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서울역 앞을 걸었다.저녁녘 남대문시장 안에서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그런 사람들이엄청난 고생은 되어도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그런 사람들이이 세상에서 알파이고고귀한 인류이고영원한 광명이고다름 아닌 시인이라고.-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전문 누가 시가 뭐냐고 물어보면 저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변변한 시 한편 제대로 쓰지 못하고 ‘후라이’나 까고 있으니까요. 김종삼은
나 꼬마 때 평양에 있을 때기독병원이라는 큰 병원이 있었다뜰이 더 넓고 푸름이 가득 차 있었다나의 할머니가 입원하고 있었다입원실마다 복도마다 계단마다언제나 깨끗하고 조용하였다서양 사람이 설립하였다 한다어느 날 일층 복도 끝에서왼편으로 꼬부라지는 곳으로 가 보았다출입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아무도 없었다 맑은 하늘색 같은 커튼을 미풍이 건드리고 있었다가끔 건드리고 있었다바깥으론 몇 군데 장미꽃이 피어 있었다까만 것도 있었다실내엔 색깔이 선명한예수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고넓직하고 길다란 하얀 탁자 하나와 몇 개의 나무의자가 놓여져 있었다.먼
김종삼 시인의 생애와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서양음악’입니다. 서양 고전음악을 자신의 작품에 도입하여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시인입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시에 등장하는 이 음악의 편린들은 결코 친절하지 않습니다.그러나 구체적 설명이 없는 음악적 요소들은 거부감 없이 묘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몇 번 읽다보면 내용과 의미는 잘 파악되지 않아도 음악과 관련된 시어들은 화학반응을 일으켜 정서적 영역을 확장시키기 때문입니다.김종삼은 그 경계를 잘 알고 있는 시인입니다. 낯선 단어 몇 개로 분위기를 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