한 마을을 쑥대밭 애고 내 미안한 마음에향 사르고 합장하고 고개 숙이고
지구 한 모퉁이씩자리한 나라인데생김도 살아가는 모습도이렇게 다름을 알다. 내 옆에 있는 사람작은 공간 서로 나누고모두를 안다는 착각으로 산많은 시간의 오류를 느끼다. 내 반대편 사람을도무지 이해 못하는 것은지구 반대편에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편견 하노이 5월열기는 38도 습도는 82%이곳도 사람이 살고 나에게 단 한마디 시비 않고천사 같은 친절로만 사는 지금 내 곁 사람집식구, 애들에게여기도 사람이 산다는그래서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떨어진 거리만큼미안하다고다시 만나는 날기다린다고 말하렵니다.
미디어피아 '코로나 이겨내기' 에세이 공모전1등 수상작, 이주형님, '소통의 부재' 누구나 초등학교 시절 내가 상상하는 100년 후 미래의 모습 포스터를 그려봤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당시 과학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미래는 모두가 행복한 유토피아가 도래할 거란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본인은 절대적인 디스토피아 옹호자였기 때문에 대기 오염과 질병 등으로 마스크와 방독면을 착용하고 다니는 미래인의 모습을 그려내곤 했다. 그런데 100년, 50년 이후도 아닌 지금, 벌써 디스토피아가 올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거리에 나올 때마다
미디어피아에서 개최한 ‘코로나 이겨내기’ 에세이 공모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코로나, 우린 함께 이겨낼 수 있습니다’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에세이 공모전으로 작품을 제출한 참가자들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큰 힘과 용기를 얻었다. 공모 마감일은 7월 31일로 만 19세 이상의 성인들이 참여하였고 한 달여간의 모집 기간 동안 300여명의 시민들이 공모전에 참여하였다.미디어피아에서 제공하는 양식으로 공모 신청을 받았으며 다시문학 편집 위원의 공정한 심사를 거쳐 1등 1명, 2등 1명, 3등 2명과 그 외 10명을 선정하였다.상금은 1
마음속 남한강최용탁 어릴 적 여름이면 날마다남한강에 멱을 감으러 다녔는데요내가 열 살 먹던 해그날이 그날인 그 어느 날이었습니다또래 계집들과 사내애들이겉옷은 벗어 마른 돌로 눌러놓고빤스 바람으로 퐁당퐁당 잘도 뛰어드는데뒤에 섰던 나는 그만 홍동지가 되었습니다웬일로 나는 빤스를 안 입은 맨 불알이었던 것입니다거기에는 갑자기 말 붙이기가 서먹해진정옥이도 있었는데 말입니다할 수 없이 갑작스레 배앓이를 시작한 나는부아가 치밀어서 땡볕 아래강 건너로 돌팔매질만 해댔습니다- 내가 어렴풋 짐작하는 한 사내는 지금껏 그 강가에서 만만한 돌들을 고
좋은 소식 최용탁고향 떠난 지 이십 년 만에소식 들었다스물일곱 늦지도 않은 나이에장가보내 달라고 제초제 먹은장가갈 욕심에 두어 모금 마시고두어 모금 뱉어 낸촌수로 따지면 종조할아버지뻘어린애들 잠지를 잘 만지던 근덕이 형지금은 어엿한사장님되었다 한다중학교 중퇴하고수몰되기 전까지 농사만 짓던제초제 먹고 나서 내리 한 달그해 처음 나온 부라보콘만바보처럼 빨아먹던얼금뱅이 근덕이 형이도토리 같은 마누라 얻고 자식도 아들 딸 구색지게 두어서목욕탕 사장 슈퍼마켓 사장종친회에 돼지 한 마리 내고금박 찍힌 명함 한 장씩주욱 돌렸다 한다참 드물게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