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많이 그리웠어.눈이 오기를 기다렸어.네가 떠나며 남긴 말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했어.떠오를 때마다 하늘을 바라보았어.구름이 지나갔고구름윤곽에서 너를 찾았어.시간이 지나며 두려운 것은너의 모습이 마치 구름처럼흐트러지는 것이야.첫눈이 내렸고나도 모르게 내 걸음은 그곳으로 향했어.수없이 많은 생각 중에네가 오기도 하고 나 혼자 남기도 했어.결국 오랜 기다림은 홀로였어오늘 온 눈은 서설이 아니었어.그래도 내 바램은누군가에겐 서설이기를...
촛불 바둥대다살아간다는 것이 어찌 녹녹한 일이겠는가?개여울에서 물고기 잡을 때를 떠올려 보자.반두나 체로 잡은 녀석은 살려고 바둥댄다.씨암탉을 잡을 때도 무수한 퍼득거림 끝에 생포되고녀석의 생명은 짜릿한 전률로 보시를 하지만조금은 붓다의 염으로 연민을 느낀다.나 살아가는 긴 세월을 얼마나 바둥거렸는가?농투산이 자식으로 없는 집에 태어나육십여 성상 이만큼 살아온 세월은물고기의 바둥거림 만큼이나 힘겨웠다.촛불을 켰다.심지에 불이 그리 쉽게 붙는 것이 아니다.한 호흡 쯤 기다려야 불이 붙는다.불꽃을 바라보니 이 녀석도 쉼없이 바둥거린다.
별겨울에 쏟아지는 별은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이리도 추운 날씨에 밤새 홀로 반짝이다 시린 새벽이 오면쏟아 놓은 별빛을 뒤로한 채있던 자리로 돌아갑니다.어릴 적에 별을 보며 갖던 생각은수많은 사람의 꿈을 하나씩 간직한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제 별은 아주 멀리 조그맣게 빛나는좀생이자리 별이었지요.어제 밤에도 별빛이 쏟아졌나 봅니다.새벽길 마른 풀잎에별빛이 내려앉아 서리가 되었습니다.어느 별은 황배기 잔등에서 울음으로 얼고또 다른 별은 얼다 만 냇가 가장자리에 앉았습니다. 늦게까지 남아있는 새벽 별은그리운 이를 찾지
노둣돌무언가 절실한 사람에게 내어주는 마음은 따뜻합니다.무언가 간절한 사람에게 전하는 말 한마디는 포근합니다.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의 마음은 따뜻합니다.위로의 한마디를 전하는 사람도 커다란 위로를 받습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공짜가 없다고들 합니다.무슨 일이든 원인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으로 인한 결과의 소산물들이 쌓여가는 것이 인생인 듯합니다.겉으로 보기에도 너그럽고 겪어보면 더 큰 감동을 주는 이들이 있습니다.이들은 마음속에 노둣돌 몇 개씩은 품고 사시는 모양입니다.타인이 힘겨워하면 곁을 내어주는 사람 말입니다.우리들의 어머니,
아침누군가가 아침이 저만치 있다고 했지요누군가는 얼마 지나지 않으면 아침이 온다고 했고요 아침을 만나려 생각하니 죽어간 사람들이 생각나네요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온다는 새벽이었지요그 사람은 새벽을 다른 곳에서 맞이했지요당신이 만난 하루는 모두를 위한 햇살이 되질 않았고요나는 동이 터오기를 기다렸어요나 아닌 이들은 왈가왈부 했지요동은 이미 터올랐고 햇살은 머리 위를 비춘다고요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그렇게 흘렀지요아직은 새벽이 아니라고 하는 나에게함께 아침을 기다리자는 사람이 있었지요이제 아침이 밝아오고 따뜻한 양지 바리기에서 햇
나목수많은 사연이 있었으리라여럿의 수근거림도 들었으리라긴 세월을 한 자리에만서있는 것도 힘든 일 이었으리라그 세월동안 지나간 겨울을 이겨냈으니 그저 대견할 밖에봄부터 싹이 돋아 반짝이는 환희나무초리마다 담은 사연들 모아우듬지까지 전하며 여름을 이어 갔겠지아귀차게 여물어 가을엔 풍요를 선물하고말이 없다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말없는 가운데 수많은 말들이 오가는데불쌍한 중생들은 금강경이 좋다고만 하지경 속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나무가 겨울을 이겨내는 침묵은엄혹한 세상을 견디는 인내와 같지 않을까?
옛날옛날먼옛날에높디높은두마을에서로말도하지않고원수처럼살아가는두집안이있었다네한집안엔랑이총각또한집엔비앙처녀랑이랑비앙이는첫눈에반하더니몰래몰래자주만나사랑의싹키웠다네사랑의싹무럭무럭아름답게자라더군부모님께말씀드려결혼승락받으려니두집안은대대손손원수로만지낸지라랑이랑비앙이는결혼할수없었다네둘은서로부여잡고눈물이강물이라사랑의꽃이피어영원히함께하려랑이랑비앙이는산꼭대기오르더니비내리고뚝그친날쌍무지개뜨더이다랑이랑비앙이는무지개너머나라둘이서로꽃이되어눈물로건넜는데랑이랑비앙이는이튿날사람들이죽은채로봤더이다사랑하는두사람이눈물로떠난자리금새싹이자라더니랑이닮은아티소꽃비앙닮은딸기꽃이아
낡음과 늙음의 찬미낡음과 늙음이 공유하는 말들오래 되다, 헐었다, 너절하다, 쇠퇴하다, 색이 바랬다, 고물색바랜 옷을 입은 색바랜 여자그리고 둘의 닮음삶의 고단한 여정을 간직한 채 버려진 침대저물어 가는 거리에 비틀거리는 남자영하의 날씨에 박스들고 잘 곳을 찾는 노숙자아버지와 동행하는 고물 자전거낡음에서 오는 고풍스러움손때 묻은 손잡이의 광택노년의 여유로움과 평안함내려 놓을 줄 아는 지혜낡음이 아름다운 것은 버려지기 때문이고늙음이 아름다운 것은 죽어가기 때문이다.
골목오래된 골목을 접어들면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골목은 아이의 놀이터였고세상 삶을 배우는 학교였지요.거기에는 수없이 많은 놀이가 있었고놀이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답니다.사람 하나 겨우 빠져 나오는 고샅을 벗어나면 말이지요.수많은 길을 걸었지요.그 많은 길을 걸으면서 지나친그보다 더 많은 길이 있었구요.지금도 얼마 남지 않은 길을 걷고 있고요.'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골목길을 벗어날 때는 나도 몰래 지나온 길을 뒤돌아봅니다.길 위에 떨어진 나의 시간들과 그리움을 한번 더 보려는 거지요.세상을 향한 걸음을
낮잠너 때문인 줄진작 알긴 알았는데 동지가 가까이 오니네가 미워!
나로 인해 생겨난나를 따라 움직이는 너는분명 내가 백이라면너는 나의 혼일 게다. 볕을 등지고휴대폰 셔터를 누르다가나는 나의 혼을 보았다. 녀석은 검은 옷을 입었고나에게 들킬까 봐바닥에 납짝 엎드려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몸을 돌려 해를 바라보니녀석은 내 뒤로 숨더군. 바닥에 비친 녀석의 모습은내 생김과 흡사했는데키가 제멋대로 자라더군. 나 살아 있는 동안 늘 함께하다눈감고 잘 때면자유여행을 한다지? 나 죽어 없어지더라도녀석은 남는다 하니이제 내가 나를 사랑하자.
세레나데가을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가을비에 떨어지는 낙엽에서또 다른 희망을 봅니다.그리움으로 물든 낙엽은 추억과 함께 떨어져 쌓입니다.다가오는 겨울을 기다립니다.아픔 없이 자란 사람은 타인의 고통을 모릅니다.가슴에 심어둔 그리움은 아픔입니다.긴 기다림의 시간을 견딘 자 만이따뜻한 계절을 만납니다.가을이 가고겨울이 오고그 겨울의 시간이 지나면사랑하는 당신을 만날 수 있을런지요.누구나 가슴 속에별 하나씩은 가지고 삽니다.내 가슴의 별이 반짝이는 날나는 노래하렵니다.당신을 위한 세레나데를...
만남 만남은 기쁨이다.아침에 햇살을 만나고눈부심에 고마움을 전하는하루의 시작이 기쁨이다. 만남은 행복이다.햇살 사이사이로바람 한줄기 불어와얼굴을 간지럽히는 것은살아있음을 느끼는 행복이다. 실개울이 만나고 만나서내가 되고 강을 이루듯과실 하나 익어갈 때많은 날 햇살이 채곡채곡 담기듯 오늘 우리에게는또 다른 만남이 기다린다.작은 인연을 소중히 채우면큰 인연의 정이 되겠다. 만남은 행복이요 기쁨이요 정이다.
아이와 코로나아이야 어른은 너희들이 참 걱정이다.새싹이 나고 잎이 푸르러져꽃대를 올리고 꽃이 피고그 꼭지에 열매가 맺어야 한 해가 가듯이 삼월에 진급하고 새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고까르르 웃음도 굴리고운동장에서 구르는 웃음도 뻥뻥 차고친구랑 수다도 떨고여름이 지나 가을이 익을 때쯤어느새 이만큼 컸나? 작년 옷이 작아졌네 해야 하는데...어른님 걱정 마세요.단풍이 곱게 물드는 계절이지만나무에게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잖아요햇살을 먹고 비를 맞으며구름이 전해주는 세상 이야기와바람이 들려주는 노래가 열매 맺고 낙엽지게 했듯이불편은 했지만 가장
바라보기 바라는바 모든 것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사람들은 기다림에 지치고믿지도 않는 신께 기도를 한다. 바라던 바가 채워지고 지나치게 넘치면기도하던 신은 잊어버리고귀한 인연마저 끝나기를 바란다. 인생을 새옹지마 과유불급이란 말로 설명하려 해도다 채울 수 없는 부족함이 있다. 삶의 한 귀퉁이를 찢은 과거의 행위에 후회도 하고후회는 돌이킬 수 없고 회한으로 남는다. 가끔은한 걸음 더 들어가기보다는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나 아닌 내가 되어 자신을 바라보면 좋겠다.태산을 보려면 태산에 들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모과 가을 색은 화려하다.만산을 물들이는 붉은 단풍이 그렇고바닥을 온통 노란 양탄자로 뒤덮는 은행잎이 그렇다. 우리네 먹거리를 책임지는가을 들녘은 화려함보다는 넉넉함이다.태양 닮은 홍시가 그렇고익어가는 사과나 배가 그러하다. 교정을 걸으며 우연히 모과 한 개를 주웠다.과일 망신은 모과라는 말이 떠오른다.노랑도 이렇게 투명한 노랑이 있구나!여름에 슬쩍 지나간 무지개에서찬란하게 빛나는 노랑만을 담았구나. 가을 색을 담은 노란 냄새를 맡는다.겉이 조금 울퉁불퉁하면 어떠랴이런 향기로운 냄새를 주는 너는분명 내면도 향기로움으로 가득하겠다.
모세 성인이애급 땅에서이스라엘 백성을해방시켰다는 이야기 속에젖과 꿀이 흐르는가나안으로 가자 했지. 이집트나 팔레스타인바그다드 그 어디에도가나안은 없었다.여기 베트남 생활 7개월야고보와 모세가백성들을 이곳으로인도했다면 아마이곳이 가나안이었으리. 5월에 볍씨 뿌리더니8월에 추수하고석 달 놀리더니12월에 써레질을 시작한다.그 사이 석 달엔다시 올라오는 벼와 풀을땅 주인이 베어다가소며 돼지 사료로 쓰고 가뭄 걱정 홍수 걱정시름 한 번 없이3월이면 춘수(?)하고8월이면 하수(?)하는가나안 땅 베트남 물산이 풍부하니사람마다 미소요바쁠 것 없이
제발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까닭은내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내가 나를 사랑할 줄 모른다면나 아닌 당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까닭입니다.또다시 왜 당신을 사랑하냐 물으신다면나는 모르겠다고 고개를 좌우로 저으렵니다.내 마음을 엿보려 하시는 당신의 속내가그저 내 마음을 안타까이 하기 때문입니다.사랑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사랑에 꼭 이문을 따질 일 아닐 것이라그러니 부탁입니다.왜? 사랑해? 이유는?묻지 말아 주세요. 제발
고구마를 샀다.이역 땅홀로 사는 몸이라500원에 네 개 뒀다 먹으려는 심사로다라에 담아 둔 지 이십여 일먹으려고 살피니넷 중에 두 녀석이 썩어 간다. 아버지 생전에감자 썩은 건 먹어도고구마 썩는 건 못 먹는다는 썩은 것 중 하나에연자주 예쁜 싹이 돋는다.아! 썩어야 싹이 나는구나. 기다림도 그리움도미움도 외로움도속에서 푹 썩어 가야연초록 싹이 나는구나. 도대체내 안에 있는 상처도얼마나 더 썩어야연초록 싹이 난단 말인가?
삶은 여행이다.내 여행은 깊이를 알 수 없는깜깜한 곳에서 시작됐다.분간조차 할 수 없는 곳 빛을 찾아또 다른 여행을 했다.뭔가 다른 곳을 향해때론 함께 걷기도 했고때론 외롭다는 생각 없이홀로 가기도 했다. 나 아닌 나를 만났다.그곳이 행복의 끝이었다.거기가 내 여행의마지막인 줄 알았다.아니었다. 나 아닌 나는내가 아니었다.그는 또 다른 그였다.그도내가 그 아닌 줄 알았다.그는 그를 찾아 떠났다. 새로운 여행을 한다.살아가는 인생의모든 여행은나를 찾아감의 시작이다. 내 발길 머무는여행의 마지막 문을 닫을 땐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