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지붕 비가 오려나 보다. 먹구름을 보니 참 많이도 사랑했겠지서로 의심도 없이살아가면서 서로를 닮아갔고살아가면서 멀어져 갔겠지 공기는 시끄러워지고입은 점점 닫혀졌겠다.시간은 그렇게 흘렀고비가 내린다. 양철지붕에 비가 오려나 보다.천둥이 요란한 걸 보니 낮 동안 세상은 소란하다.살아있는 모든 것이 살아가는 소리겠다.밤에도 움직이는 즘생들이 있다만낮에 비하랴? 시끄러움이 지나며긴 망각의 시간이 흐른다.양철지붕이 시끄럽다.
마음 마음을 잘 가지면 죽어도 옳은 귀신이 된다는데마음 잘 가지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이랴? 마음이 용한 사람은마음 씀씀이도 예뻐서그것이 얼굴에 선한 빛으로 나타나고 마음 밭이 고약해 심술이 몸에 밴 사람은행동거지가 곁 사람 마음 쓰이게 하고주름도 고약하게 지며 늙어가는 법 마음 싸게 먹으면어떤 일이나 마음속 감정이 좋게 여겨지고마음 힘든 사람 있거들랑함께 있어 주고 토닥여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그래서인지 요즘은마음 수련, 마음공부라는 말도 들리곤 하지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수행을 하고 명상을 하는 것 아니겠는가? 어
사람에게 나는 몇 가지 소리... 이명, 영혼이 힘들어 나는 울음, 혼과 백이 슬프거나 기뻐서 내는 하품, 영혼이 잠들고 싶다는 신호 한숨, 혼이 참을 만큼 참았을 때나 새로운 힘을 내려는 코골이, 참 많이도 힘든 혼과 백이 잠들었을 때 내는 재채기, 영혼이 깜짝 놀랐다고 보내는 신호 기침, 혼에 또 다른 외계 생물체가 들어왔다는 신호 방귀, 영혼이 사용하고 남은 가스가 배출되는 쉬, 사용 후 남은 물이 배출될 때 외부 물체와 부딪치는 소리 눈물, 소리 없이 나오는 슬픔의 노래 별이 반짝이는 소리, 영혼이 가야 할 곳에서 나는 가슴
부모 빈집에 들어가는 쓸쓸함늘 차가운 금속으로기다림도 없는 더 차가운 구멍에아무 기대 없이 쇳대를 꽂지 내 영혼나도 가끔은 잊고 사는 그것내세를 궁금해하다가도뭔 나부랭이 잡생각이라고... 존재, 유, 혼, 백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세상에어느 날 태어났다는 축복은정작 내가 누린 몫은 아니었지 참 슬프네.참 힘드네.많이 보고 싶네. 그분들!
지구와 병아리 병아리가 엄마따라두 발로 땅을 파요. 지구가 간지럽다고까르르 웃어요.
참회 그날 광장에 나는 없었다.베트남이라 불리는 나라중위도로 북위 13도쯤 되는 곳꽝응아이라는 곳에 있었다. 그날의 함성은인터넷이라는 기괴한 기계 덕에시시각각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한 나라라는 거대한 조직을강남 뒷골목 그래도 조금은 유명한미장원 원장에게껌 찍찍 씹으며 반말 짓거리 할 듯한 그년이, 그 드런 년이그보다 조금 더 드러운 년을 개무시하며무슨 짓을 벌였던가? 울화가 치밀고 속내가 뒤집어지고혼잣 욕으로 씨부랄 좃도 해가며쳐 오르는 감정이 북받쳐맛대가리도 없는 그들의 독주를 많이도 들이켰다.함께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그 분
꽃 진 자리 벚꽃이 한창입니다.백옥처럼 하얀 꽃이 있는가 하면연분홍 부끄러움을 간직한 꽃도 있습니다.봄날의 미를 더해주는 꽃입니다. 봄비가 내리고 바람이 붑니다.화무 십일홍이라지만벚꽃은 이내 아쉽게 집니다.세상의 모든 꽃은 잠시 피었다가 집니다.우리네 젊음도, 삶도 잠깐이지요. 벚꽃잎 떨어진 자리는 그럴싸 합니다.목련꽃 진 자리 보다는 말이지요.꽃 진 자리에는 열매맺을 준비를 합니다.연초록 새 이파리 돋고버찌 열매가 오종종 맺힙니다.오월이 되면 새까만 진보라 버찌가 익고새들의 먹이가 되며도로는 버찌 열매 얼룩이 지겠지요. 꽃 진 자
모가지 힘 빼기 세월이 그 빌어먹을 세월이살아가는 것이 그 빌어먹을 삶이숨 쉬는 것조차 힘든 시간을 만났을 때슬기롭게 이겨내는 방법‘모가지 힘 빼기’ 모가지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지가 상전인 양 갑질을 해대고얼굴에는 교만이나 자만이 가득하고나 아닌 사람들은 뒤에서 수근 수근나만 모르는 벌거벗은 임금처럼 되기 전에‘모가지 힘 빼기’ 힘 빼는 것이 어찌 그리 쉽겠냐마는모가지, 배때지, 눈, 어깨쭉지에 후까시를 빼는 순간마음은 둥글어지고말씨는 부드러워지고얼굴에는 웃음이 피고멀었던 이웃이 가까워지고 이왕이면온몸에 힘 빼면 더 좋겠고...
봄비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그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고. 나 잠든 사이에보슬보슬 비가 온 것은 알았는데 온통 산마다온통 들마다 새싹이 돋아나고꽃들이 한바탕 피었어. 넌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민 것이야?
향연 봄은 손님이다.그것도 오랜 기다림 끝에 오시는 귀한 손이다.산수유, 개나리 피는 들녘엔노란 꽃구름을 몰고 온다.진달래, 복숭아 피는 산자락엔연분홍 치마 나풀나풀 온다. 봄은 설렘이다천지사방 쑥쑥 새싹을 내밀어 대지를 꾸미고꽁꽁 얼었던 골짜기 물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한다.말하지 않아도 냉이며 쑥이 얼굴 내밀고어찌 봄이 왔는지를 알고 고사리는 쑥쑥 올라온다.솜사탕처럼 달콤한 설렘이다. 오늘 저녁상엘랑콩가루 버물 버물 쑥국이나 올려야겠다.이왕이면 도다리도 토막 내어 넣을까?봄 잔치를 벌여야겠다.
고독 새벽의 고독은 고독 중에서 가장 고약하다.아랫목에 가부좌로 앉아계시던아버지의 고독만큼이나 말이다.당신은 목침에 곰방대를 털며 담배를 즐기셨다.담배 후엔 가래를 돋우시곤 하셨지. 목침은 아버지의 다용도 애중품이다.잎담배를 여미어 목침을 세우고 담뱃닢을 썰으시고앉으실 땐 무릎받이주무실 땐 베개를 대신하셨다.목침 한면은 머릿기름에 반질거렸고아버지 냄새가 깊숙히 스며있었다. 당신 가신지 어언 40년이 다 돼 가고나도 아버지의 그 나이로 달려간다.새벽의 고독에 아버지 생각을 올려 놓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 진한 고독 속에는 과
홍매화 매화꽃 보러 갔어요때 이른 봄인지 매화는나뭇가지에 오종종 매달려 있더군요한 사나흘 뒤에 왔더라면활짝 핀 홍매화를 보았을텐데... 대나무 서걱거리는 양지바른 곳에서대추차랑 쌍화차를 마셨지요홍매화 가득 핀 달 밝은 밤에달은 매화나무 가지에 걸리고미지근한 물에 홍매화 한 송이 띄워달빛에 스민 매화차 조금씩 마셔 보았으면... 아쉬움은 추억으로 마시고그리움은 꽃으로 피고바람 불지 않아도 꽃향기는 뜰 안에 가득하고향기에 젖은 내 옷에도 매향이 스미고...달빛에 젖은 꽃잎 속에는 봄볕도 담기고...화사한 홍매화는 머지않아 시나브로 지겠
봄, 봄을 봄 나는 봄 오는 강변에 서 있습니다.참 예쁜 버들강아지를 만납니다.이 녀석 모양이 강아지 꼬리 같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번에는 수양버들을 만납니다.능수버들이라고도 합니다.물오른 가지가 축축 늘어집니다.수양대군, 이몽룡, 화류계 등을 생각하며 버드나무를 봅니다. 마른 갈대 가지가 바람에 서걱댑니다.옛사랑은 마른 갈대 같습니다.메마르고 뻣뻣하고 생각하기 싫은, 그래도 간간이 떠오르는... 봄은 참 예쁘게 옵니다.날씨는 포근해지고 볕도 따뜻합니다. 떠나간 사랑일랑 잊어버리고봄처럼 예쁜 사랑이 오길 기대합니다.
꽃눈 개구리 소리 장하게 우렁우렁 들립니다.나무마다 스스로 이겨낸 겨울에 요란합니다.쭐 쭐 쭐 물긷는 소리입니다.길어 올린 물은 꽃눈에 배달됩니다. 자!이제부터 향기로운 잔치준비입니다.새 살을 열어야 하고아름다운 몸치장을 해야 하고벌과 나비를 초대하려면 꿀단지를 채워야 합니다. 아!하나가 빠졌습니다.초대장은 꽃향기로 준비하고배달은 바람이 맡아 줘야 합니다. 꽃눈이 열리는 날당신의 사랑도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울다 누구나 처음 울음은 혼자였다간절한 기다림의 환호였고스스로 세상을 여는 외침이었다 울음은 세상에 나온 모든 표현의 언어로 담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비언어적 표현으로 웃음과 쌍벽을 이루는 낱말일 것이다 기쁠 때, 슬플 때, 외로울 때고마울 때, 아플 때, 서러울 때시련이나 배신당했을 때아름다운 경치를 봤을 때감동적인 영화, 독서를 할 때지나는 세월이 야속할 때... 나는 슬플 때도 울지 못하는 모지리다.아프면 아프다고, 슬프면 슬퍼하며 울면 좋으련만...눈물은 영혼을 맑게 해주는 청결제이다실컷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고 마음이
잔설소복소복 눈쌓이듯너를 생각하는 마음도 쌓였지눈이 쌓이면 모든 것들은포근함에 잠들겠지만나는 왜 쓸쓸함에 잠못드는지...시간이 흐른다는 것은하루, 한달, 일년의 역사가 되고쌓였던 눈도 흔적을 지우는데...큰 나무 뒤 해가 들지 않는 곳에군데군데 잔설이 남아봄을 기다리듯...커진 방안에서 잠못이루는 나도마음속 귀퉁이에남아있는 눈처럼봄을 기다리는가 보다.
물비늘 호숫가에 앉아서해님을 가득 안고물 위를 바라보면물비늘이 반짝 반짝 낮에 보면 은빛 비늘해질녘엔 금빛 비늘반갑다고 반짝 반짝잘 왔다고 짝 짝 짝 짝
이유꽃이 꽃으로 피어나는 건수많은 고비를 스스로 이겨냈기 때문입니다.꽃으로 피어난 꽃은스스로의 아름다움을혼자만의 것으로 소유하지 않습니다.벌에게, 나비에게 달콤함을 나누고사람에게 눈 호강을 줍니다.나이를 먹는다는 건그리 슬픈 일이 아닙니다.꽃처럼 수없이 많은 고비를 이겨내고수많은 사람들에게 수많은 덕을 나누며수많은 주름을 만드는 것입니다.아름답게 살아온 사람의 주름은꽃처럼 향기가 납니다.여생이 조금 더 아름답기를 원하신다면나 아닌 곁을 한 번 더 살피고나의 향기가 멀리 퍼지기를 노력해야겠지요.나를 위해 꽃피운 당신의 향기에오늘 행복
복수초겨우 내내 얼마나 그리웠으면눈 쌓인 땅을 뚫고 나오겠는가?그리움이 쌓이면 한이 된다는데 한으로 남기 직전에머리에 흰 눈을 이고 피어나는 꽃가장 먼저 봄을 안고 세상에 나와산허리를 노랗게 수 놓고바람꽃, 청노루귀에게 남은 봄을 맡기고 저물어 가는 꽃
꽃꽃을 기다린다.머지않아 수많은 꽃이 피겠지겨울은 살아있는 자의 기다림의 시간겨울을 이겨낸 살아있는 자 만이 꽃을 만난다.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수많은 꽃들이 피어나고수많은 생명이 태어나고수많은 생명이 죽어가고 나는 어떤 꽃과 함께 피어나서어떤 별과 함께 반짝이다가어떤 꽃과 함께 시들어 갈까한 송이의 꽃이 피어나면한 생명이 태어나고한 송이의 꽃이 지면한 생명이 함께 진다는 ...꽃이 지면시든 생명과 함께물안개 처럼 피어올라별이 되어 반짝이겠지꽃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