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차 울림, 미세하지만 의도적으로 팀파니가 먼저 가격하고 목관의 퍼짐을 강조하게 크리스티안 라이프가 소리를 끌었다. 레오노레 서곡 제3번의 앞부분만 그런지 알았는데 2부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에서도 곡의 개시나 단락의 바뀌는 부분에서 목금관의 울림을 앞으로 땡기고 현을 따라오게 하는 입체적인 방식을 초지일관 고수하는 걸 보고 크리스티안 라이프의 한결같은 방식이라는 걸 알았다.롯데콘서트홀을 지금까지 얼추 50여회 이상 다녀왔으나 대기실의 문을 열고 안 열고의 차이가 그리 큰지 오늘에서야 처음 알았다. 여명을 깨우는 기상나팔과
10분 전에 입장해서 프로그램을 찬찬히 보고 있는데 불 꺼진 무대에서 갑자기 피아노가 혼자 꽝하고 울려서 깜짝 놀랐다. 한 번이 아니고 연달아 2-3번 울리고 무대 오른쪽 아래에는 3명의 스텝이 앉아있었다. 객석의 불이 꺼졌는데 여전히 피아노가 혼자 울렸다. 그 사이에 관객들의 기침과 함께 심지어 껌을 씹으려고 하는지 종이를 얇게 찢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런 혼돈은 마치 존 케이지의 4분 33초 같았다. 바람소리가 웅웅 거렸고 무대에는 파란색 불빛이 들어왔다. 어리둥절한 상태의 관객들은 무대 위 모든 것에 반응했다. 드디
역사ㆍ정치ㆍ경제ㆍ글쓰기ㆍ여행 등 인문학 분야의 글을 써온 작가 유시민이 과학을 소재로 쓴 첫 책인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는 과학과 인문학이 교차 & 통섭하는 이야기로 되어 있다. 인문학에서 채우지 못한 지식과 정보를 과학에서 배워 인문학의 토대 위에서 다양한 사유를 피운다면 인문학은 과학으로 정확해지고 과학은 인문학으로 깊어지게 된다. 읽어보면 유시민은 뇌과학과 맹자를 불교와 양자역학 등을 가로세로로 오가면서 거울신경뉴런을 맹자의 인의예지로 연결하고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버드나무의 안위를 걱정하게 한다. 유시민의 감성과 지성만이
서울예고-서울대학교를 졸업, 미국 콜번 콘서바토리와 보스턴 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단국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피아니스트 구민희의 2023년 5월 23일 독주회 첫 곡은 베토벤 소나타 30번이었다. 1악장 1주제 오른손은 폭이 넓은 프레이즈 처리로 낭만의 물꼬를 튼 베토벤이 아닌 도리어 바흐, 바로크에 다가간 꾸미지 않은 담백함이 있었다. 마치 켐프나 박하우스와 같은 올드 스쿨적인 접근이자 해석이었다. 정확하게 단락과 악구를 구별하여 단편적인 선율이 아닌 하나의 일정한 부분으로 조망해 나갔다. 1악장을 독립된 악곡이라기보다는 전체
서초구 리코디아 아트홀에서 4월의 첫날인 토요일 오후에 열린 살롱콘서트 세시반 콘서트음악회는 대소 불구,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약속과 시간의 예술인 음악을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는 접점의 순간이 음악회인데 안 오신 분들을 기다리고 다 오시면 시작하는 게 아닌 정시에 음이 울려야 한다. 명시된 시각보다 5분 정도 지연되어 이날의 호스트인 피아니스트 박보경이 연단에 올라 오늘 음악회에 대한 해설과 함께 막이 올랐다. 카메라를 관람석 사이에 설치하는 바람에 시야를 가려 뒷자리에 착석한(안 그래도 바로 앞의 덩치
10여 년의 독일 유학 시절 동안 가보고 싶었지만 듣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곳 중에 하나가 밤베르크다. 뉘른베르크에서 북쪽으로 6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밤베르크는(뉘른베르크는 그토록 많이 갔으면서도) 마인 강의 지류인 레그니츠 강변에 자리한 작은 도시로 대성당과 수많은 수도원이 서 있는 일곱 개의 언덕은 ‘프랑켄의 로마’ 또는 ‘작은 베네치아’라는 별명을 갖고 있어 독일의 작은 이탈리아라고 불리기도 한다. 밤베르크는 제2차 세계 대전 때 다행히도 폭격의 피해를 받지 않아 중세 시대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구시가지
3월 12일 일요일 오후 3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국제 실내악 페스티벌의 4번째 공연인 Virtuoso and Virtuosi 3는 기타의 미리암 로드리게즈 브룰로바, 바이올린의 야로슬라프 나드르치키, 여미혜의 첼로와 진정원의 피아노로, 피아노 대신 기타가 함께하는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와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 그리고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트리오 4번 '둠키'를 연주하였다.첫 곡인 기타로 연주한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굳이 마이크를 가져다 대면서까지 소리를 확성 시키지 않고 어쿠스틱
1981년 미국 팝 가수 존 덴버와 플라시도 도밍고가 함께 부른 '퍼햅스 러브' 이탈리아 재즈 음악가 루치오 달라와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함께 부른 '카루소' 안드레아 보첼리가 2009년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맨유와 FC바르셀로나 결승전 때 부른 유럽 축구 UEFA 챔피언스 리그의 공식 응원곡인 헨델의 대관식 찬가, 보첼리와 세라 브라이트먼이 함께 부른 ‘타임 투 세이 굿바이’ 이 노래들의 공통점은? 그렇다! 바로 클래식이거나 성악가들이 대중음악가들과 함께 불러 성악의 반열에 오른 장르를 초월한 애창곡이다.서울대 음대 교수였던 테너
조성진의 8번째 음반 '헨델 프로젝트'는 2월 3일 발매한 조성진의 6번째 도이체 그라모폰 솔로 정규 앨범이다.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은 현대의 피아니스트들에게 많이 연주되지는 않은데 저번 음반에서 알반 베르크의 소나타를 녹음한데 이어 이번에도 고금의 명곡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는 그 자체부터 조성진의 남다른 면을 알 수 있다.10대 때부터 헨델, 라모, 쿠프랭과 같은 바로크 작곡가에 관심을 가졌다고 하는 조성진은 이번 앨범에서 헨델의 건반 모음곡과 브람스의 '헨델변주곡'을 같이 수록하였다. 헨델 당시의 건
들어가자마자 세 번 놀랐다. 첫째로 금호아트홀 연세의 후텁지근한 난방에, 둘째로 베토벤인지 알았는데 갑자기 모차르트가 울려서, 마지막으로 이유진의 소리가 너무 청아해서. 콜번 학교와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한 금호영아티스트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유진의 2월 25일 토요일 금호아트홀연세에서의 독주회는 피아니스트 홍소유가 반주를 맡았다.프로그램 상엔 첫 곡으로 베토벤 6번 소나타가 명시되어 있었는데 두 번째 곡으로 예정된 모차르트의 C장조 론도 K.373이 먼저 연주되었다. 현의 튕김과 아티큘레이션의 명확함으로 악절과 프레이즈 간의 명징한 대
2월 18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열린 팬아시아 필하모니아의 제12회 정기연주회는 쇼팽이 남긴 2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한 무대에서 2명의 피아니스트에 의해 들을 수 있었던 기회이자 대립과 조화라는 콘체르토(Concerto)의 형식과 이상에 부합된 시간이었다.① 피아니스트 김은진의 1번 마단조1부의 1번에서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도독하여 슈투트가르트와 드레스덴에서 학위를 취득한 피아니스트 김은진이 협연했다. 바리톤 안대현과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전곡을 완주했을 때의 그 학구적이면서 진지한 자세와 오늘도 여
2023년 제1회 대한민국 국제 실내악 페스티벌(Korea International Chamber Music Festival)이 출범한다. 한국 음악인들과 유럽 음악인들이 함께하는 이 페스티벌은 국내 무대는 물론, 세계 무대에서 다수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총 6회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 페스티벌은 “Euro-Asia Trio Concert”를 오프닝 무대로 하여 Virtuoso and Virtuosi 1, 2, 3을 비롯, Budapest Somogyi String Quartet and Octet (2회) 공연까지 롯데콘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