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깃줄 1 뿌옇던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비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본다.울고 싶었던 눈에 빗물이 스민다.눈물인지 빗물인지 눈물을 훔치다가하늘과 나 사이에 엉켜있는 전깃줄을 본다. 전깃줄도 울고 있다.눈물방울이 오종종 많이도 매달렸다.나보다 슬픈 일이 엄청 많은가 보다.비에 젖은 옷자락을 툴툴 털었다. 전깃줄에 위로받고 그냥 걸었다. 전깃줄 2 비 온 끝에 물방울이 촘촘히 매달렸다. 햇살 가득한 날에는 온갖 새들에게 쉴 자리가 되어 주고비 오는 날에는 빗방울이 쉬어 가는넉넉한 전깃줄이 참 고맙다.
그리워지면 이은기(번역 김정은) 그리움은 사랑의시작이자 결말사랑하면 그리워진다. 그리움은 먼 하늘가.그리워지면 시선이하늘 끝으로 멀어져 간다. 크로아티아의 붉은 지붕이그리워지면여행을 떠나고 싶은 것이고. 어머니가 그리워지면아스라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소환되는 것이다. If Miss Longing isbeginning and end of loveIf love, u miss. Longing is far away.If miss, ur eyesmove away to end of sky. Croatia's red roofif miss,it m
기다림 인연이란 게 있기는 있나 보다.악한 인연은 악의 과실이 열리고선한 인연은 맛있는 열매를 맺는다. 인이란 직접적인 관계이고연이란 인으로 이어지는 관계이다.불교에서는 억겁으로 맺어진다는 인연이지만사람들은 그 긴 시간을 쉽게 잊거나 버리기까지 한다. 아쉬운 이별을 하면 그 헤어짐은 그리움이 되고어떤 그리움은 기다림이 된다.한없는 기다림은 한을 만들기도 하고하늘의 연이 닿으면 한을 풀기도 한다. 기다림은너를 위해 존재하는 시간이고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다.나는 그저 오롯이 너만을 생각할 뿐이다. 기다림마저 내려놓으면 좋으련만.
노강 시인의 본명은 노정남이다. 강원도 원주 출생으로 2021 문학나무로 등단하고 2021년 시집 『나뭇잎 물고기』가 있다. 2022년 제6회 문학나무숲 시상을 '허난설헌' 외 3편으로, 2010년 제2회 여성조선 시 수필 문학상 공모전에서 '허공의 탄생'으로 시부문 수상한다. 현재 울산광역매일신문 필진이다. 고사목 살점 다 파먹어 버린 생선거꾸로 박혀 있다 바람이 그 사체를오랫동안 핥고 새 한 마리 깃들이지 않는저 오래된 뼈다귀 지리산 제석봉에 쓰러진미라의 몸통을 더듬어 보면 엇갈린 악수처럼 손에잡히지 않는 고사목의 손, 가만히
군고구마 코 끝에 벌써 구수한 냄새입 속에 어느새 고이는 군침날씨는 추워져 입김은 폴폴아빠가 사 오신 따끈한 군고구마 낮달 어이구!좀 주무셔야 할 텐데, 쯧쯧!
주정란 시인은 월간 ‘시가 흐르는 서울’에서 신인상으로 등단한 철원문인협회 회원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채익 표창을 받고 ‘사과꽃 따는 날’ 시집이 있고 ‘신춘문예대상 3인 공저’ 책이 있다.치과나 복권 등 유머러스 한 시도 많다. 귀여운 병아리를 수백 마리 키우며 동심을 간직한 시인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주제인 가족과 세상에 대한 따듯한 사랑이 느껴지는 시가 많다. 아버지 목소리 친정 엄마와 2박 3일 연극을 보고 난 후에한참을 생각해 보니 나는 한 번도 부모님과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 저 소원이 있어요.”“소원?
[종이컵 시 10] 쓰는 사람 1 끙끙,굵고뜨겁게쓰고 싶다누고 싶다 *시작 메모 : 쓰는 것이란, 암탉이 고심고심 알을 품고 새끼를 까는 것일까, 오히려 똥 누듯 끙끙, 누는 것일까. [종이컵 시 11] 쓰는 사람 2 나 여지껏빈집 출렁출렁,이슬 나부랭이만 엮었습니다이슬빈대처럼 *시작 메모 : 빨아먹다 빨아먹다 맑은 영혼까지 빨아먹는, 이슬 빈대여. 잘났시다. [종이컵 시 12] 쓰는 사람 3 조심해야 한다철물점 주인 아저씨처럼 착하다가도술만 먹으면 난폭해진다푸헤헤, 웃다가 울다가어느새 소주잔 하나 아그작아그작 씹으며아무 남자나 여
불행의 한 가운데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잠시 불행을 떨쳐내는 행복의 순간이 있다먼동이 트지않은 꼭두새벽진도개 '구름'이와 산책을 준비하는 순간나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는다비우고 내려놓는다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다평온해진다돈의 노예가 되어 목숨을 구걸하는 천박한 자본의 시대돈의 위력 앞에 구겨지고 쪼그라들어도'구름'이와 산책 시간은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마음의 평화보다 더 큰 행복 어디 있으랴오랫동안 준비해서 설레는 여행을 떠날 때첫걸음 뗄 때의 그 기분'구름'이와 산책 나설 때마다 갖는 행복이다착취는 곧 성
뚜껑 프라이팬 뚜껑이 없다.늘 없어도 되는 도구인 줄 알았다.있을 때는 귀한 줄 모르다가곁에서 떠나 가면 아쉽고 그리운 것들이 참 많다. 바퀴벌레 출몰은 원하지 않았는데꽤나 자주 이 녀석들이 파리채의 심판들 받는다.뚜껑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나의 판결 전에이 녀석들이 내 술 안주에 손을 댔을 것이다.저주의 파리채는 자비라는 말을 모른다. 내 몸에는 뚜껑이 없지만가끔은 의지와 상관없이 뚜껑이 열린다.아마 제 화를 참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에게도 뚜껑이 필요할지 모른다.사람 구실 하며 살라는 경고인가 보다.이제부터는 뚜껑 서너 개
낸들 아나? 인생이 무엇이냐 물으신다면낸들 아나? 여적 살았어도... 인생이 뭐냐고 물으신다면그거 외로움 아니겠나? 외로움을 이겨 내는 방법이 뭐냐고 다시 물으신다면낸들 아나? 아직 덜 살아서... 행복하면 외로움이 덜하지 않냐고 물으시면행복하며 저 구석이 외로울 때가 더 슬프다고... 사랑하면 외롭지 않나요? 하시면사랑하며 허전할 때가 더 아프다고... 대이구 묻지 말아라.살아가며 살아지며네 몸이 알아 가는 것이 인생이다. 낸들 아나? 글쎄...
[종이컵 시 07] 홍동지 땡전 한푼 없지만배운 거 한 줄 없지만잠이나 자고똥이나 누고 할 것 같지만해가 먹이고달이 먹이고바람과 이슬과서리가 덮어 주리라덜렁덜렁, 노상 발가벗고 다니는 눔용강 이시미 때려잡던 눔거시기 힘 좋아 거시기로평양감사 마눌님 상여 매던 눔애걔걔, 피라미에 거시기 물려 놀라 자빠지던 눔 *시작 메모 : 저 홍동지 말고 내 누구를 존경하랴. [종이컵 시 08] 가족 개돼지 누이개돼지 매형개돼지 조카아아, 총총 하늘엔개돼지 별개돼지 풀나 족족, 끊었다 *시작 메모 : 잘 먹고 잘 사슈 들 [종이컵 시 09] 식구
당신은 아는가 이은기 (번역 김정은) 당신은 아는가.어둠이 깃드는이슥한 산마루를 혼자 걸어넘는 이의 두려움을. 당신은 아는가.등불 들고 걷는시골길에서등불의 흔들림을 받아내는어지러운 어둠의 느낌을. 당신은 아는가.밤길 어른 걸음 뒤를바짝 따라 걷는어린아이의 두려운 마음을. 당신은 아는가.눈보라 치는을씨년스러운 겨울날방안의 그 안온함을. 당신은 아는가.나이가 들어갈수록일찍 돌아가신어머니가 자주 생각나는 이유를. 당신은 아는가.삶은 어디에서나그렇게 마찬가지인 것을. Do You Know Do you knowon late dark ni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