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엉망인 하루를 보낼 거야 은밀하게 허리에 빨간 줄을 그은 이들 탐닉하는 얼룩이 번지고 또 번지게 될 거야지겹다고 멈출 수는 없지 머물다가 돌아갈 거야 세상은 네모난 것이라고 중얼거릴 거야평평한 도로밖에 발견하지 못하고둥근 것은 동전 뿐이라고세모난 얼굴을 향해자꾸만 뿌려줄 거야 지진을 피하다가 무너지는 사람 틈에서사랑하는 사람을 발견할 거야 그러다 지긋지긋한 대물림을되갚아주지 못하게빨간 선을 또 다시 그어줄 거야 또 다시 갈라진 틈에 발바닥을 끼우며주운 동전들을 모아 세모난 집터를 찾겠지나는 그 집에 살지 않을 거야 각진 성냥
횡단보도에 서서나는 사과를 쥐고 있었다깨물면 모래알이 입안에 퍼질 것 같았다 이번이 다섯 번째 초록불이다나에게 사과를 쥐어준 사람의 얼굴이기억나지 않는다나는 속으로부터 자꾸만같은 말을 반복 재생하고 있는데 깜빡, 깜빡 너를 만났다그때부터 사과는 메아리가 되었다 집에 가는 길이 기억나지 않는데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는데중요한 건 건너편에 누군가 깜빡, 늙은 남자가 신호등 옆에 서서손바닥을 펼쳐 보인다 근데 없네요할멈이 굳은 살 벗겨지라고 사과를 쥐어줬소, 이런, 네 번째 빨간 불이 되면 안되는데자꾸만 입에서 모래알이 씹힌다이건 사과일
불살라야 하는 둥지들안타까운 질서케익으로 유지되는 식구피아노 건반 위에 올려놓은 공깃돌유일한 장난감아무런 무게가 없는 누군가의 고름반복적으로 멸시되는 믿음날짜가 다가올수록 산책이 잦은 옆집 아이미세한 가난이 힘든 줄 모르는 개잊을 수 없는 지네 우는 소리매일 같이 지진, 그리고 여진거꾸로 도는 법을 알아버린 나사튕겨져 가는 힘을 감수하는 바닥잘게 부서지는 모래곱게 빻아서 다시 태어나고 싶지만눈물 만이 가능한, 헤아릴 수 없는 빈 벽돌 자리들근방에 뿌려진 오줌 자국지붕이 내려앉은 순서내가 참을 수 없는 것무수한 망치질이 아닌 지겨운
배려와 경고가 함께하는 곳무덤가를 향해 달려가는 탁한 바람들당신은 나와 함께 살고걸음은 늘어질 때 채비를 마친 숨하얀 정장하얀 구두팽팽한 무지개 끝을 잘라내면 태어나는 덥수룩한 갈기의 한 종류를 찾아 이상하게도 아침마다 우리는 장미꽃밭에 있고색깔을 갖기 위해 버린 것들이 곳곳에 피어 있고그건 진부한 궁리야, 계획적인 기후들집요하게 살아남는 우울 그러게요우리는 왜 닮아갈까요하얗게 춤을 추는 무용수와가장 지저분한 취미를 가진 대장장이와하나 뿐인 하이힐, 그런 옷차림으로 당신은 유명해졌나요경고는 여전히 장미보다 붉던가요 흔적을 좇는 것들
하늘이 파래지기만 기다렸다 해가 힘내는 모습을응원하는 나 보는 게 좋았다 새벽이 어설프게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도 세상은 무사할 것이며다들 검은 입으로 인사를 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파래지는 천장을 바라보며외롭게 잠겨가고 있었다 천천히 해가 창문 사이로 넘어들어와나 잘 때까지 기다리면 잘못 만들어진 폭죽처럼오늘도 아침은 갸날펐다
다리를 센다날카롭게 뻗어나가는 하얀 다리들비상등이 명멸하는 복도 끝의 인쇄실에서복도는 밤이면 흩날리는 종이 인형처럼 푸른빛의 절지동물로 기어다니기 시작한다 장염이 돈다고 한다소독약 냄새가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들면장이 꼬여 꿈틀거리는 다리, 지네, 다리허벅지에 잔뜩 묻어 있는 하얀 가루를 털어내면나는 종종 집에 가는 길이 적힌 지도를 잃어버린다 복도는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는다하얀 실핏줄이 툭툭 터져버린 다리들이 걸어온다바깥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뒤를 돌아보면우리는 거기가 밖인 줄 알고 틈을 찾아 고개를 처박는 습성이 있다 여름 장마가
너는 가끔 붉은 산을 피운다아직 채 지워지지 않은 봉숭아 손톱과꼭대기에서 흘러나오는 용암들이어릴 적을 떠올리고 있다그렇게 믿고 싶다 아지랑이가 발밑으로 깔린다우리는 그곳에 멈춰등산객들에게 위로를 전한다무너지는 세계 속으로 바쁘게 달려 가시는군요너는 헬리콥터를 바쁘게 찾아다니고 구조대는 까만 머리에 새빨간 옷을 입고불타는 나무들 틈에 숨어 안식을 취한다내 코끝을 유영하는 연기들이훨훨 날아 오른다나를 떠나가는 것들은 대부분 고향을 찾아 간다 너는 붉은 산을 마신다나는 너에게 잡히지 않는 불씨를 건넨다춤을 추는 사람들이쪽으로 손을 흔들고
나는 충만하지 않다고 느낀다누군가 내게 집 밖은 위험하니 잠자코 있으라 말해줬으면 싶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건 당연한 것을 안다 근데 사람이야 나조차도 증오 덩어리인데 선한 노인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다 아무도 발견할 수 없는 동굴에 집을 짓고 살고 싶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따라오는 애인이 생겼으면 어떨까글이라고는 내 글밖에 모르는 애인근데 애인도 사람이겠지내 동굴을 내어주면 툭 발로 차버리지 않을까 머리부터 발 끝까지 가득 차있는 모습은 근사하겠지부엌 한 켠에 과자상자처럼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것언젠가 내 기분이 허무해질 때가
관통 당하길 원하는 심장이 놓여 있다 당분간 하늘은 파랗게 물들지 않을 것이다 보조개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스스로에게 칭찬을 할 때마다 열리지 않은 사과나무들이 흔들렸다 기생충처럼 누군가의 뿌리가 어금니에 씹혔다 베어내야 할 것들이 많아지는 계절이면 아비는 화살촉을 닦았다 지워지지 않는 핏빛 대신 깨끗한 물결무늬 자국, 아비는 화살촉을 닮았다 아무도 활이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았다 사냥을 위해 몸을 움츠리듯이 빈 장독대에 숨어 한 계절이 지날 때까지, 내 몸에선 눅눅한 효모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바람이 불면 허리 굽히는 밭에서여러 번
아비를 심었다 하얀 발, 때타지 않은 하얀 발바닥이 하늘 올려다볼 수 있게그 위에서 잡귀들이 쉬었다 갈 수 있게 나도 데리고 가달라고 했다, 쪽팔리게 땋은 머리처럼 우거진 숲검은 손톱을 가진 것들과 갖지 못한 거들 사이에서 일어나는도깨비불을 보고 싶었다고 했다, 변명하면 가슴이 작아지나요 문드러진 이빨로 밤공기 삼키는 고라니같은 방향으로만 찍혀 있는 들개 발자국이상하게 졸음이 몰려온다아비를 심고무언가 움틀 때까지 기다리면알 수 없는 미련으로 자궁을 꽉꽉 채워넣으면 나 목 놓아 운다, 울음소리에서 싹이 자라나세상에 없는 빛깔로 발바닥
이불에서 만나지 못할 사람은 없다 흰색으로 된 파이프로길 끝자락에서 무척이나 많이 맞았다고내 어린 소년이 자랑했다 다 맞으면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우리는 축하의 의미로 짜장면을 먹었고먹다 남은 단무지로 멍을 지웠다 아이들은 손으로 혓바닥을 가리키며 날 찾아다녔다다리에 곰팡이가 피었다옆집 할아버지가 잠든 채 죽어가던한낮이었다 우리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속닥거렸다그때마다 슬쩍 보이는 초록빛이내 뺨에 닿을 때너는 집으로 돌아가기 싫다 말했다 내 품에 매달린 소년이거처를 잡지 못한 악몽을 끌어안았다지나치게 부푼 새콤한 냄새 내일이 되면다
내 탓은 목적 없이 나에게 돌아와싫었어 귀신이 되지 못한 것들의 침묵이내가 숨을 성을 쌓았어 성난 아버지의 표정을 모아밥상을 만들고 구멍난 양말에 머리를 집어넣고 싶었어망령이 되면 좋은 것 이 방은 항상 떳떳하고그릇들, 사진들, 처연한 병들깨지지 않는 대신녹아버리고 그랬어평범은 평화호피 무늬에 그려진 눈들을 하나 둘 세고바닥엔 얼음나비 누군가 말했는데누군가 바람을 불었는데 성냥을 키면 하늘을 향하는 불꽃이그래, 흔들렸어 내 손은 목적없이 나를 떠나가마구 깨문 자리 싫었어어디론가 닿으면 기별을 남겨줘불꽃 위에 얼음을 올려두었어 내가