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기 먼발치서만 봤던 이를 열흘 사이 세 번 만났다. 처음은 상하이 국제문학포럼(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 주최 ․ 2019. 12. 7~9)에서였다. 그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14일 충남 부여 신동엽문학관 행사와 16일 서울 성북구 공간 민들레에서 있었던 신동엽 좌담회 자리에서였다. 그러고 보니 지난 9월 부여에서 있었던 ‘신동엽 50주기 가을문학제’ 때도 그와 조우했다. 문학평론가 김응교 씨(숙대 교수) 얘기다.“신동엽 시인은 참 따뜻한 분이었습니다. 저항시인 신동엽으로만 알려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젊은 독자
기억에 남을 날이었다. 2019년 12월 8일. 마침내 보다 구체적으로 한국문단이 통일됐다. 지난 11월 20일 서울 행사에 이어 곧바로 치러진 중국 상하이 국제문학포럼에서였다. ‘6.15’ 아래 모인 한국문단 5개 단체의 통합이라 의미가 컸다. 이는 ‘반도문단’ 통일의 암시였다. 또는 통일문학 시대의 복선이기도 했다.이날 오후 5시. 중국 상하이 하이톤호텔(Highton Hotel)에는 행사 폐회를 알리는 박수소리가 요란했다. 아침 9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의 타이틀은 ‘2019 국제문학포럼 : 동아시아 평화와 문학’이었다. 6.
지난 13일 광주에서는 ‘2019 우즈벡데이’가 열렸다. 이 행사 취재차 KTX 시간에 맞춰 서울역으로 가던 길. 시청 앞 서울도서관 외벽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한글을 빛낸 28인 전’. 573돌 한글날을 기념해 서울도서관이 마련한 기획전이었다. 어떤 사람들이 걸렸을까? 그리고 30명도 아닌 왜 28명일까? 또 이들에 대한 평가 기준은 뭐였을까? 몇 가지 궁금증을 갖고 벽면 그림들을 살폈다.대부분 익숙한 이름이었다. 세종대왕이 맨 앞이었고, 그 뒤로는 정인지, 박팽년, 신숙주 등 집현전 학자들이 장식됐다. 또 훈민정음 창제에 참여
▲MBC가 한글날 특집으로 제작한 ‘겨레말모이’ 2부가 오늘(14일) 밤 11시부터 방송된다. 동영상을 클릭하면 예고편을 볼 수 있다. ⒸMBC 지난 9월 11일 밤 8시. 한국에서는 추석연휴가 막 시작되고 있을 무렵.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국제공항에서 정길화 PD를 기다렸다. 그는 오늘(14일) 밤 11시 방송되는 MBC 특집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스탭들과 함께 5,000Km를 날아오는 중이었다. 그가 현지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고려인들의 삶속에 녹아있는 우리말이었다.방송장비를 찾느라 늦는 걸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도서전 폐막 뒤 현지 방송이 특집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제1회 타슈켄트국제도서전 다큐 프로그램 중 한국관 모습만 따로 떼어 편집한 동영상(최희영 전문 기자 유튜브 채널 바로 가기)4일 폐막된 제1회 타슈켄트국제도서전에 대한 현지 반응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즈베키스탄 방송들이 연일 특집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도서전에 참가한 영국, 독일, 중국 등 외국 부스 모습을 집중 조명하면서 ‘한국관’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이와 관련 류석호 우즈코이코노미 대표는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맏딸인 싸이다(Saida Mirziy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에게는 동학 DNA의 원형이 날 것으로 살아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기 전 그들은 연해주에서 신한촌을 이루고 살았습니다. 당시 그들의 정신적 지주는 동학이었습니다.”송범두 천도교 교령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열린 자신의 책 《고려인 숨결 따라 동학 길 따라》(도서출판 라운더바우트) 출판기념회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말하면서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을 만나 동학 정신의 원형을 살피고자 2018년 1월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하게 됐다고 밝혔다.그는 현지에서
[타슈켄트=최희영 기자]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보란다. 또 한 나라의 현재를 보려면 백화점엘 가보란다. 그리고 그 나라의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엘 가보라는 말이 있다. 그랬다. ‘타슈켄트국제도서전’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 나라의 미래와 만났다. 이번 도서전은 우즈베키스탄 역사상 처음 열린 도서전이었다.지난 2일 개막돼 4일 폐막한 제1회 타슈켄트국제도서전에는 18개국이 참가했다. 우즈베키스탄 출판사 36개도 참가했다. 연초 이 나라 여행서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를 출간한 탓에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으로부터 직접 연락을
[타슈켄트=최희영 기자] 돌아갈 땐 여름 한복판이었다. 한 달 만에 다시 오니 계절이 바뀌었다. 타슈켄트국제공항에 내리는 순간 가을이 완연했다. 이제 이 곳은 목화 따는 절기가 시작된다. 지난 여름, 20여일쯤 타슈켄트에 머물 땐 비가 간절했다. 너무 더워서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비가 내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시간이다. 목화와 비는 그만큼 절대적 상극이다.안희성 코피아(KOPIA) 우즈베키스탄 센터장. 지난 2014년 타슈켄트에 부임해 5년째 ‘농업 외교관’으로 활동 중인 그의 소망 역시 똑같다. 목화 수입은 아직 이 나라 살림의
[타슈켄트=최희영 기자]그의 체구가 유독 커보였다. 다른 어느 때보다 보폭도 컸다. 영화로 치자면 엔딩 스크롤 직전, 각본에 없던 그가 나타났다. 박빅토르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문화협회장. 한국 방문을 마치고 급히 귀국하는 길이었다.“문재인 대통령님을 예방하는 자리에서 여러분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 고려인 청년들을 위해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도 전했습니다. 지난 4월 대통령님께서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개관식까지 치러주셨던 그 뜻 깊은 장소에서 한국 영화인들과 고려인 청년들이 영화로 하나 되는 아주 의미 있는
[타슈켄트=최희영 기자] 강사는 ‘소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소풍’의 중요성으로 이해했다. ‘영감(靈感)’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랬더니 잠시 뒤 ‘영감’ 배역을 맡은 남학생이 엄지척을 내세워 빵 터졌다. 이런 사례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소통이 문제였다. 강사가 우리말로 강의하면 한국어를 제법 하는 조장이 이 나라 말로 통역한다. 그러다보니 가끔씩 희한한 해프닝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조차 즐겁다. 현장에서는 매일 웃음이 터진다. 웃다 보니 어느덧 2주를 넘기고 이제 마지막 한 주만 남게 됐다.“이 친구들,
[타슈켄트=최희영 기자] 아찔했다. 도착 첫날부터 정전사태였다. 이날 기온은 섭씨 45도. 에어컨도 선풍기도 모두 멈춰버린 호텔 내부는 한 마디로 찜통 자체였다. 순간 1884년 9월 부산항에 처음 도착했던 미국인 의료선교사 알렌(Allen)의 일기 한 토막이 떠올랐다. 그는 ‘부산은 훌륭한 항구다. 하지만 전기가 없고, 편의 시설이 없다’고 기록했다. 125년 전 어느 날의 일기였다. 이번 영화아카데미는 7월 22일부터 8월 9일까지 3주 동안 이어진다. 이를 위해 영진위 김용훈 단장(교육사업단)과 신세경 주임, 그리고 강의 총괄
한국 영화계가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 하나를 안겨준다. 주최는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오석근). 대상은 우즈베키스탄 내 고려인 청년들이다. 그리고 선물 목록은 3주 동안 그들에게 영화제작 전반을 가르치는 이른바 ‘찾아가는 영화 아카데미’다. 시기는 2019년 7월 22일부터 8월 9일까지. 장소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 한국문화센터다. 여기서 몇 가지 설명하고 넘어갈 게 있다. 우선 올해는 한국영화 100주년의 해다. 또 봉준호 감독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기념비적인 해다. 그리고 이번 프로그램을 기
7월 7일 일요일. 최인국 씨 월북 기사로 전국이 하루 종일 들썩였다. 보도를 듣자니 최인국 씨는 1967년부터 5대에 걸쳐 천도교 교령을 연임했던 최덕신(1967년~1973년) 씨의 아들이다. 그리고 그의 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천도교 집안 출신의 최동오(崔東旿) 선생이다. 순간 송범두 천도교 교령이 떠올랐다. 그와는 지난해 겨울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함께했다. 당시엔 천도교 전위 단체인 ‘동학민족통일회’ 상임의장이었다. 그런데 지난 3월 전국대의원대회를 통해 제57대 천도교 교령으로 선출됐다. 그리고 4월 1일 취임해 첫
지난 6월 23일부터 29일까지 우즈벡 타슈켄트엘 다녀왔다.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국빈방문 특별취재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떠난 현지 취재다. 타슈켄트는 한 주 내내 영상 35도를 웃도는 한여름이었다. 고려인 통역사 이잔나 씨도 이상 기온이 계속돼 이러다가 타슈켄트에서도 바나나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번 취재는 영화산업과 관련된 일이었다. 한국 영화계에서 우즈베키스탄 내 고려인 청년들을 위해 멋진 기획을 하나 하고 있다. 그와 관련해 기자도 뭔가 중요한 역할 하나를 맡고 있다. 이번 우즈베키스
“마춘걸 선생의 증손녀인 유스베틀라나 이고레브나 씨로부터 전화를 직접 받았습니다. 그것이 그분을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인정받도록 도와 준 첫 인연이었지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마춘걸 선생께서 뒤늦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게 됐습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제 일처럼 기뻤어요. 대한고려인협회 창립 이후 첫 쾌거였습니다.” 노 알렉산드르 회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고려인 독립운동기념비’ 건립 문제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만 해도 몹시 굳어 있던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우리말 발음 역시 더욱 또렷했다. 그의 한국어 실력은 거의
제법 굵은 빗줄기였다. 6월 6일 현충일 저녁. 경기도 안산 고려인마을로 향하는 빗길에서 ‘현충’(顯忠)을 다시 생각했다. 사전적 의미의 ‘현충’은 ‘충렬을 높이 드러냄’이다. 그렇다면 충렬은 또 무슨 뜻인가? 의외로 쉽다. ‘충성스러운 열사’의 줄임말이다. 그렇다면 열사는? 국어사전은 ‘나라를 위해 굳게 절의를 지키며 충성을 다해 싸운 사람’이라고 풀어준다.노 알렉산드르(47 한국명 노송달) 씨. 그의 직함은 국내 85,000여 고려인들의 연합체인 ‘대한고려인협회’ 회장이다. 지난해 9월 협회 발족과 함께 초대 회장을 맡게 됐다.
“배곯으며 여기까지 오다보니 젖이 안 나와 우즈벡 여자들이 우리 아기한테 젖을 먹여 주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았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손님을 귀하게 여긴다. 한밤중에 온 손님한테도 차를 대접한다.”(85세, 조 조야 할머니)“세 살부터 우즈베키스탄에서 살았다. 역사적으로 한국이 고향이지만 실질적으론 우즈벡이 고향이다. 우즈벡 정부가 아니었으면 살 수가 없었다. 우즈벡 정부에 감사하고, 나이 들어 좋은 요양원에 살 수 있는 것도 역사적 고향인 한국 덕분이다. 한국 정부에도 감사하다”(85세, 허 이오시프 할아버지)지난 4월 19일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방문을 전후로 광주광역시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이어졌다. 먼저 4월 10일부터 17일까지 광주시청 1층 로비에서는 ‘연해주 항일독립운동 전시회’가 개최됐다. 이어 4월 30일에는 광주 고려인마을에 '고려인 항일투쟁 역사유물전시관'이 개관됐다.시청에서 열린 행사에는 1904~1905 ‘고려인항일무장투쟁’, 1909 ‘고려인 안중근 의사 하얼빈역 이토 히로부미 저격’, 1919년 ‘연해주 3.1독립만세운동’, 1923~1935 ‘고려인 문화의 개화기’, 1937 ‘고려인 강제이주’, 1939~19
‘원동땅 불술기에 실려서 / 카작스탄 중아시아 러시아 /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도 / 우리는 한 가족 고려사람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아리랑 고려 아리랑(1절)진펄도 갈밭도 소금밭도 / 땀 흘려 일구니 푸른 옥토 / 모진 고난 이기고 일어서니 / 우리는 한 민족 고려사람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아리랑 고려 아리랑(2절)아버님 남기신 선조의 얼 / 어머님 물려준 조상의 말 / 가꾸고 다듬고 지키리라 / 우리는 한겨레 고려사람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아리랑 고려 아리랑(3절) 중앙아시아 고려인들
19일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데 합의한 뒤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여러 합의사항을 밝혔다. 그중 첫 항목이 문화교류 확대였다. 특히 '아프라시압 벽화'를 비롯한 우즈베키스탄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협력하기로 했다는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해 이 점에 대한 교감이 제법 깊었음을 드러냈다.아프라시앞 벽화는 사마르칸트에 있다. 옛 소련의 고고학자들이 사마르칸트의 옛 도성인 아프라시압(Afrasiab) 지역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찾아냈다. 심하게 훼손됐던 7세기 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