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시 22] 비경1 반쯤 허물어진 똥둣간썩은새 초가 지붕노랑 호박꽃 넌출 흐드러지고한낮 땡벌 붕붕거리고 *시작 메모 : 지나가다 아직도 이런 곳 비슷한 데 있으면, 뭐가 그리운지, 오래 훔쳐보네. [종이컵 시 23] 비경2 고욤처럼 떫어라가을 저녁저문 고샅길장구머리 작은형이왠지 자꾸 무서워 *시작 메모 : 아아, 아버지보다 큰형보다 바로 위 작은형이 그렇게 무서웠지. [종이컵 시 24] 비경3 에그머니나, 이우지 두보 할멈오늘도 마당귀궁둥이 훌떡 까공또 졸졸 달밤 오줌 누나베올 여름 물외 참 달겄고야 *시작 메모 : 미카엘라
[종이컵 시 19] 옹이 연약한 저 마음그 누가 아프게 했을까도낏날도 튕겨나오네 *시작 메모 : 강한 마음은 아픔을 이겨내지 못한다. 연약한 마음만이 오래 오래, 아픔을 견뎌낼 수 있다. [종이컵 시 20] 귀촌 쥐와 싸우다 싸우다쥐와 함께 살고풀과 싸우다 싸우다풀과 함께 살고거시기와 싸우다 싸우다거시기와 함께 살고 *시작 메모 : 꽃은 뭐하러 심그요, 개는 뭐하러 키우요, 담장은 뭐하러 치누. 여기서는 날마다 혼나고 가르침을 받는 게 일이다. [종이컵 시 21] 무릎 그대 앞나 언제나꿇고또 꿇고 싶어라 *시작 메모 : 무릎이 있다
[종이컵 시 16] 개미집 노상깔창 몇 장씩 날렸지시도 안 되고소설도 안 되고운동도 못하고헛헛하면그 지랄들 했지연못 시장그리운 또라이들 *시작 메모 : 그때 그들, 아무 이유없이 아프고, 아무 이유없이 슬프고, 아무 이유없이 외롭고. 골치 아팠지. [종이컵 시 17] 봄 미동산 임도길간만에딱따구리란 놈참 좋다날마다 날마다말대가리 가수들 노래만 듣다가 *시작 메모 : 이제는 또 아주 가늘게 모기처럼 노래하는 게 대세라고들 한다만. [종이컵 시 18] 원남 이발소 영감 이발사할매 면도사 *시작 메모 : 그곳에 가면 문득, 저 우울한 6
[종이컵 시 13] 비망록 긴 겨울창턱조그만 주먹 눈사람동생 *시작 메모 : 너, 거기 있었구나. [종이컵 시 14] 서설瑞雪 나무가장이깊은사이 사이마다개짐들찼네 *시작 메모 : 차마 깨끗한 그곳들 보기가 부끄럽다. [종이컵 시 15] 사순 번드레한 내 입이여 안 된다비뚫어지거라교만한 내 손발이여안 된다뒤틀어지거라기름진 내 영혼이여안 된다오그라들거라처음처럼처음처럼 *시작 메모 : 똑똑한 내 기도는 이미 텄다.
[종이컵 시 10] 쓰는 사람 1 끙끙,굵고뜨겁게쓰고 싶다누고 싶다 *시작 메모 : 쓰는 것이란, 암탉이 고심고심 알을 품고 새끼를 까는 것일까, 오히려 똥 누듯 끙끙, 누는 것일까. [종이컵 시 11] 쓰는 사람 2 나 여지껏빈집 출렁출렁,이슬 나부랭이만 엮었습니다이슬빈대처럼 *시작 메모 : 빨아먹다 빨아먹다 맑은 영혼까지 빨아먹는, 이슬 빈대여. 잘났시다. [종이컵 시 12] 쓰는 사람 3 조심해야 한다철물점 주인 아저씨처럼 착하다가도술만 먹으면 난폭해진다푸헤헤, 웃다가 울다가어느새 소주잔 하나 아그작아그작 씹으며아무 남자나 여
[종이컵 시 07] 홍동지 땡전 한푼 없지만배운 거 한 줄 없지만잠이나 자고똥이나 누고 할 것 같지만해가 먹이고달이 먹이고바람과 이슬과서리가 덮어 주리라덜렁덜렁, 노상 발가벗고 다니는 눔용강 이시미 때려잡던 눔거시기 힘 좋아 거시기로평양감사 마눌님 상여 매던 눔애걔걔, 피라미에 거시기 물려 놀라 자빠지던 눔 *시작 메모 : 저 홍동지 말고 내 누구를 존경하랴. [종이컵 시 08] 가족 개돼지 누이개돼지 매형개돼지 조카아아, 총총 하늘엔개돼지 별개돼지 풀나 족족, 끊었다 *시작 메모 : 잘 먹고 잘 사슈 들 [종이컵 시 09] 식구
[종이컵 시 04] 별 추울수록밝구나귀때기가 떨어져나갈수록맑구나 *시작 메모이런 밤은 전봇대에 비스듬, 길고 뜨겁게 한 오줌 하자. [종이컵 시 05] 형님 소공원 이슬비 벤치빈센트 반 고흐의 얼굴로빈센트 반 고흐의 모자를 쓰고빈센트 반 고흐의 붕대를 감고 *시작 메모님이야말로 이 시대 우리들의 진정한 형님 아니시더냐. [종이컵 시 06] 귤 방구 냄새 나는 귤시금털털한 귤검정 비닐 봉다리 속에끽, 삼천 냥 어치 사 들었다찬 바람 찝찔한 눈물오늘도 갈짓자삐리삐리한 아부지 *시작 메모아들아, 딸아, 이마트 사거리 온갖 빵빵거림 다 뚫
[종이컵 시 01] 돌 한밤중만치십만 개 중끽,한 놈만운다는데 * 메모 : 나 같은 놈은 그 소리 평생 들을 수 없다. [종이컵 시 02] 까마귀 까옥 까옥 까옥 이거나먹으라네 까옥 까옥 까옥 이거나가지라네 햐,똥가이 같은 놈 새까만 눔이많이도 컸다 ㅠㅠ * 메모 : 그대, 언제 들어도 얼마나 듣기 싫은가. 그대, 언제 들어도 얼마나 그리운가. [종이컵 시 03] 병신춤 숟가락들고 추리다바가지들고 추리다부지깽이들고 추리다쪽팔리게더 쪽팔리게 * 메모 : 옛날 우리 공옥진이 누님 병신춤을 추듯, 나 병신 시를 쓰고 싶다,
7부 퉤퉤 코로나여빨리가라그리하여 다음과 같은시대 올지니 퉤퉤 1 작은 것들큰 것보다훨씬 더 강한,약한 것들강한 것보다훨씬 더 기쁜,슬픈 것들기쁜 것보다훨씬 더, 잘난못난 것들잘난 것보다훨씬 더 많은,없는 것들있는 것보다훨씬 더 빼어난,못 쓴 것들잘 쓴 것보다훨씬 더 큰 그런 시대 올지니그런 시대 올지니 퉤퉤 2 땟국 좔좔 흐르는 것들이거들먹거리는,챙피하고 쪽팔린 주제들이교만방자한,지질한 게 시들시들한 게야들야들한 것들한테갖은 미움 질시 받는,우둘투둘한 게 꺼끌꺼끌한 게매끈매끈한 것보다 쩸맛없는,존만 한 것들시시껄렁한 것들도외투깃
6부 언눔이 (2) 얀마, 하고 언눔이가 왔다, 늦은 갈가랑잎에 발목 푹푹 빠지며굵은 박달나무 지팡이 짚고신발엔 방울 달고 뱀 쪼치느냐방울소리 딸랑거리며 왔는데들마루에 앉아 소주 한 병 까더니뭐, 또 약초 얘기부텀 매실, 버섯, 개,벌통은 도둑맞네 산불감시원 떼이네거지반 말아먹었단 거인즉슨, 은행구린낸풀풀 풍기며, 잘난 척은 푸지게 하드람, 언눔이이제 자식들 따위, 시 얘기 따윈 아예 입 밖궁굴리지도 못하게설라컨이스토록, 밤이슬 젖는 터얀마, 아까 소장수 님께 잘해 드려 담장은 헐코성당엔 또 잘 나간나, 요란터니 제풀에애달픈 듯 초
6부 언눔이 (1) 달에 백오십쯤이면 되지 뭘점점 재미도 적고여보, 나 이제 그만둘라오단 둘이 보은 같은 데나 가서텃밭이나 하나 하고 삽시다좀 덜 먹고 덜 입고덜 쓰면 되지 뭘그럽시다자식이고 뭐고 필요 없이 귀촌 안양은 다 접고 접자마자떴지요우리겐 여기가 딱이구료길쭉하고 비스듬한 가재골 집강아지 두 마리 머루랑 다래랑 이름 붙이고읍내 철물점 농약상회 들러낫 호미 괭이 삽 등속 갖추랴배롱 매실 앵자두 석류 연산홍서껀사다 심으랴, 오명가명봄빛에 원, 쑥스럽구료 하나부터 열까지이 동네 분들 가르침 되우 좋아하시니가지 심다 혼나고 열무 심
5부, 미카엘라 (2) 땀 뻘뻘 흘리며 일만 알 뿐기계처럼 돈이나 벌 뿐입때껏 눈물 콧물도 모르고막살았구나, 헛살았구나, 그대 아버지들 우리 셋 동네 싸구려 호프집에우리 셋나와 마누라와 작은눔귀때기가 떨어져 나갈 듯 추운 밤나도 한 잔고생이 많구먼 당신도 한 잔자, 대학도 떨어졌으니니놈도 한 잔오리털 파카 속 자꾸만 삐져나오는깃털 풀풀 날리며옛날 얘기, 군대 얘기, 학교 때 얘기,식구꺼정 술 마시면 미주알고주알 맛있구나트집 잡힐 일 없고, 도망갈 사람 없고술값 때문에 머리 안 쓰고 좀 좋으냐대학이 다가 아녀라 공부가 최고 아녀라착하
5부 미카엘라 (1) 우리 처음 허름한 다방에서 맞선을 봤습니다진눈깨비 내리는 겨울이었습니다하나는 웬 중학생만 하고하나는 웬 초등학생만 했습니다둘은 별 재미도 없고 쭈뼛거리기만 할 뿐그러나 서로 싫지는 않았습니다우리는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손도 잡고, 몇 번 더 만나다간 석 달 후결혼을 합니다미카엘라는 참 맑은 아가씨였네요맑고도 소박했습니다허영과 사치를 멀리하며집 없는 것, 차 없는 것심지어 내가 시간 강사 나가는 것 따위외려 큰 힘으로 여겼습니다그래 미카엘라처럼 나 또한하느님의 작은 천사가 되리라 세례를 받았습니다나는 미카엘라를
4부 염소 선생(3) 별개미 컨테이너온종일 앉아착한 마음 구두를 닦는다허리 구부려늦은 밤 맑은 영혼열쇠를 깎고 도장을 판다진짜 선생이시구나반백의 흐트러진 머리 치켜들면카아, 어둠 뚫고 떠오른인생 한 모금 좋더라푸른 밤바다 얇은 다리 금방노 저어 갈지니삐걱이는 두 짝 잎새 다리여내가 만일 너를 잊는다 하면내 오른손 그 솜씨도 잊혀져라*14,15행은 『구약 성경』 「시편」 136장에 나오는 구절 내 일찍진짜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좁은 컨테이너 박스 안에 진종일 틀어박혀구두를 닦고 열쇠를 깎고도장을 팠어야 하는데내 진즉 런닝구가 다 해지도
4부 염소 선생(2) 놔둡시다요, 걔네들 개판 오 분 전이라도잘 쓰잖아요 살아 있잖아요「구운몽」 속에 나오는양소유와 팔 선녀 그리고 구름,그건 이들이 속세에서 누린한바탕 꿈, 갖은 부귀영화를 상징하건만그러든 말든 어느 날 즤네들 열‘양팔구’를 만들곤그중 어리뻥뻥한 척한바탕 꿈인 구름이 가장 셌다제주도에서 올라온 구름은애초 공부랑은 담을 쌓았으며밥 먹듯 가출하고 담배 피고허구한 날 출석부로 얻어맞되근신 정학도 몇 개씩 먹되감성은 애렸는지라 놀아도시 하나만큼 기막히게 잘 썼더랬지쉬는 시간이면 양소유 등에 업고전 교실과 복도를 누비며두둥
4부 염소 선생(1) 나삼수를 했습니다만겨우 들어간 대학도시 쓴답시고술 먹고 놀며 어영부영한두 학년 다니다 그만 잘렸네나그래 다시 체력장에다 예비고사를 치곤딱히 갈 덴 없어라또 같은 대학 같은 과에다시금 들어갔습죠잔뜩 지쳐잔뜩 쳐져썩어 문드러진 시쓴답시고 나, 윤 머시기 물건도 아니었습니다괴물도 아니었습니다폐인도 못 됐습니다역사와 시대와 진실에한창 젊음에욕되지 않으려머리띠하고 꽃병 던지고그런 투사도 아니었습니다그러니 진정한 술꾼도 아니었습니다생각하면 부끄럽고 쑥스럽기이루 말할 수 없으니 그렇습니다그저 중간이나 가얐다학점이나 따고졸업
3부, 한 스텝에 한 장발 휘날리며(7) 어떤 형이냐늦은 밤 우리는 그 형이 개미집 회벽에 기대어흐느껴 우는 줄만 알았다 가슴이 아팠는데가만! 그게 아니었다형편없이 술에 취해아아, 오줌을 깔기고 있는 중이었다우린 이래서 개미집이 더욱 좋더라조그만 놈들 까부는 저 위두 번 다시는 올라가고 싶지 않더라 달마산 노가리들 최루탄 냄새노가리 냄새쉰 막걸리 냄새 텁지근한여자 후배 머리카락 냄새뉘리끼리, 80년대 얼룩진 런닝구여방바닥도 닦고홀로이 깊은 밤잡아당겨 얼룩 눈물도 훔치고
3부, 한 스텝에 한 장발 휘날리며(6) 우리 보고걔네들이라고그럼 느네들은 적음 선사 기억할수록 명치께가 아린다 빛난다서라벌 67 스님 시인 적음 최영해 형모든 장르와 학번과 술집과 더더욱 온갖 사이비들을한칼에 뛰어넘었지시 그거 도대체 한 근에 얼마나 하는 거유문학을 빙자해 철저히 망가지던 행각들쌍과부집, 할매집, 전주집, 무진장, 보은호텔, 새집, 연지여인숙회화과 목일이, 조각하는 강참모, 공대 도라이, 숭실대 주형이체육과 병숙이, 연영과 안덕환, 닭, 초급대 악훈이발길 머물지 않은 니나노 갈보집이 여인숙이 화실이머물지 않은 선배
3부, 한 스텝에 한 장발 휘날리며(5) 우리 보고걔네들이라고그럼 느네들은 한허무 한상범 180센티 45킬로 허무에 퇴폐에 휘청거리던매독 4기의 개미집 천재‘나는 오늘 아침 스물아홉 번째 생일을 맞았다그러나 나는 아직도 물리학자가 되지 못했다’스물아홉, 서른, 서른하나72 한허무 한상범 문학은해마다 이 두 줄 명문으로 충분했네누가 더 이상 무엇을 요구하랴숱 없이 성긴 장발에 맨 눈썹수많은 부르동들을 꿰뚫던 존 레넌 안경동대 언덕 불심검문에서, 청량리 오팔팔 파출소에서속절없이 뜯기던 존 레넌 장발그러나 강자에겐 철저히 강했네밤마다 나
3부, 한 스텝에 한 장발 휘날리며(4) 우리 보고걔네들이라고그럼 느네들은 김석태 형 그렇다, 역부러 떨어뜨린 게다심혈을 기울여 쓴 우리 개미집 명작김석태 형의 ‘병영일기’가유명 문예지 최종심에서 나갔다하필,형을 엄청 아끼던 스승 유주현 선생께서거기 심사위원일 줄이야 문학에 발목이 잡혀부모고 집이고 좋은 의과대학이고다 때려친 70 편입생 석태 형술에 꼴아 엉망진창이 되어서도밥 먹듯 날마다 소설 너댓 권은 뗐다런던포그 바바리 깃을 세우고 나타나서는황혼이면 여지없이 개미집 중앙 기둥 앞에허물어지던 곱슬머리 미남자하여간 조그만 놈들,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