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시원한 가을 바람산, 들 보고 산들산들 코스모스 예쁜 꽃하늘 보고 하늘하늘 목화밭 영근 씨앗구름 보고 뭉개뭉개
혼자 걷는 산길 외로워도 배울 건 많다쉬는 사람 없어도 나무는 그늘을 만든다보는 사람 나뿐인데 꽃이 핀다듣는 사람 나뿐인데 새는 노래한다발담그는 사람 없어도 계곡물은 흐른다가라하지 않아도 구름은 산을 넘는다숲은 아무 식물이나 자라도 질서가 있다서로 껴안고 뒹굴며 공동체를 사랑한다저밖에 모르는 인간이 한없이 부끄럽다자기 조직에만 충성하는 집단은 더욱 부끄럽다맞이하는 사람 나뿐인데 바람은 분다나는 바람에 흔들린다풀도 바람에 흔들린다밟는 사람 많아도 풀은 자란다마구 흔들려도 죽지않는다자연은 오직 사실만 말한다꾸미거나
가을밤에 가을은 귀뚜라미 소리에 깊어지나 봅니다. 귀 기울여 듣다 보면 소리가 서로 다릅니다.귀귀귀 뚜뚜뚤귀귀 귀귀귀 뚜뚤 뚜루루 암수가 서로 다른 소리를 내나 봅니다.조상들이 그래서 그리 불렀나 봅니다. 맹꽁이도 서로 소리가 다릅니다.암놈이 맹 맹 하면수놈이 꽁 꽁 울며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집니다.서로 만나서 짝짓기에 열중입니다. 우주 만물 음양의 조화인 듯합니다. 저 멀리서 난데없는 소쩍새도 웁니다.철이 달라져 이미 떠났어야 하는데훨씬 더 처량하게 들립니다.귀뚜라미 울음이 참 좋은 계절을 물고 옵니다.
방 구들장 신부님 용산으로 밀양 현장으로 강정마을로 삼보일배로투사로 애국자로 농사꾼으로 살았으니뱃놈으로 사제로 머슴으로 내던졌으니맨날맨날 싸우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아니다, 밑바닥에 깔리기 위해이름마저 구들장으로 바꿨으니안중근도마 의사를 존경해서엄청 존경한 나머지왜적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쏘는 동상까지 세웠으니우리나라 곳곳, 골골을 짯짯이 사랑해서너무 사랑한 나머지 본적마저경기도에서 저 전라도 장성 땅으로 파 갔으니그러나 하느님 또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지라하느님께도 이 세상 것본인이 좋아하는 걸루 하나쯤은희생 봉헌해 드려야 했
사순 이마에 한 줌 재를 얹고옷을 찢듯마음을 찢고 시작한다나는씹을 것이다깊은 참회와참회로부터 우러나오는버거운 희생 보속이악습하고 싸움이꿀처럼다디달 때까지나는씹고 또 씹을 것이다썰렁한 나날들칼바람 가랑이 사이로 파고드는저 재미없는 사십 일이그래서나는 좋다 시작 메모이제야 재미없는 것들을 추구한다. 재미있는 사람들, 음식들, 자연들, 책들, 사물들 다 떠나자. 단순하고 말없고 시시껄렁하고 시무룩하고 가까이해야 하나도 이득도 안 되는 사람들, 반복되는 지루하고 긴 길들, 걷고 또 걷는 발, 인내심 필요한 되고 된 사물들, 의자들, 깊이는
마쓰오 바쇼는 1644년경 일본 우에노 인근에서 태어나고 1694년 위장병에 걸려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평화롭게 세상을 떠난다. 파초를 좋아해 자신의 이름을 바쇼로 지었고 사무라이 이름이기도 한 본명은 마쓰오 무네후사이며 호는 소보이다. 마츠오가 아니라 마쓰오가 한글 표기이다. 아버지는 하급 사무라이로 추정되고 그로 인해 바쇼는 군 생활을 보장받았지만 눈에 띄는 삶을 살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전기 작가들은 그가 부엌에서 일했다고 주장하지만 어린 시절 바쇼는 도도 요시타다의 하인이 되었다. 요시타다는 바쇼와 '호쿠'라는 단시를 나누었는
하늘 여름 하늘이 이렇게 맑은 적이 있을까?하늘색 하늘을 치어다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참 예쁘다, 참 좋다, 가슴까지 시원하다...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에게맑고 깨끗한 하늘이모두 힘들 내시라고보내는 선물이 아닐까? 하늘이 참 예쁘다.잘 드는 가위로 흰 구름 섞인 부분을조심조심 오려 내어수취인은 사랑하는 이우체통은 그이 마음엽서라도 띄우고 싶다.'내 마음 한구석 오려 보냅니다'몇 자 적어서...
매미 매미는 말썽쟁이 엄마 말씀 안들어 맴매 맴매아빠 말씀 안들어 맴맴맴 맴매 엄마 매미 아기한테말 좀 들으라고 맴매 맴맴맴
꽃 나는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데꽃은 나를 기다리지 않고 핀다. 그대가 나를 사랑해 주기를 끝없이 기다리지만꽃처럼 그대는 나를 위해 피지 않는다. 꽃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은그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과 상관없다. 그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나는 꽃처럼 홀로 피면 될 일이다. 나 홀로 그윽한 향기로 피어난다면그대 아닌 다른 이가 나에게 다가오리라. 욕을 버리면 참이 보이는 법참되고 참되게 살아갈 일이다. 가신 임이 그리운 것은인생사 서로 오가는 정이라지만그리움이 지면 또 다른 달은 환하게 떠오르리라.
거울 인간에게는 두 가지 거울이 있다.하나는 행동의 거울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의 거울이다.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의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지는 못하지만어렵고 힘들 때마다 거울 표면에 입김을 불어가며 깨끗이 닦는다.그리곤 투영되는 자신의 영혼을 비추어 본다.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라 말한다.내가 당당히 21세기를 살아가는 힘은 내 부모님의 가르치심에 있다. 아울러 내가 내 영혼을 자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나를 바라보는 내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두 거울에 때가 찌들었다면 새벽에 길어 올린 맑은 물에모시 수건 빨아서 정성껏 닦
초여름에 철 이른 코스모스바람에 한들한들 철부지 나비는날갯짓 나풀나풀 아기 볼 뽀얀 살구햇살에 발그레 ※ 초여름에 써놓았던 동시를 올립니다.
마음에 있는 것들 마음은 산 자만이 가질 수 있습니다.그것에는 향기가 있고따뜻함이 있고포근함이 있습니다. 그대 머문 자리에서 그대 향기를 느낍니다.그대가 건넨 말에는 따뜻함이 있습니다. 그대가 안아준 품에는 포근함이 있습니다. 산 자가 가진 마음 뒤꼍에는 싸늘함이 있고분노와 증오와 섬뜩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마음 뒤꼍에 있는 것들일랑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은 마음의 나눔입니다.
들꽃 공소 까짓누무거 진정 작아지니이렇게도기쁠 수가오오이 세상에 나 하나아주 보잘것없음이여 꼬락서니하며! 시작 메모이 시는 첫 행과 끝 행에서 운율을 맞춰 봤다. 기교를 부려 봤다. 써 놓고 보니 우연이랄까 ‘까짓누무거’와 ‘꼬락서니하며’가 비스름히 잘 어우러지는 것 같다. 너무 똑같지도 않고 크게 벗어나지도 않고, 또 앞엣 다섯 소리는 좀 버겁게 뒤 여섯 소리는 좀 가볍게 가고. 그리고 딴에, 그런 기교 트릭을 슥, 묻어 보고자 시어 자체 꼬라지 없는 말들을 갖다 썼다.
무제 어디 가, 성님간만이구나 요한이가 길바닥에 동화책이랍시고 몇 묶음 내다놓고 팔길래뭐랄까? 할매들 시장 모퉁이에 쑥갓이니 시금치 나부랭이니 팔드키 쓰라구만 원을 주자니 성인 같고천 원을 주자니 시인 같아 보이고얼마를 줘야 하나오천 원을 주고 나니 내 맘 다 비운 것 같구나 일전에 개천 공공근로에 나갔다간왜 또 유리조각을 밟아 다치지 않았다냐 비록 남들보다 덜떨어지지만서도전례도 하고 복사도 서고 지역에 방범도 나가고 출석률 하나만큼은 백 퍼센트라! 요한이, 웬만한 인간들 한 트럭보다 훨씬 나아 가끔 여자가 그리운지이 누님 저 누님
오이 고라니 쉼터까지 가면자아,우리 꼭꼭 앉는데 큰 거는나 먹고작은 거는자기 먹고 아, 미카엘라는개뿔도 아닌 내가 뭐라고 시작 메모가재골로 귀촌하고 우리는 평일이면 미동산 임도길을 간다. (농사를 짓거나 소를 키우시는 분들께 너무 면목없다.) 보름달 코스 한 바퀴를 돌면 두 시간 남짓 걸린다. 허름한 옷에 허름한 모자에 허름한 신발에 그냥 호젓하다. 그밖에 것들은 불필요할 뿐이다. 반쯤 가면 고라니 쉼터에 다다른다. 미카엘라는 언제 넣어 왔는지 부시럭거리며 오이 한 개를 꺼내 반을 뚝 분지르곤 비교를 한다. 다음으로 꼭꼭 큰 거는
오목렌즈잠이 안와 한참을 뒤척이다설핏 잠이 들었다.되지도 않는 꿈을 꾸었다.요끼에 오줌을 누고 담배를 물었다.신 새벽에 앉아 있는 내가 나인가?어쩌면 오목렌즈 촛점 앞에 조그맣게 맺힌 허상으로하루의 삶을 지고 가는 것은 아닐까?방 밖의 어둠은 열대야 그대로인데방 안에는 섭씨 22도의 냉기로 시원하다. 그것봐라.나는 내가 아닌 세상에서 사는게 맞지.더우면 더운대로, 있는대로, 보여지는대로 사는게 맞는데...본래의 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어야 한다.헌데 온갖 가식과 허울 속에서 꼭둑각시 인형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이제라도 렌즈
산을 짊어지고 살아온 삶 지리산 자락 남원이라는 곳에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신다.열여덟에 시집와 스물두 살에 청상과부가 되었다.가을이면 억새풀을 낫으로 베어 이엉을 엮어 지붕을 삶고잔가지 주워 모아 지게로 날라 겨울을 뎁히곤 했다.자식 둘 낳고 하늘로 간 영감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새끼덜 거두느라 평생을 산자락 머리에 이고 살았다. 자식들은 산자락을 떠나고 식구는 달구새끼 여나무 마리 검둥이 한 마리개울물에 빨래하다 잠자리 물에 빠지면 건져 주고 새끼노루 길 잃으면 업어다가 젖 먹이고 어언 칠십여 살 허리는 꼬부랑이 되었다.사람들
모르는 사람들이 집에 가는 법- 마혜경 사람들을 태운 버스가 지나간다네모난 부리를 가진 새가 베어 문 타이어 자국바람 소리와 함께 정류장에 찍힌다얇은 소음을 매달고 그들의 집에 더 가까이 모르는 사람들이 흔들린다모르는 가방들도 흔들린다어깨와 손잡이는 알고 있다먼저 탄 사람이 먼저 내리는 건 아니라는 걸 적당히 흔들려야 가까워진다네모난 부리 자국 주소만큼 찍혀야모르는 사람들이 집으로 간다
발가락이 닮았다 아들아나는 네가 공부 못하는 게똥통 학교 다니는 게재수 삼수 공부하고 공부해도대학에 계속 떨어지는 게너무 좋다 그래야 네가 나중 땀 흘려몸으로 벌어먹고피로 벌어먹고 살지그래야만 어디에서 또 누군가머리로 벌어먹고 입으로, 눈으로도 벌어먹지하다못해 마음으로라도 벌어먹고 살 게 아니냐아들아 그래서 나는 네가 골통이라도오히려 기쁘다 우리 머릴 닮지 않고발가락을 닮았으니 전혀아프지 않다 시작 메모어떤 아름다운 분께서 내 시를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 연대의 마음이 담겨 있는 좋은 시들이라고, 특히 이 시 ‘발가
종이컵 시인 비웃지는 마시라나는야종이컵에 시를 쓰는종이컵 시인소공원 벤치 위에구겨질 대로 구겨져한 줄 또는끽해야 두 줄저 꾀죄죄, 일상생활남몰래 찌그린다오파리 모과 구두 말번지 촌충 따위지각 조퇴 염소선생발가락이닮았다 따위혹 누군가 볼세 ㅠㅠ,얼굴 불콰히 노래한다오고달파라 내 영혼그러구러 별처럼 구름처럼 흐르니뉘렇게 짠 손 그득 언젠가 꼭 한 번은 맑게 읽히리무신무신눔, 소리 들어가매 다시금 구겨질 대로 구겨젼나는야 종이컵 시인그러니 가자, 시시껄렁더 작고 여리게 우리 정작아픈 얘기들은 빼고 시작 메모저 시는 10년 전 2011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